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 이희진, 또 다른 기쁨, 드라마 서울의 달 삽입곡 - 1994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한국형 소울/블루스 명곡,
그녀의 재능이 안타까운 최고의 여성보컬리스트
훌륭한 보컬리스트이자 작사/작곡가였던 이희진과 그녀의 대표 명곡 '용서'를 만약 한 문장으로 담아야 한다면, 너무나도 부족한 어휘력에 좌절할지라도,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곡은 1994년 MBC에서 방영되어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주말연속극 '서울의 달'의 OST 곡이기도 한데, 재미있는 사실은 공식 서울의 달 앨범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다. 참고로 서울의 달 OST 앨범에 실렸던 메인 타이틀곡 '서울 이곳은'은 드라마의 흥행과 함께 국민 히트송이 되었었다.
다만, 같은 해 뭔가 기형적으로 보이는 '또 다른 기쁨-서울의 달 삽입곡'이라는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발매된 이희진의 용서는 너무나도 단단한 마니아 층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대한민국 K-Pop 명곡으로 꾸준히 사랑받아오고 있다.
예상컨대 서울의 달 드라마가 히트하면서 후속으로 작업한 '용서' 또한 인기를 얻었고, 셈이 빨랐던 드라마 담당자, 혹은 기획사의 혜안으로 추가 OST 앨범이 발매된 것이 아닐까 싶다.
잠시나마, 드라마 '서울의 달'에 대해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아마 전 국민이 사랑했던 드라마였던 것은 당연하고, 굉장히 드물게 '비극'으로 끝난 드라마이기도 하거니와, 당시 신인급이었던 한석규, 최민식이 채시라와 함께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울 달동네에서 신분 상승과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을 그린 이 작품은 시청률 40%를 넘는 인기 드라마였을 뿐만 아니라 작품성까지 뛰어난 수작으로 알려져 있다. 바른생활 사나이 이미지로 인식이 새겨져 있던 한석규를 신분 상승을 꿈꾸면서 시골에서 상경한 제비로, '거친 남자' 이미지가 강했던 최민식을 어리숙하고 순박한 시골 남자로 바꾸는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던 드라마이며, 한석규는 이 드라마의 김홍식 역을 자신의 최고의 캐릭터로 꼽았다고 한다.(인터넷 참조)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채시라(차영숙 역)는 그간의 샤프하고 똑똑하며 트렌디한 이미지를 벗고 달동네에 살면서 신분 상승을 꿈꾸지만 자신이 경멸하던 제비족과 사랑에 빠진 여자로 변신해 물오른 연기력을 보였다.(인터넷 참조)
달동네 빈민가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고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루저이며 열심히는 살지만 희망적인 내용이 없었고, 제비족, 사기꾼이었던 주인공이 끝내 원한을 샀던 꽃뱀의 사주로 린치를 당해서 죽는다는 결말로 당시 주말 드라마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다.(인터넷 참조)
다시, 가수 이희진과 노래 '용서'로 돌아와 이야기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희진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있다. 그만큼 그녀의 역량이나 재능에 비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녀가 숨은 명곡 스물한 번째에서도 다룬 전설의 그룹 '낯선 사람들'의 멤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그녀의 데뷔에서부터 이 노래 '용서'까지 그녀에게 가졌던 의문들이 하나둘 풀리기 시작할 것이다.
https://brunch.co.kr/@bynue/78
이희진이 낯선 사람들 멤버였다고?
혹시 낯선 사람들 1집 멤버에 그녀가 없다는 걸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덧붙이자면(물론 Special Thanks에 이희진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긴 하다), 그녀는 1991~1992년에 낯선 사람들 멤버로 활동했다고 하니, 아마도 우리 노래전시회 4집에 실린 낯선 사람들의 데뷔곡 '무대 위에서(무대 위에)'의 노래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나의 뇌피셜이긴 하지만...
