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들여쓰기

여백으로 시작하기

by 로움

글쓰기에서 들여쓰기는
문단의 시작을 알리고
글의 흐름을 정돈하는 장치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에서
월요일은 들여쓰기의 날이다.

들여쓰기의 여백처럼

월요일의 플래너는 여백으로 놔둔다.


일주일을 새로 시작하는 월요일.
의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날에는
비장한 결심이나 다짐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이어트, 성실, 생산성, 갱신된 삶 같은 것들.


하지만 보통의 사람인 우리에게

월요일의 몸은 아직 주말에 걸쳐 있다.
수면 리듬은 어긋나 있고
감정은 미처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세운 결심은
대개 과도하고, 비현실적이며
무엇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월요일의 여백은 이런 점에서 효과적이다.

마치 들여쓰기로 시작한 문장이
그 여백으로 인해 글의 시작을 알리고
문단의 흐름을 정돈하듯,
여백으로 남겨둔 월요일은
다가올 한 주를 조망하고
리듬을 가다듬는 여유를 선물한다.


비워둔 플래너는
거창한 다짐 대신
흐트러진 일상을 제자리로 부르는 일들로 채워진다.


주말 동안 늦춰졌던 잠을
조금 일찍 자는 것으로 돌려놓고,
불규칙했던 식사를
제시간에 먹는 것으로 회복한다.
흐트러진 책상을 정리하고
밀린 설거지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창문을 연다.

월요일에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아도 괜찮고
업무에 집중이 덜 되어도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오늘은 완료 체크를 해야 할
to do 리스트가 없으니까.


중요한 건 들여쓰기 해 둔 여백을 틈 타
일상의 리듬 안으로 몸을 들여놓는 일이다.

루틴은 의지의 산물이라기보다
몸의 기억에 가깝다.
같은 순서로 움직이고
같은 리듬으로 하루를 건너다보면
삶은 다시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을 내민다.


월요일은 무언가가 되기 위해 애쓰기보다
이미 살아오던 나로
돌아오는 시간이면 족하다.
주말 사이 잠시 멀어졌던 일상과
다시 손을 맞잡는 시간.


혹시 월요일마다
너무 많은 다짐을 안고 시작하고 있다면
오늘부터 만나는 월요일들은
문장을 들여쓰기 하듯
그냥 여백으로 남겨두면 어떨까.


이번 주를 바꾸겠다는 결심 대신
한 주의 일상을
무사히 회복하겠다는 마음으로.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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