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03] 캄보디아 솔로여행 : DAY 3, 하나
여행기는 2024년 3월 말에 떠났던 것으로,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행지는 캄보디아의 프놈펜과 씨엠립을 중심으로 도심과 유적지 등의 지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에서 안내하는 법규 및 지침을 최대한 준수하며 여행하였고 모든 내용은 평범한 대한민국의 남성이 느끼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을 담고 있습니다.
무작정 떠난 즉흥적인 여행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이번 여행만큼 명확한 목적을 가진 여행도 없을 듯한데, 언제부터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고 살아왔던 버킷 리스트 중 하나, 앙코르 와트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가자! 씨엠립으로!
캄보디아의 수도는 프놈펜이긴 하지만, 캄보디아인들의 긍지가 그득히 묻어나는 앙코르 와트의 도시, 씨엠립은 아쉽게도 2024년 봄 현재 한국에서의 직항은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기에, 항공편으로는 프놈펜 혹은 인접 국가의 도시를 통한 1회 경유를 거칠 수밖에 없다.
프놈펜에서 씨엠립으로 가는 방법은 항공, 버스, 그리고 사설 자가용 등 크게 3개로 나뉠 수 있는데, 각각 50분, 5시간, 4시간+@ 정도의 소요시간을 생각하면 된다.
당연히 비행기로의 이동이 가장 간편하고 빠른 방법이고 캄보디아 항공에서도 하루에 굉장히 많은 편수를 배정하여 운영 중에 있기에 이를 활용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추천하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운임료와 1~2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리는 공항대기 시간, 약 40분 정도 소요되는 공항에서 씨엠립 시내까지 이동 등, 전체적인 시간을 따져봤을 때는 버스나 사설 자가용 등과의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
항공편은 캄보디아 앙코르 에어에 직접 들어가 Tiketing을 하면 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도착하는 씨엠립의 공항은 앙코르 와트 등 유적지와 가까워 이착륙이 가장 어려운 공항 중에 하나로 꼽혔던 구공항이 아닌 시내와 40여분 거리에 큰 규모로 새로 지어진 신공항에 도착하니 프놈펜 공항에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클룩 등 여행 플랫폼에서 공항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센스 있는 공항 픽업 서비스 이용은
여행의 질 상승으로!
근래 오픈한 씨엠립 신공항에 도착하면 주변에 아무런 인프라도 없이 허허벌판에 홀로 서있는 거대한 공항건물을 볼 수 있는데, 구공항은 프랑스가 신공항은 중국의 자본으로 지어졌다고 하니 뭔가 캄보디아의 아쉬운 어제와 오늘을 보는 것 같아 맘이 씁쓸해졌다. 이렇게 아무런 인프라도 없다 보니 주변에 택시나 Grab을 잡기는 수월치 않다. 그러니 픽업 서비스를 다시 한번 이용하길 강추한다.
씨엠립 공항에 내려 픽업 서비스 기사와 마주한 나는 정말 아무것도 없이 넓디넓은 지평선이 펼쳐진 길을 따라 씨엠립 시내에 위치한 숙소인 메리어트 계열의 코트야드 씨엠립 리조트로 향했다.
코트야드 씨엠립 호텔은 흔히 씨엠립의 중심가라고도 불리는 'Pub Street'와는 좀 떨어져 있지만, 프놈펜과 마찬가지로 시내의 모든 주요 지역이 자동차 기준 10분 내외면 이동 가능하고, Grab이나 툭툭과 같은 이동수단도 굉장히 발달되어 있기에 여행하면서 그 어떤 불편함도 겪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북적대는 중심가에서 벗어나 한적한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느껴졌다.
https://maps.app.goo.gl/vSWyBDUPPzDx5pb1A
건물 외관에서 느껴지는 유럽풍 리조트의 엔틱한 느낌도 근사했지만, 호텔 로비나 객실 안 내부의 모던함도 나쁘지 않았었던,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듯한 이곳의 인테리어는 그리 과하지도 또 모자라지도 않은 아늑함과 푸근함을 전달해 준다.
특히 혼자 쓰기엔 넉넉했던 나의 방과 모든 객실에 포함된 발코니 의자에서 바라보는 여유로운 수영장의 모습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내게 한가로운 멍 때림을 즐길 수 있는 휴식의 장소를 제공해 줬고, 꽤나 괜찮았던 퀄리티의 많은 음식들이 허기진 나의 아침을 채워줬던 1층 'Lok Lak' 레스토랑의 조식 뷔페도 만족스러웠다.
