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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nue May 16. 2022

에이~, '육전'은 반칙이지!

[전라남도 03] 전라남도 솔로 여행 : DAY 2, 둘


여행지는 목포, 진도를 중심으로 해남, 신안, 광주, 나주 등 전라남도의 많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여행기는 2021년 4월 말~5월 초에 떠났던 것으로,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과 지역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여행하였습니다.



06 | 바다를 걷다, 자은도 '무한의 다리'


이번 전라남도 여행을 시작하면서, 지도 어플을 '확대했다 줄였다'를 수백 번씩 하게 되었는데 마치 엄지와 검지가 한몸이 된 것만 같았다. 예전엔 무심히 지나쳐버린 전라남도 주변의 곳곳을, 보다 유심히 그리고 꼼꼼히 살펴보다 보니, 이곳 목포 근처에는 정말 굉장히 많은 섬들이 아기자기하게 어울려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섬이 있었다고?


'조밀도'만 보자면 남해보다도 더 다닥다닥 몰려있는 이곳의 아름다운 섬들은, 이젠 맘만 먹으면 '휘리릭' 갈 수 있도록 육지와 연결되어 있기에, '이번 여행엔 꼭 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목포를 중심으로 수많은 남도의 아름다운 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전 2019년에 개통한, 이름도 참 예쁜 '천사 대교'는 이러한 '자동차 섬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국내에서 네 번째로 긴 다리인데, 그 길이가 7.2Km에 달해, 남도의 풍경과 싱그러운 바다 바람을 즐기기 충분하다. 재미있는 것은 천사 대교의 '천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하늘의 '천사'가 아닌, '신안군'의 섬이 1004개에 달한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유래했다고 한다.(나무 위키 참조)


언제나 그랬듯, 창문을 활짝 열자!
바다의 향기가 가슴속에 가득히 품어질 때까지~!

천사 대교를 건널 땐, 언제나 그랬듯, 창문을 활짝 열자! 바다의 향기가 가슴속에 가득히 품어질 때까지~!


천사 대교를 건너게 되면 암태도에 먼저 도착하게 되는데,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 자라도 등 자동차로 이동 가능한, 유려하고도 아름다운 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최소 하루 이상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훌륭하고도 멋진 곳들이긴 하지만, 난 그중에서도 맨 위에 위치한, 자비롭고 은혜로운 섬이라 불리는 자은도(慈恩島)의 북쪽, 둔장해변에 있는 무한의 다리를 목적지로 결정했다.


'욕심내지 말자! 언제든 그 화가 내게 돌아올 테니...'


천사 대교를 지나 자비롭고 은혜로운 섬, 자은도(慈恩島) 북쪽 둔장 해변에 있는 '무한의 다리'로~


무한의 다리는 구리도와 고도, 할미도를 차례로 연결하는 총길이 1004m의 인도교로, 무한대를 내포하는 8월 8일 섬의 날을 기념하고 섬과 섬이 연결되어 있는 연속성과 끝없는 발전의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무한의 다리에선 밀물과 썰물 때마다 바뀌는 서해바다의 변화무쌍함을 즐길 수 있는데, 야외 갯벌 체험을 하기 어려운 추운 겨울이나 쌀쌀한 초봄 날씨에는 밀물 시간에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저 멀리 우측에서부터 좌측으로 구리도, 고도, 할미도가 보인다.


자은도 앞 서해 바다를 향해 '쭉' 뻗어나간 다리로 천천히 걷다 보면, 해안으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에 복잡했던 일상의 답답함이 모두 씻어 내려가는 듯하다. 다리 중간 즈음에 잠시 멈춰서 주변을 둘러보면, 이젠 꽤 멀어져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둔장 해변, 육지에 있을 땐 보이지 않았던 운치가 넘쳐나는 풍력 발전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망망대해 위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이 밀려오지만, 광활한 자연으로부터 오는 설렘과 벅찬 감동이 뒤섞여, 두려움인지 아니면 그리움인지 알 수 없는 감정에 가슴이 계속 두근대기 시작했다.


뭐지? 두렵고 외로운데
셀레는 이 감정은?


혹시 훗날, 누군가와 함께 이곳을 오게 된다면, 그땐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가슴 한켠에 꼭꼭 미루어 왔던 속 마음을 모두 훌훌 털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참 묘한 기분이 든다.


망망대해 위에 홀로 남겨진 듯한 묘한 외로움, 그 속에서 거대하고 광활한 자연을 맞이하는 설렘이 뒤섞여 새로운 감동을 준다.


다리는 'ㄱ'자 형태로 작은 무인도인 '구리도', 밀물 때면 거의 물에 뒤덮여 형체가 거의 없어지는 작은 돌섬인 '고도'를 지나 최종 '할미도' 다다르는데, 중간 '고도'를 지날 때쯤 기지개를 쭉 피고, 돌섬으로 부딪히는 세찬 파도를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구리도를 지나 고도에 다다를 때 즈음 뒤돌아 돌아온 풍경을 감상해 보자.


