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널 보면서, 황호욱 1집 - 1995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어...?
이소라 노래 아니었어?
K-Pop의 역사가 길어질수록 당연히, 기존에 발표되었던 원곡을 아티스트나 프로듀서의 역량으로 다시 재해석하여 발표하는, 이른바 '리메이크' 곡들도 많아지게 된다.
모든 경우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이런 '리메이크' 곡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곡이 가지는 '리메이크'하고픈 가치들이 분명히 있을테고, 이곳에서 소개하는 '숨은 명곡'이었을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숨은 명곡들이 리메이크의 마법으로 세상에 다시 알려지게 되고 또 대중에게 깊은 사랑을 받게 되는 경우도 우린 많이 보아 왔다.
그러니, 혹시 '숨은 명곡을 찾고 싶다!'라는 욕망이 서서히 뇌끝 어딘가에서 스믈스믈 아지랭이를 핀다면, 리메이크 곡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그 원곡의 줄기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수 있다.
물론, 이를 실제 행동에 옮기는 이는 극히 드물겠지만...
아마 벌써부터 눈치를 챘겠지만, 오늘 소개할 마흔아홉번째 숨은 명곡은 1996년 이소라 2집에 실려 그녀의 버전으로 대중에게 더욱 더 많이 알려진 노래, '너무 다른 널 보면서'이다.
이 곡의 원곡은 이소라 2집 발매 1년 전인 1995년, 황호욱 1집의 타이틀 곡으로 발매되었는데, 대부분의 대중은 황호욱이라는 가수뿐만 아니라 이곡이 '리메이크' 곡이 였는지 조차 잘 알고 있지 못할 것 같다.
황호욱은 1994년 제 15회 강변 가요제에서 '잃어버린 나의 모습'이란 노래로 동상을 수상하고 이듬해인 1995년 첫번째 앨범을 발매하게 되는데 곡의 작사/작곡가인 김동률은 친한 후배였던 그에게 전람회 2집 앨범에 수록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이 노래를 선물하게 된다.
아쉽게도 그의 1집 앨범은 큰 흥행을 거두지 못하였고 그는 군입대를 결심하게 되는데, 이 노래를 듣고 반해버린 이소라가 김동률에게 리메이크를 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황호욱은 마치 자신 때문에 곡이 히트하지 못했다고 미안해하며 곡의 리메이크를 흔쾌히 수락했다고 하는데, 정말 안타깝게도 그는 군대에서의 불의의 사고로 짧은 음악인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의 죽음의 충격과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이소라 2집 앨범으로 다시 큰 인기를 얻게된 이 노래는 황호욱의 지인 그리고 김동률 자신에게도 가슴 저리는 일이 되고 말았는데, 이를 계기로 김동률은 리메이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기도 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도 이소라의 리메이크 버전이 보다 익숙할 수 있기에, 두 곡의 음악적 차이점을 잠시 찾아본다면, 연주와 노래를 모두 새롭게 녹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소라의 버전이 '이제 너무 다른 널 보면서'라는 가사 후렴이 한번 정도 더 나온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비슷한 구조와 느낌을 가지고 있다.
두 곡모두 감미로운 피아노로 시작되는 전주, 노래 전반에 클래식 관악기/현악기가 폭넓게 사용되었고, 일부 기타의 쓰임새가 조금 다르기만 할 뿐인데, 이소라의 노래는 중간에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가 곡의 하이라이트를 연주했고, 반대로 황호욱 버전은 클래식 기타와 관악기가 이를 어느정도 담당했다는 작은 차이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 이유는 김동률의 황호욱에 대한 작은 배려였을 수도 있을 테고, 그가 가진 이 노래에 대한 방향성이 너무나도 확고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노래는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사랑이, 변해가는 상대방 그리고 원치않는 그 사람을 닮아가는 나를 보며 더이상 다가갈 수 없는 절망감을 김동률만의 서정적이고도 애절한 마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황호욱의 음색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1집에서의 그의 목소리는 많이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소리가 기본적으로 너무나도 굵고 묵직해서 마치 헝클어져 있던 가슴을 뻥 뚫어주는 것만 같은 단단함이 있다.
그리고 이런 단단함은 최소한 나를 흔들어 놓기 충분한 감동으로 다가오는데, 어느 한 소절에서는 울먹이는 듯한 그의 노래에 마음 한켠이 먹먹해 지고, 그와 느꼈었던 알 수 없는 공허함을 같이 호흡하게 되는 것만 같다.
그의 노래를 듣다보면 문득 그의 노래를 알게된지 20여년이 훌쩍 지난 요즘에서야 한참 후배인 '원모어 찬스'의 멤버 박원의 감성이 많이 오버랩되기도 하는데, 이는 개인적인 취향과 생각이 반영된 것이기에 오해 없기를 바란다.
세상에 변치 않는 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이런 사실이 현실이 되었을 때를 항상 우린 미리 준비하지 못한다.
마치 알고 있는 운명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처럼.
예전에 그저 누구와 닮아가는게 싫어질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싫었었던 그대의 모습을 내 안에서 발견하게 될 때,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었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난 원치 않은 닮음이었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을 원망했지만,
어쩌면 그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내가 가진 또 다른 나의 모습이였을지 모른다.
결국,
그 사람이 변한게 아니라 내가 변한 거였고,
내가 아닌 그 사람이 날 닮고 있었던 거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고, 기억나게 하는 것 같다. 이 노래는...
안타깝게 하늘에 별이 된 황호욱님의 이 노래가 멀리멀리 다시 빛을 발하기를 바라며...
작사 : 김동률
작곡 : 김동률
편곡 : 김동률
노래 : 황호욱
나 영원할거라고 생각했던 그 믿음조차 무색한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었지만
늘 모든건 변한다고 하지만 나 여기 이대로 서있는걸
이제 너무 다른 널 보면서
나 미처 몰랐던 널 알게 된거라 생각하면서 너에게 다가가도
너를 닮아가는건 나를 잃을 뿐인데 그냥 여기서 널 기다릴께
늘 모든건 변한다고 하지만 나 여기 이대로 서있는걸
이제 너무 다른 널 보면서
나 미처 몰랐던 널 알게 된거라 생각하면서 너에게 다가가도
너를 닮아가는건 나를 잃을 뿐인데 그냥 여기서 널 기다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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