다시 한번 우리 노래전시회 4집에 실린 '무대 위에서'를 들어보면 여성보컬의 여러 음성들이 복합되어 들리는데, 이 중 하나가 이희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zwdnFr0nwJw
사실 이희진의 데뷔는 이보다 이전으로 볼 수 있는데, 예전 Sony사가 주최한 홍콩가요제 결선에 입상한 '꿈속의 새'가 데뷔이며, 이 노래와 '발렌타인 데이'가 수록된 옴니버스앨범인 '행복한 사람들'이 발매되었다. 예상컨대 아마 낯선 사람들 활동과 일부 겹치는 시기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이희진의 '용서'를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굉장히 어둡고도 문학적인 '가사'인데 작사를 한 사람이 바로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 중에 한 사람인, 그리고 '낯선 사람들'의 멤버였던 '이소라'이다.
이소라와 이희진,
이제야 뭔가 퍼즐이 풀리는 듯!
이 곡은 당시 굉장히 드물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이희진이 직접 작곡한 곡으로도 유명한데, 어둡고 긴장감이 넘치는 서울 달동네를 이소라의 문체와 함께 끈적끈적한 소울/블루스의 리듬과 멜로디로 소름 끼치게 표현한 K-Pop 역사상 최고의 명곡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노래는 특유의 장르적 감수성과 멜로디 때문에 보컬리스트를 지망하는 여러 연습생들이 한 번쯤은 넘어야 할 어떤 '목표'와도 같은 노래이기도 한데, 그래서 그런지 오디션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여 노래실력을 평가받는 곡이기도 하다.
일렉피아노의 반주로 시작되는 노래는 Fretless Bass의 전주와 함께 무겁고 긴장되기까지 한다.
이윽고 군더더기 없이 너무나도 깔끔한 이희진의 목소리는 진성과 가성을 넘나들며 노래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데 가사에 따라 틀려지는 보컬 톤들을 함께 즐기다 보면, 마치 노래와 함께 목소리가 춤을 추고 있는 것만 같다.
가사는 듣는 이에 따라서 굉장히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에, 모든 판단은 듣는 이에 맡기려 한다.
다만, 가볍고 즐겁게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가 즐비한 요즘 시대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해석의 여지가 다분한 '용서'와 같이 철학적이고 심오함이 철철 넘치는 가사들을 보게 될 테면, 잊고 살았던 가사를 음미하는 매력에 빠지게 해주기도 한다.
이희진은 이 노래 이후, 드라마 OST 작업과 노래를 주로 하다가, 1997년 1집을 내고 그 이후 프로젝트 그룹인 'The Kitchen'까지 활동을 하게 되는데, 아티스트나 보컬리스트보다는 이승철, 박정현, 성시경과 함께 작곡/작사가로 보다 왕성하게 활동하게 된다. 그녀의 노래, 그 재능이 안타까운 나로서는 많이 아쉽기도 하다.
비 오는 어느 늦은 오후,
찌뿌둥하고 축축한 날씨,
말할 수 없는 고독과 외로움이 찾아든다면,
오히려 이를 즐길 수 있는 이희진의 '용서'를 들어보자.
때론 고독과 외로움이
나를 일으키고 치유하는 약이 될 수도 있으니~!
작사 : 이소라
작곡 : 이희진
노래 : 이희진
이젠 지워졌나
널 원한 죄로 여러 번 머리 숙여야 했던
나 오늘 또 널 허락하려 한다 나나나 나나
취해 널 보던 밤
내 마음대로 말하고 안아버리려 했던
나 오늘 또 지쳐해 하는 널 허락하려 한다 나나나나 나나
이런 일 스쳐가는 것처럼 비난 없이 숨겨지진 않겠지만
잘못이 될 수는 없다고 너의 그녀에게 나 용서를 바래
주저하지 마 거절하지 마 (거절하지 마)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하나 더! 전설의 이희진의 라이브 무대 '이소라의 프로포즈'
https://www.youtube.com/watch?v=Z7ktz9Uu5G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