구리도와 고도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작은 섬이지만, 종착 섬인 '할미도'는 잠시 들어가 둘러볼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은 듯한 작은 가게와 깨끗한 화장실 또한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곳은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갇혀 나가지 못하게 하는 전통 어로 방식인 '독살'(바닷가에 쌓은 돌담)이 남아 있는 섬이기도 한데, 여름엔 맨손으로 숭어를 잡는다고도 한다.(한국관광공사 참조)


섬에 도착하면 섬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이 눈에 들어오는데, 오랜 여행을 통한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이런 곳은 괜한 의심을 묻어두고 무조건 따라 올라가야만 한다.


할미도에 도착하면 보이는, 섬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은 의심없이 무조건 올라가 보자


약간의 숨 헐떡거림을 참을 정도의 경사를 터벅터벅 올라가, 길이 안내하는 대로 무심코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섬 정상에 이르게 되고, 이내 아주 오래된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기괴하고도 멋진 소나무들이 운치 있게 풍경의 여백을 채워주는 멋진 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우와~~ 여기는~!'


사진으로는 모두 담을 수 없었고 글로는 더 표현하기 어려운, 자은도 앞 다도해의 풍경이 그대로 전해지는 이곳에서, 기분 좋게 머릴 스쳐가는 바람에 송글송글 이마에 난 땀이 식혀지는 것조차 모르게 그렇게 혼잣말로 계속 멈출 수 없는 '탄식'을 내뱉고 있었다.   


숨은 명소란 이런 곳이지!
   
그림같은 소나무가 아름드리 풍경을 채워주는 숨은명소와 같은 전망대





07 | 에이~, '육전'은 반칙이지!, 광주 '대광 식당'


"나야~! 나 목포 왔어!"

"응? 뜬금없이 목포는 왜?"

"그냥 놀러~. 가면, 재워주냐?"

"전화해 임마~"


예전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 때문에, 서울에서 '나주'로 생활 터전을 바꾼 오래된 친구가 있다. 내가 전라남도와 친한 이유 중 하나는 이 오랜 친구 때문이기도 한데, 언제나 그렇듯 무심히 전라남도 도착 신고를 마쳤었다.


오전에 방문한 성식당에서 테이크 아웃한 '어메이징 불친절 떡갈비'를 보며, 난 나주에 있는 음식과 요리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친구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결정했다.


'친구를 만나러 가야겠다!'


https://brunch.co.kr/@bynue/42




여기 자은도에서 '나주 혁신도시'까지는 2시간이 넘는 멀리 떨어진 거리였지만, 만난지 너무나도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은 꽤나 설레었다. 그리고 떠나기 전 친구와 나눴던 전화통화가 자꾸 머릿속에 생각나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지금 갈게~!"

"아니, 너는 좀 일찍 일찍 연락을 좀 미리하고.. 임마......."

"나 목포 성식당 떡갈비 들고 간다!"

"아 씨... 진짜.. 몇 시에 올 건데?"

"저녁시간 맞춰 갈게! 나 진짜 맛있는 거 사줘야 해~!!"

"알았어... 진짜 맛있는 거 먹자!"


도대체 현지인이 먹자는
진짜 맛있는 게 뭔데?


물론 반은 억지로, 성식당 떡갈비를 미끼 삼기는 했지만, 이젠 꽤 현지인스러워진 친구의 알 수 없는 '당당함', 아니 이건 거의 '거만함'에 가까운 '맛있는 거 먹자!'라는 그의 말투에 나는 그 음식과 식당이 미친 듯이 궁금해졌다.


새롭게 이사를 했다는 친구의 집에 빛의 속도로 도착한 나는 문을 열어주는 친구를 보자마자,

"그래서 뭐 먹을 건데?"라 묻고, 친구는 동시에 "떡갈비 어딨어?"라 했다.


잠시, 0.5초 정도의 적막이 흐르는 동안 서로의 갈망하는 눈을 보았을까... 우린 그냥 피식 웃고야 말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친구지...'


"아니 그래서 어디 가는 건데??, 뭐 먹는데?"

"기다려봐 임마, 광주로 갈 거야"


친구는 오랜만에 만난 나를 놀리는 게 재미있어졌는지, 식당에 도착할 때까지 무슨 음식을 먹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난 궁금증이 몸서리쳐질 정도로 폭발 직전의 순간까지 다다라, 무릎이라도 꿇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마지막 남은 자존심 그 하나를 지키기 위해 정신을 차리고, 내 마음을 꾹꾹 눌러 진정시키고 있었다.


에이~, 육전은 반칙이지!


