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여인, 조덕배 2집 - 1986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독보적 끈적끈적함,
최초의 K-Pop 포크계의 재벌 2세.
1985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40년 전 '나의 옛날이야기'로 데뷔한 조덕배는 특유의 감성적이고도 감미로운 그만의 독특한 창법뿐만 아니라 당시 비교불가한 세련된 가사와 멜로디로 전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마치 노래 마디마다의 끝을 일부러 길게 늘어뜨리는, 일명 밴딩(Banding)을 활용하면서도 마치 읖조리 듯 부르는 그의 노래 스타일은 일부 그의 부정확한 발음에 대해 혹평을 하는 몇몇 사람들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K-Pop에서는 독보적인 Unique 함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뭐랄까, 말로 참 표현하기 어렵지만, 기분 좋은 '끈적끈적함'이라고 해도 될까?
하지만, 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벌 2세였고, 어린 나이에 대기업 계열사 대표로 회사를 운영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드물다.
그는 한때 의류업으로 시작해 건설 등으로 많은 계열사를 거느렸었고 1980년 초 재계 순위 9위였던 삼호 그룹가의 자녀였는데, 그는 데뷔전 그룹사 삼호 아파트의 외장과 도장 공사를 맡았던 100여 명의 직원이 있었던 (주)삼호 까뮤의 대표였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삼호그룹은 전두환 정권에 의하여 공중분해되었다고 하는데, 1990년대 5공 청산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이들 일가가 정부에 낸 소송으로부터 시작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조덕배는 그룹해체 이후, 자신이 꿈꿨던 가수의 길을 걷게 된다.
모르긴 몰라도 가수로 성공한
최초의 재벌 2세가 아닐까?
사실 1집 '나의 옛날 이야기' 발매 이전인 1978년, 20대였던 그는 그의 첫번째 앨범을 발매하였으나 큰 실패를 맛봤다 한다. 그 당시 대부분 재벌들의 습성이 그렇듯 아마도 집안의 거센 반대에 이끌려 음악을 잠시 접었다가 집안의 몰락과 함께 다시 음악을 시작한, 그는 참 아이러니한 음악 인생을 살아왔다.
조덕배는 선천적인 소아마비를 가지고 태어난 장애인 이기도 한데, 그의 성공 이면에는 그가 가진 이러한 핸디캡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해가 있을까 봐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장애인 비하와 같은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치 한국의 '스티비 원더'와 같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의 절절한 사랑 노래들과 함께 긍정적인 면으로 대중에게 어필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이에 대한 판단은 오직 대중만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난 그의 핸디캡이 아닐지라도, 그의 노래는 성공했을 것이라 굳건히 믿는 사람 중 하나이지만...
승승장구하던 그는 안타깝게도 90년대, 2000년대 들어 잦은 대마초 사건에 휩쓸려 활동을 자주 중단하게 되었고,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다시 회복하는 기적을 경험하기도 했으며, 근래에는 무고혐의로 실형까지 살게 되는 등, 참 굴곡 많은 삶을 살게 된다.
조덕배 1집은 굉장히 훌륭한 앨범이지만, 메가 히트를 기록한 '나의 옛날이야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리고 보다 솔직히 말하자면 훌륭한 노래에 비해 편곡이 개인적으로 참 아쉬워 추천하기가 곤란하기만 하다.
1집의 흥행과 더불어 조덕배는 이듬해인 1986년에 2집을 발매하게 되는데, 바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메가 히트곡인 '꿈에'와 오늘 소개할 마흔여덟 번째 숨은 명곡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인'이 수록된 앨범이다.
1집과 마찬가지로 히트곡인 '꿈에'를 제외하고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원히트 원더'류의 앨범인 2집에서는 이호준이라는 걸출한 프로듀서의 이름이 편곡자로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키보디스트이자, "친구여",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등 조용필의 히트곡 다수와 나미의 "인디언 인형처럼", 소방차 "어젯밤 이야기", 김종찬 "토요일은 밤이 좋아" 등을 만든 감히 K-Pop 대중가요의 80~90년대를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는 걸출한 프로듀서라 할 수 있다.
그의 편곡 참여뿐만 아니라 본 숨은 명곡에서도 소개한 또 하나의 최고 프로듀서이자 베이시스트인 '송홍섭', 80~90년대를 풍미한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유영선', 드럼의 명장 '김희연' 등 최고 세션의 연주 참여로 2집의 만듦새와 완성도는 보다 세련되어졌으며, 오늘 소개할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인'과 같은 숨은 명곡을 탄생하게 한 것도 같다.
명곡의 이면엔
다 이유가 있지!
https://brunch.co.kr/@bynue/38
보사노바 재즈로 시작되는 이 노래의 시작은 깔끔하고도 군더더기 없는 드럼, 묵직하고도 중심을 잡아주는 베이스, 이호준으로 추정되는 피아노 등이 적절히 어울려 어느 낡은 재즈바에 앉아 있는 듯한 환상을 가져다주는데, 천천히 등장하는 조덕배의 황홀하기까지 한 음색은 나를 그 언젠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여인과의 추억으로 데려다준다.
전형적인 Easy Listening을 지향하는 노래의 흐름은 중간에 흐뭇한 웃음이 나게 할 정도로 조바뀜과 마디의 변형이 진행되는데, 40여 년 전에 만들었다고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독특하면서도 굉장히 세련되기만 하다.
그리고 중간 간주에서 퍼져 나오는 키보드 솔로, 노래의 마지막과 함께하는 피아노 연주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수밖에 없는 지금 들어도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명연주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조덕배의 노래가 그렇듯, 이 노래도 어느 한여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는데, 비 오는 요즘과 같은 날이면 한강변 어느 곳에선가 비를 맞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그녀가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 도망가자!!
가끔은 예전 그때로 돌아가 그녀의 두 손을 낙아 챌 용기를 내보고 싶다.
다음날 몸져누울 감기 몸살은 덤이고, 먼 미래에 다가올 수많은 불확실함에 뼈속 깊은 후회가 밀려온다 할지라도...
작사 : 조덕배
작곡 : 박광훈
편곡 : 이호준, 왕준기
노래 : 조덕배
비 내리는 강을 지나 불빛 앞에 서면
나를 기다리는 그대 모습
비에 젖은 하얀 얼굴 까만 머리칼에
흘러내리는 서러움
어두운 거리에 우리 둘 만 남아
희미한 달빛 속을 거닐며
까만 밤 속을 지나 멀리 저 멀리 가면
우리가 머물 곳이 있을까
저기 저기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