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활짝 열고, 초봄의 공기를 만끽하며 깊은 숨을 쉰다.
창밖의 공기는 여전히 서늘하지만 햇살은 한결 다정한 손길을 내밀고,
차가운 바람 끝에 묻어온 어렴풋한 흙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계절이 제 속도로 문턱을 넘고 있다는 신호다.
재촉하지 않아도 봄은 시나브로 우리 곁으로 스며들고 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우리는 종종 마음의 온도를 성급히 높이곤 한다.
작년 6월, 베타버전으로 실행해 보자는 결심으로
글쓰기를 시작한 직후의 내 마음이 그랬던 것 같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은 마음을 과열시켰고,
뜨겁게 달궈진 문장들은 금세 말라버려 생기를 잃어갔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오래 머무는 것들은 대개 소란 없이 곁에 있었다.
낡은 책상의 모서리에 밴 나무 향기, 서랍 속 오래된 필기구의 익숙한 감촉,
매일 같은 시간에 창가를 찾아오는 낮은 햇살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은 나를 태우지 않았고, 나를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저 체온과 비슷한 온도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나와 섞여 들었을 뿐이다.
잉크 한 방울이 물속에서 번져나가는 모양을 본다.
억지로 휘젓지 않아도 잉크는 제 결을 따라 우아하게 영토를 넓힌다.
어떤 일을 오래 지속한다는 건, 그 번짐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끓어 넘치는 열정으로 단숨에 물들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스며들어 마침내 제 색깔을 찾는 과정 말이다.
스미는 것들은 서두르지도, 뜨겁지도 않다.
과열된 열망을 가라앉히고, 뜨거워진 머리를 서늘한 봄바람에 식힌다.
펼친 손바닥 위로 가볍게 내려앉는 공기의 무게를 느껴본다.
손에 힘을 빼자 비로소 연필 끝이 종이 위를 스치듯 나아간다.
서투르면 서투른 대로, 흐릿하면 흐릿한 대로.
부러지는 법 없이 미지근하게나마 흔적을 남긴다.
미지근한 것이 오래간다.
오히려 데지 않을 만큼의 다정한 온기가 우리를 더 멀리,
더 깊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당신의 월요일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급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당신의 체온만큼, 딱 그만큼의 편안한 온도와 속도로
삶에 스며드는 하루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