우리가 도착한 곳은 여기 전라도,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 맛집으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대광 식당'이었다. 1983년에 개업한 40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이곳은 대표 음식인 '육전'이 굉장히 유명한 곳이었는데,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내 맛집 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했다.


"육전 괜찮지?" 친구는 세상의 왕이 된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너스레를 떨었고, 난 친구의 어깨를 툭치며 "에이~, 육전은 반칙이지!"하고 받아쳤다. 우린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오랜 친구임이 확실했다.



1983년에 개업한 40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대광식당은 광주 대표 음식인 '육전'이 굉장히 유명한 곳이다.


대광 식당은 '육전'이외에도 가리비, 낙지, 새우 등 다양한 종류의 전, 그리고 계절별 특화된 메뉴들을 제공해 주는데, 현지인의 추천에 따라 우린 여기 식당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육전'과 '가리비전'을 주문했다.


원래 '육전'은 '명절'이나 '제사상'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매우 귀하고 정성스러운 음식인데, 그 맛의 편차가 꽤 있는 음식이라 생각한다. 당연히 식재료인 한우의 맛과 품질이 육전의 대부분을 차지하겠지만, 고기의 두께, 이에 따른 기본 간, 익힘의 정도, 계란물과 밀가루 등의 농도, 조리 시간 등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이곳 대광 식당이 유명한 이유는 육전의 맛도 있겠지만, 테이블 위에서 갓 부쳐낸 '따뜻한 전'을 바로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부쳐 먹는 '육전'만큼
맛있는 게 있나?


어릴 적 명절이나 제사 때, 전을 부치는 족족 집어 먹다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한 일화가 생각난다. 그만큼 바로 부친 맛있는 육전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여간 호사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드디어 깔끔하고 정갈했던 밑반찬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보기만 해도 영롱했던 육전이 마치 수십 년 내공으로 다져진 듯한 직원분의 손놀림으로 보기 좋게 접시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떨린다...'


적당한 두께의 질 좋은 한우는 입안 가득 고기의 향과 씹는 즐거움을 전달해 주기 충분했고, 고기 맛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의 과하지 않은 계란물은 고소한 맛을 더해 주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바로바로 부쳐먹는, 따뜻함과 뜨거움 사이를 오가는 음식의 온도는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만족감과 행복함을 전달해 줬다.


아무리 독특한 식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후회할 수가 없는, 실패할 수가 없는 음식이다.



처음엔 소금만으로 '전' 자체의 맛을 음미해 보다가 파절이와 함께, 그리고 쌈채소와 함께, 천천히 곁들임을 추가하는 걸 추천한다. 슬슬 뱃속으로 채워지는 '육전'이 익숙해질 때쯤, 입에 넣자마자 스르륵 사라져 버리는 부드러움의 끝판왕 '가리비'전을 함께 먹어보는 것도 엄청 즐거운 일이다.


도대체 몇 접시를 먹은 거야?

'다른 걸로 배를 채우는 건 육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우린 그날 오직 육전과 가리비전으로만 식사를 마쳤고, 계산서를 받아 든 친구의 잠깐의 흔들리는 눈빛 속에서 미안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통쾌함과 뿌듯함이 밀려왔다.


'내가 난중에 맛난 거 사줄게, 친구야!!'





08 | 요즘의 풍류를 즐기는, 광주 '가배당'


"내가 또 미친 듯이 검색해 봤자너, 너 온다고..."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대광 식당을 나서는 내게 친구는 맛난 디저트를 먹으러 가자며 요즘 광주에서도 핫하다는 한옥카페 '가배당'으로 나를 안내했다.



'달에게 청혼하듯'이라는 멋진 문구가 새겨진 입구 간판을 지나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전형적인 남도의 한옥집을 개조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사월당이라고 이름 붙여진 별도의 사랑채에서 주문을 해야 하는데, 우린 이곳의 시그니처인 말차 폭포와 아메리카노, 디저트로 먹을 케이크를 주문하고, 고즈넉한 한옥 마루에 자리를 잡았다.


예쁜 조명으로 잘 꾸며놓은 안뜰의 풍경은 오래된 한옥이 주는 안정감과 어울려 마치 21세기의 풍류 선비가 된 듯 절로 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고 나이가 들면서 더욱 심해진 남자들의 수다는 쉽게 끝이 나지 않았다.


"난 니가 오늘 우리 집에서 잔다는 줄 알았어~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갈 건데?"

"일단 진도로 가보려고~ 너도 땡기면 와~"

"그래 알았어, 너두 언제든 나주로 와~"


"근데, 넌 여자 친구 없냐?"
"죽을래, 임마?"


시간이 지나도 참 변치 않는 게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친구인가 보다...


가배당은 한옥을 개조한 전라남도 광주의 카페로 마루에 걸터앉아 넓은 마당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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