3~4월 씨엠립의 날씨는 꽤나 건조해서 한낮에 내리쬐는 직사광선과 언제나 피부노화의 걱정을 마주해야 하는 프놈펜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호텔 체크인 후 이리저리 짐정리를 마친 뒤, 세상 가장 허리에 좋지 않을 편안한 자세로 발코니 의자에 엉거주춤 누워 한가롭게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을 멍 때리듯 보다 보니, 스르르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일부러 여유로운 오후 비행기를 예약했기에 탑승을 위해 아침부터 그리 부산하게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몇 시간 정도는 되는 이동 시간이 늙디 늙은 내 몸엔 살짝 부담이 되었었는지도 모른다.
한낮의 졸림은 참을 수 없지!
얼마나 지났을까,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허우적 대듯 달콤한 낮잠의 유혹에 빠진 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의 두근댐과 함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기껏해야 10~20분인 줄 알았던 시간은 한 시간 가까이 훌쩍 흘러가 버렸는데, 혹시 오늘 가야 할 식당의 예약 시간이 늦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생긴 긴장감이었다.
사실 이번 여행에 필요한 정보들을 하나둘 수집하면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식당이 바로 오늘 방문할 Embassy였는데,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캄보디아의 떠오르는 크메르 음식 셰프 Kimsan Twins가 운영하고 있는 원조 식당이었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bynue/149
프놈펜 Sombok에서 경험했었던 고대 크메르 문화에 대한 Kimsan Twins의 열정과 높은 수준의 요리에 내 미각이 점점 더 행복하게 어지러워졌던 걸 느꼈었던 나이기에, 혹여나 이 식당의 예약 시간을 놓쳐 요리를 맛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맛있는 음식 앞에 느끼는 긴장감은,
인생 최고의 쾌락!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전, 살살 타오르기 시작하는 기분 좋은 긴장감은 몇 안 되는 인생 최고의 행복한 쾌락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렇다.
희미해진 정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도 전에, 이미 내 몸은 화장실로 순간이동해 순식간에 샤워를 끝마치고 내리쬐는 이 더운 날씨가 무색할 긴 치노 팬츠와 셔츠 그리고 얌전한 에스파드리유 슈즈를 신었다.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만나는 파인 다이닝에 예의를 갖추고 싶었달까?
https://maps.app.goo.gl/3gLYiK2xsvexUJjS7
Embassy 레스토랑의 위치는 시내 중심가이자 관광지로 많이 알려져 있는 'Pub Street'와 그리 멀지 않다. 대부분의 많은 식당이나 카페, 술집들은 씨엠립을 가로지르는 작은 천인 씨엠립강을 두고 좌우로 많이 포진해 있는데, Embassy는 그보다는 좀 한적한 안쪽에 위치하여 있어 오히려 아늑한 느낌마저 있고, 식사 후에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Grab Taxi를 타고 호텔에서부터 약 10여분 정도의 시간이 자나 도착한 Embassy의 분위기는 좀 달랐다. 온전한 단독 2층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레스토랑은 간판, 정원, 멀리 건물안쪽으로부터 보이는 캄보디아 전통 조각상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그 모든 것들이 굉장히 세련되었고 또 고급스러웠다.
천천히 잘 정리된 아름다운 정원을 지나 레스토랑 건물 본채에 다다르면, 어느새 친절한 직원이 얼굴에 한껏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정중하게 맞이해 준다. 개인적으로 대단한 미식가이거나 자산가이기에 파인 다이닝을 수도 없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파인 다이닝의 수준이 높을수록 직원들의 응대나 격식 등이 달라지는 것은 만국 공통의 진리인 것 같다.
또 한 가지, 이러한 고급 파인 다이닝에서는 바로 자리로 안내하지 않고, 식전주를 잠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제공된 간단한 오르되브르(Hors d'oeuvres : 한입거리 음식)와 음료를 천천히 마시면서 입맛을 돋우게 해 주는데, 바로 Embassy가 이러한 정통 파인 다이닝의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캄보디아 파인 다이닝을 만나다!
잠시, 레스토랑 내부의 주황색 컬러가 인상적인 인테리어의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는 건물 내부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식전주를 즐기다 보면, 직원이 다가와 자리가 준비가 되었다는 말과 함께 안내해 준다.
조금은 당황스럽고 놀라운 일이 하나 있었는데, 직원이 안내해 준 곳은 나의 테이블이 아닌 음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Embassy의 주방이었다. 아쉽게도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이곳 Embassy는 손님이 직접 주방으로 이동하여 준비된 아뮤즈 부슈(Amuse-Bouche)를 먹을 수 있는 서비스 제공하고 있었는데, 셰프들이 직접 일하는 정신없는 주방을 보는 재미도, 이곳에서 음식을 맛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시작부터 기분 좋은
멋진 경험을~!
