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떠날까요, 조동익 1집 -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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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레전드 오브 레전드!
조동익은 굉장히 위험하지만 감히,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Pop이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음악 장르의 대부분을 포함한 산업을 대표하는 의미로 쓰이기 전까지는 대중음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장르로 Easy Listening을 기반으로 멜로디와 후렴이 존재하는 전통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장르로 알려져 왔다.
팝 음악이란 단어는 1920년대 미국에서 "인기 있을만한 매력이 있는" 음악이란 의미에서 사용되었으나, 1950년대 이후로는 하나의 대중음악 장르로 인정받았으며, 처음에는 로큰롤의 가벼운 버전으로 생각하기도 하였다고 한다.(인터넷 참조)
어쨌든 내 주관적 관점과 취향이 1000% 반영되긴 했지만, 이 숨은 명곡 시리즈에서 소개하고 또 소개할 수많은 레전드 프로듀서, 아티스트, 뮤지션들을 포함하여 최소한 전통적 의미의 한국 Pop의 역사와 그 발전에 조동익만큼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https://brunch.co.kr/@bynue/92
조동익은 K-Pop 내 포크 대부, 조동진의 동생으로 어릴 적부터 그의 음악과 연주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그가 고등학교 시절 작곡한 '어떤 날'은 조동진 2집에 수록되어 발매되었고, 역사적 듀오의 밴드의 이름이 되기도 했다.
1989년 발매된 어떤 날 2집을 끝으로, 그는 어떤 날의 활동을 잠시 접어두고 동아기획 내 음악 프로듀싱과 음악 세션에 전념하다가, 1992년 형 조동진, 그리고 동료 조원익과 함께 '하나기획' 설립하고 수많은 K-Pop 명반과 뮤지션들을 발굴, 기획/발매하였으며, 지금은 하나기획의 후신 격인 '푸른곰팡이'를 통해 대한민국 언더그라운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1994년 오늘 소개할 그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이자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명반으로 회자되는 1집 '동경' 발표 이후 1998년 그는 잠시 그가 참여한 영화 OST를 모은 'Movie' 앨범을 발매하기도 하였지만, 그의 새로운 앨범 소식은 오랫동안 들리지 않았다.
2020년, 조동익은 20여 년 만에 새로운 그의 솔로앨범인 2집, '푸른 베개'를 발표하여 그의 음악을 기다린 팬들과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22년 그는 작사가인 여동생 조동희와 함께 한영애, 장필순, 이승열, 이효리, 정승환, 스텔라장, 잔나비 최정훈, 정세운 등 8명의 가수가 참여한 'Two Track'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2023년 성시경을 필두로 한 시즌 2가 진행 중이다.
오늘 소개할 예순다섯 번째 숨은 명곡은 어떤 날 활동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1994년 발매한 그의 첫 번째 독집 앨범인 '동경'에 수록되어 있는 조동익 작사/작곡/편곡/노래의 '함께 떠날까요?'라는 노래이다.
사실 이 노래는 조동익 1집에 수록되기 3년 전인 1991년, 동아기획 내 명반 시리즈라고도 일컫는 옴니버스앨범인 '우리 노래전시회 4'에 수록되어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노래이기도 한데, 노래의 구성이나 멜로디 흐름은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지만, 합창 형식의 코러스가 새롭게 들어가는 뒷 후렴 부분, 이에 따라 2분 정도 크게 늘어난 곡의 길이, 그리고 전반적인 편곡의 변화가 눈에 띈다.
대부분의 숨은 명곡들은 그 원곡을 소개하는 것이 원론적인 방법일 수 있고, 여기 숨은 명곡 시리즈에서도 그 원칙을 따르고는 있지만, K-Pop 역사 상, 조동익 1집이 가지는 명반으로서의 가치, 그리고 앨범 속에서 느껴지는 시간 속 작은 여행을 잇는 노래 간의 구성 등을 고려해 볼 때, 조동익 1집의 노래를 소개하는 것이 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이 앨범은 제목인 '동경'에서 풍겨지듯이, 그의 어린 시절로의 여행을 통해 자기가 꿈꿨던 이상을 담은 작품이기도 한데, 그가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그가 과거 많은 영향을 받았던 팻 메시니에 대한 음악적 동경과 존경도 함께 담겨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용준의 피아노 선율로 시작되는 전주는 마치 예전에 보았던 낡은 필름 영화 속 어느 한 장면이 연상되듯이 숨 막히고 또 고요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조동익의 노랫소리.
감미롭고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와 그의 노래가 인도하는 길을 따라 천천히 함께 걷다 보면, 어릴 적 불안하고 혼란스럽기만 했던 20대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그대는 잊었나요 그 맑은 웃음을
그대도 잃었나요 그 더운 가슴을
그리고 이어지는 드럼과 기타, 베이스의 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후렴, '함께 떠날까요?'
이 노래의 백미는 드럼과 기타, 베이스가 함께 시작되는 후렴구 바로 다음인데, 다시 숨 막히도록 고요한 적막이 시작되고, 그 속에 청량하게 울려 퍼지는 피아노 솔로 연주.
그리고 혼자 남은 나의 마음과 감정은 이내 갈기갈기 찢어져 무언가 모르는 그리움이 폭발하게 만든다.
아 진짜 너무한다.
노래는 다시 차분한 조동익의 음색으로 천천히 이어지고, 다시 돌아온 후렴에서는 장필순, 박용준, 한동준, 박인영 등의 코러스와 함께 마치 혼자가 아니라는 듯 메마르고 상처받은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만 같다.
2023년은 내겐 유난히 힘겨웠던 한 해였다.
본격적으로 다시 생업의 전선으로 돌아와 수많은 현실과 부딪히며 마치 전쟁과도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고, 아침마다 불면증에 뒤척인 어제의 흔적을 마주 보며, 그저 쏟아지는 햇살이 참 아프게만 느껴지기도 했었던 것 같다.
점점 더 부끄러워져만 가는 나 자신을 감추려 진한 꾸밈을 더해만 가는 요즘의 나는, 켁켁거리며 미친 듯이 맘껏 웃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그리고 그 뜨거웠던 가슴이 언제였는지 그 기억의 조각조차 찾을 수 없게 된 시간의 미아가 된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함께 떠날까요?
누군가 내게 함께 떠나자고, 멀리 떠나 그 꿈을 찾아보자고 손을 내밀어 줬으면...
작사 : 조동익
작곡 : 조동익
편곡 : 조동익
노래 : 조동익
눈뜨면 머리맡엔 어젯밤 취했던 흔적
소리 없이 아프게 내리는 햇살
문득 돌아보면 유난히 힘겨웠던 한 해
새벽 찬 공기는 내 몸 흔드네
아무 준비 없이 시작된 하루
차츰 내 가슴은 식어가는데
부끄러움 없었던 내 어린 시절
그대는 잊었나요 그 맑은 웃음을
그 푸르른 꿈이 있던 내 어린 시절
그대도 잃었나요 그 더운 가슴을
함께 떠날까요? 모든 게 싫어질 땐 바람이 시작되는 곳
멀리 떠날까요? 무언가 그리울 땐 먼 옛날 꿈이 있는 곳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