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화면 위로 검은 커서가 깜빡인다.
규칙적이고도 무심한 그 리듬은 마치 내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준비되었니?'라고.
0바이트의 빈 공간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종종 얼어붙는다.
첫 문장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이번 주가 지난주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부담이 손가락 끝을 굳게 만든다.
오랫동안 나는 '언젠가'라는 단어 뒤에 숨어 살았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묵직한 돌처럼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공부를 한 뒤에, 혹은 삶이 조금 더 정돈된 뒤에 시작하겠다며 뒷걸음질 쳤다.
완벽하게 설계된 정식 버전을 내놓고 싶어,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지난여름의 입구, 6월의 어느 날이었다.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냥 베타버전으로 살아보자.'
오류가 나면 수정하면 되고, 작동하지 않으면 다시 켜면 되는 소프트웨어의 시험판처럼,
내 글과 내 하루도 그저 가벼운 실험으로 여겨보기로 한 것이다.
그날 처음으로 하얀 화면에 투박한 첫 문장을 새겼다.
그 문장은 결코 완벽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0'은 아니었다.
월요일은 일주일이라는 프로그램의 베타버전이 실행되는 날이다.
우리는 오늘 하루가 오류 하나 없이 매끄럽게 돌아가길 바라지만,
사실 월요일은 가장 많은 버그(Bug)가 발견되는 날이기도 하다.
주말의 여운이 시스템 곳곳에 남아 있고,
예상치 못한 업무의 충돌이 일어나며,
의욕은 가끔 예기치 않게 종료된다.
그럴 땐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말해주면 어떨까.
"괜찮아, 오늘은 베타버전이니까."
베타버전의 미덕은 완벽함이 아니라 '피드백'에 있다.
오늘 좀 서툴렀다면 그 지점을 기억해 두었다가 화요일의 패치에 반영하면 된다.
계획했던 일을 다 하지 못했어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실행'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한 성공이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최신의 상태가 된다.
이제 다시 커서를 본다. 깜빡이는 빛은 더 이상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분 좋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어떤 문장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오류조차 환영한다는 너그러운 초대다.
오늘 당신의 월요일은 어떤 모습인가.
모든 기능이 갖춰진 완벽한 정식 판이 아니어도 좋다.
조금 삐걱대고 서툴러도, 당신의 고유한 엔진을 가동하기 시작한
그 베타버전의 하루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월요일은 결론을 내는 날이 아니다.
기꺼이 첫 문장을 써 내려가며, 나라는 사람의 새로운 버전을 조심스럽게 실행해 보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