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형제들
장례식을 마치고 나에게 껄끄러운 숙제가 생겼다.
상속을 위해 그동안 연락을 끊고 지낸 형제들(자매들이 정확한 표현이지만 여기서는 형제들이라 표현하겠다.)에게 연락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나는 딸 셋 집안의 둘째 딸이다.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 이혼하셨다. 부모의 이혼은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했다.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대학을 졸업했고 20대 초반에 나의 반려자를 만나 결혼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홀어머니와 형제들과 지내던 때, 가족들은 모두 나의 결혼을 반대했었다. 갈등 끝에 나는 가족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
22년 전 이야기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그 형제들에게 다시 연락하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괴로웠다.
그러나 새어머니는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형제들을 만나 잘 지내라고 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아버지도 나의 형제들을 30년 이상 보지 못한 채로 돌아가셨다.
사실 그동안 연락처마저 모른 채 살아왔다. 그동안 한 번도 찾아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sns를 찾기 시작했는데 잘 나오지 않았지만 한 sns에서 낯익은 이름 하나를 찾았다.
아버지 돌아가신 지 보름 만에 형제들과 연락이 닿았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이내 곧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아버지의 남겨진 땅이 있다고 설명해 주었고 새어머니의 존재도 알리게 되었다.
이야기는 어려움 없이 흘러가는 듯했다.
그 당시 나의 남편과 아이들은 내가 잃었던 가족을 만난걸 너무나 기뻐해주었다.
새어머니도 내가 형제들과 잘 지내길 바랐다.
우리는 상속재산 협의를 위해 주로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이야기하였고 나의 직장 근처에서 만난 적도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별 탈없이 남은 일들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내 형제들은 재빠르게 상속재산조회를 하였고 언제 얼마가 누구에게 갔는지 모두 파악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상속재산 조회조차 신청하지 않고 있을 때였다. 사실 그게 뭔지를 몰랐다. 정말 바보 같았다.
그리고 만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사전 증여에 관해 소송을 해야겠다고 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무슨 소송이야' 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감정의 동요를 최대한 숨기려고 했다.
그사이 언니는 법학 석사를 취득하였다고 했다. 변호사는 아니었지만 법 전문가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추후에 작성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는 언니가 작성하는 걸로 하였다. 그때는 언니가 법을 잘 알아서 소송얘기를 하나 싶었다.
이후 어머니가 장례 직후에 인출한 돈과 자라나고 있던 농작물에 대해서도 집요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에게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 형제들은 어머니에게 수시로 전화하여 농지 수확물과 판매처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한 번은 어머니가 나에게 전화해
"얘들을 자꾸 수매자 전화번호 달라, 누구누구 전화번호 달라 계속 전화하네. 제발 그러지 못하게 해 줘"라고 하소연하셨다.
내색은 안 했지만 그들의 이상한 조짐에 점점 불안했다.
그럼에도 감정을 억누르며 우리는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부정확한 협의서를 작성하던 시간이었다.
이것이 우리의 6개월간의 짧은 재회였다.
<법률 팁>
연락 안 되는 상속인, 어떻게 해야 할까.
연락이 안 되는 상속인들.
가족 내 사정으로 연락이 안 되는 상속인 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상속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다만 법원의 힘을 빌려야 한다.
합의가 안 되면 법원이 나선다
상속재산을 나누기 위해서는 모든 상속인의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연락 자체가 되지 않으면 협의는 불가능하다.
이럴 땐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청구'를 신청한다.
소장을 제출하면, 법원이 연락이 닿지 않는 상속인에게 송달을 시도한다.
만약 끝내 연락이 안 된다면?
‘공시송달’이라는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공시송달, 그들도 법적으로 통지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공시송달은 법원 게시판과 인터넷에 서류를 게시하는 방식이다.
게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법적으로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된다.
그 사람이 보았든 안 보았든,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
이 제도가 있기에, 일부러 연락을 끊는다고 해도 소송을 막을 수는 없다.
상속 문제는 단순한 재산 분배가 아니다.
채무와 세금 문제도 함께 얽혀 있다.
누군가의 연락 두절로 인해 중요한 절차를 놓치면,
남은 이들이 떠안아야 할 책임이 커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