제공된 아뮤즈 부슈는 닭고기와 민물새우를 강황가루가 들어간 쌀 크레페에 싼 음식이었는데, 한국의 만두와 같은 식감과 이국적인 향이 함께 곁들여져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음식이었다. 다만 음식을 계속 씹으면서 주방을 나와 테이블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불평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아름다운 서비스가 나를 감동시키기엔 충분했다.
안내하는 직원을 따라 잘 정돈된 테이블로 이동하면 자세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그날의 저녁 메뉴가 제공되는데, 음식이 나올 때마다 상상과 현실을 맞춰 음미해 보는 것도 파인 다이닝에서는 재미난 일이다.
나는 별도의 주류대신 직원의 추천에 따라 다양한 차를 맛볼 수 있는 차 음료 세트를 주문했는데, 이 또한 음식에 따라 다른 차들의 맛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나름 색다른 경험이었다.
애피타이저는 얇게 썬 홈메이드 훈제 농어에 구운 코코넛, 캄보디아의 각종 허브, 패션 과일, 마늘 드레싱을 섞은 요리로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고, 여러 가지 제철 야채와 얇게 썬 돼지고기를 대나무 파이프에 넣어 조리한 요리이자 Embassy의 시그니처 수프이기도 한 Mondulkiri "Samlor Prong"는 마치 우리나라의 된장 베이스의 전통 음식과도 그 결이 비슷해서 굉장히 놀랍기도, 또 재미있기도 했다.
참고로 Mondulkiri는 80%가 원주민으로만 구성된 캄보디아 북부 지역인데, 이들 원주민들이 음식을 데우거나 찌는데 활용하는 "Samlor Prong"는 흔히 우리나라에서 먹는 죽통밥을 생각하면 쉬운, 대나무를 이용한 조리도구를 상상하면 된다. 직원이 친절히 대나무 안에 조리된 수프를 빈 접시 위에 따라 주는데, 이를 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다.
또한 오늘 음식에 사용한 다양한 식재료들을 실제 손님들이 눈으로, 손으로, 입으로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접시에 가득 정돈하여 가져다주는데, 특히 일반적으로 크메르 요리라는 생소한 음식을 방문자들이 잘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주인장의 배려와 센스가 가득한 멋진 서비스이기도 했다.
첫 번째 메인 요리는 캄보디아 전통의 Amok 페이스트, 신선한 코코넛 밀크, 노니 잎으로 조리한 케프 지방의 게살과 새우 요리였는데, 다채로운 식감이 입안에서 부드러운 코코넛 밀크와 어울려 나쁘지 않았다.
이어서 나온 두 번째 메인요리인 오리 구이는 크메르 음식의 주요 재료 중 하나인 Prahok(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어묵)과 Red Ant(붉은 개미)가 곁들여졌는데, 살짝 도는 매운맛과 시큼한 맛이 함께 어우러져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풍부해서 행복한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캐러멜라이즈 된 신선한 코코넛 무스와 달콤한 오이 아이스크림과 함께 서비스된 디저트와 마치 찹쌀도넛을 연상케 하는 참깨볼 튀김, 설탕 팜시럽을 곁들인 옥수수, 용과 젤리가 제공된 미냐르디즈(Mignardise) 또한 굉장히 좋았는데, 특히 오이 아이스크림은 생각보다 신선하고도 상쾌해서, 한국에서도 이를 응용한 디저트나 아이스크림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가 서서히 끝나가자 조심스레 직원이 다가와 Embassy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색깔인 주황색이 눈에 띠는 작은 쇼핑백을 전달해 주는데 그 안엔 정성이 가득 담긴 마카롱이 들어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려 깊은 배려와 센스가 돋보이는 훌륭한 파인 다이닝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최고였던
캄보디아 파인 다이닝!
식사를 마친 뒤, 직접 테이블을 돌며 손님들과의 소통을 이어가던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크메르 음식의 권위자이자 이곳 Embassy 레스토랑의 마스터 셰프인 Kimsan Pol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 불편할 수도 있어 나의 테이블로 오셨을 때 직접 사진은 찍지 못하고 멀리 다른 테이블에 계셨을 때의 찰나를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최고'라는 말은 언제나 굉장히 위험하다. 그만큼의 충분한 시간과 경험치를 가질 수 없음을 망각하고 나의 좁은 시야를 통해 얻은 섣부른 기준과 판단으로 순위를 매기는 실수를 범하는 일은 정말 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많은 다이닝을 직접 모두 경험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이곳 Embassy는 조심스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언론이나 자료에서 이미 자신 있게 검증된 부분도 한몫하겠지만, 크메르의 전통 음식을 현대화하고자 하는 그 아름다운 노력, 그 열정에서부터 나오는 독특하고도 창의적인 음식, 마지막으로 최고급 파인 다이닝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손님 하나하나 배려하려는 그 마음 씀씀이까지..
최고였습니다.
(다음에 계속)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bynue/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