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생각_명절

by 서울

남편의 가문은 이 씨 왕조의 혈통이다.

결혼을 하고 보니 완전히 유교 집안이었다. 그래서인지 제사가 집안에서 가장 중요했다.

심지어 결혼 승낙을 받는데 제사를 할 수 있냐가 필수 요소였다.

명절이나 제사 때면 힘이 들었다. 그걸 13년 정도 했던 것 같다.


나는 막내며느리다.

아주버님 댁에서 제사를 했는데 제사 때마다 좋은 기억은 없었던 것 같다.

밤에 돌아오는 차에서 남편과 다퉜던 기억이 있다.

이후에 우리가 미국으로 잠시 이사를 갔었다.

4년 만에 한국에 돌아오니 큰집에서는 제사가 사라져 있었다.

일할 사람(그러니까 나)이 없어서 더 이상 안 하는 것 같은 합리적 의심을 해봤다. 그런 결정을 한 이유는 묻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렇게 중요한 제사가 왜 갑자기 '없어질 정도의 것'으로 바뀌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제사라는 것이 표면적으로는 어른을 공경하고 조상을 섬기는 순수한 의도겠지만

가정 내에서 어느 정도 중심 권력을 유지시켜 주는 장치였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일이나 하는 처지였다.

어리기도 했고 시키니까 하긴 했었지만 뭔가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곤 했었다.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가부장적인 권위의 상징이고 시스템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는 여자가 제사상을 차리느라 지쳐야 할 만큼 힘이 없는 존재도 아니다. 시킨다고 고분고분 따르지도 않을 것이다. 제사 때문에 가정의 평화가 깨지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자연스레 없어진 걸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때마침 코로나까지 발생하면서 모임 자체를 꺼리게 된 것도 한몫했다.

내가 사회학자는 아니지만 나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시댁 가문에서는 남편을 포함한 일부 자손들이 시골에 가서 시제도 하고 벌초도 하고 나름 유교 사상을 지키고 있긴 하다. 남편은 날이 갈수록 시아버님을 닮아가는 것 같다.

그것마저도 아마 남편 세대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 명절에는 회사에서도 시니어라고 근무지정을 안 했다. 나의 직장은 365일 업무체제라 입사 이후 이런 긴 연휴는 낯설다.

젊은 시절에는 시댁에서 일도 하고 애도 보고 일터에도 나가고 정말 바빴는데 말이다.

추석을 앞두고 정신없이 바빴던 그 시절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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