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16일 차
크리에이터 선정 알림을 12시 땡 하자마자 확인했습니다. 처음엔 보고도 믿지 못했어요. 지금 점심시간이라 눈앞에 식사가 차려져 있는데 영 손이 안 가네요. 밥을 삼키지 않아도 배가 부른 기쁨이 뭔지 알겠습니다.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어요. 자꾸만 중력과 반대로 둥실 떠오르는 기분을 주체할 수 없어서요. 브런치 알림을 집에서 봤더라면 백 퍼센트 끼야호 소리 지르고 춤 췄을 텐데.
그토록 바라던 브런치 크리에이터 배지를 달았습니다.
<글쓰기 활력 충전법>을 발행하고 바로 다음날 접한 소식이라 의미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매일 쓰기의 효과일까요. 브런치가 더 열심히 써보라고 채찍 대신 당근을 주네요.
솔직히 드러낸 적 없지만 저는 크리에이터 배지를 매우 달고 싶었습니다. 필명 아래 연둣빛 배지를 영롱히 빛내는 작가분들이 내내 부러웠거든요. 크리에이터 배지 다는 법을 찾아본 적도 있어요.
노하우를 실은 글들이 저마다 입을 모아 말하는 공통점은 한 가지 분야를 주력해서 쓰고 관련 키워드를 반복해서 달아야 한다더군요. 이런, 저는 글렀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주, 워킹맘, 육아, 가족, 직장, 관계, 심리, 마음 돌봄, 글쓰기. 키워드들이 글 내용과 시류에 따라 중구난방이었죠.
이전 글에서 줄곧 언급했다시피 말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그냥, 쓰는 데 집중하는 요즘입니다. 크리에이터 배지의 선정기준과는 어긋나는 방향이라 기대를 아예 접어뒀어요. 행하지 않을 거면 바라지도 말자. 그렇게 욕심을 비웠습니다. 그럼에도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가요.
"가족" 분야 스토리 크리에이터라는데 조금 민망합니다. 최근에 가족보다 '나' 개인에 집중하는 얘기를 주로 써서일까요. 선정 기준에 어떤 점이 부합했을까 궁금해서 지금까지 올린 57편의 글을 주욱 훑어보았습니다. 가족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담은 글이 총 19편이나 되더군요. 군말할 거 없이 똑 떨어지게 삼 분의 일을 차지합니다. 그만 민망해도 되겠습니다.
앞으로 가족에 대해 더 자주 쓰게 될 거 같습니다. 과거에는 원가족이, 현재는 결혼과 출산으로 일군 가족이 제 삶의 근간을 이루니까요. 지금의 '나'를 들여다보려면 가족 이야기가 빠질 수 없겠지요.
그러려면 더 솔직해질 수밖에 없어서 두렵기도 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솔직해질지, 어떻게 부담스럽지 않게 진실을 꺼내 보일지 고민됩니다. 그렇지만 바로 어제, 썼잖아요? 일단 쓰고 싶은 걸 쓴다고요. 배지를 달았다고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요. 마음먹은 대로 그치지 않고 일단 하면 됩니다.
흥분해서 소감부터 쓰다 보니 점심시간이 벌써 절반이 지나갔어요. 밥이 식어가고 있네요. 이제 그만 쓰고 한술 떠야겠습니다. 잘 먹어야 또 쓸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