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 책 에세이 글쓰기 프로젝트 2기, 출판으로 맺은 글담
쓰는 사람들이 만난다는 것은, 각자의 삶이 서로의 문장을 건네는 일이다. 지난 12월 13일, 당진시립중앙도서관 4층 ‘와글와글시끌벅적’에서는 그렇게 건네진 문장들이 한 권의 책으로 응답하는 시간이 열렸다. 글담동인 1인 1 책 프로젝트 2기 회원들이 함께 써 내려간 창간호 출간을 기념하는 출판기념회였다.
이날 자리에 놓인 것은 거창한 장식보다 오래 준비해 온 마음들이었다. 꽃다발과 책, 그리고 현수막 아래 나란히 소개된 동인들의 이름과 얼굴. 테이블 위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조심스레 독자를 기다리고 있었고, <글담>이라는 이름처럼 글로 마음을 담아 나누는 공동체의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글담> 동인 9명은 배지영 작가를 만나 2024년 ‘1인 1 책 프로젝트’ 글쓰기를 함께한 2기 회원들이다. 지난 3월, 각자의 삶에서 길어 올린 문장 하나를 품고 시작된 글쓰기는 매달 이어진 만남과 합평을 거쳐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다짐은 혼자일 때보다 더 느렸고, 때로는 더디게 나아갔지만, 함께였기에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글담 동인들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인 곳, 각자의 이야기가 서로를 둘러싸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을 지향한다. 세대와 직업, 삶의 결은 달랐지만 글 앞에서는 모두가 초심자가 되었고, 서로의 문장을 읽는 순간에는 가장 성실한 독자가 되었다. 매달 이어진 글쓰기와 합평의 시간은 서툼을 견디는 연습이었고, 동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훈련이었다. 그런 과정은 어떤 기술을 익히는 시간이기보다 삶의 태도를 배우는 시간에 가까웠다.
창간호에 실린 글들 또한 저마다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되었지만, 공통적으로 삶을 통과해 온 언어의 진정성을 품고 있다. 암투병 이후의 일상을 견디며 써 내려간 기록, 일상의 균열을 마주한 성찰, 관계와 감정의 미세한 결을 포착한 문장들이 한 권의 책 안에서 조용히 대화를 나눈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동인들이 느낀 소감 또한 이 책의 같은 맥락에서 이어진문장이다.
“혼자였다면 외로웠을 글쓰기가 글담을 만나 함께하는 응원이 되었다”며, 각기 다른 이야기 속에 ‘내가 있고 당신이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 구름마중
“글의 끝은 언제나 또 다른 시작을 품고 있다”며, 함께 나눈 문장들이 <글담>이라는 이름 아래 출판으로 이어진 데 대한 깊은 감사를 전했다. - 김정아
“창간호에 참여하며 뜻깊은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며, 함께하는 동료가 글을 쓰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임을 깨닫게 해 준 글담에 고마움을 전했다. - 김카타
“서툴더라도 꾸준히 나아가는 힘을 동인들을 통해 얻었다”며, 따뜻한 격려와 지지 속에서 첫 책이 완성될 수 있었음을 돌아봤다. - 김효순
“각자의 서랍 속에 있던 마음을 열어 글담에 기대어 나눈 글들이 독자의 가슴에 스미길 바란다”며, 자연의 품으로 한 발 내딛는 마음으로 창간호의 출발을 응원했다. -소담
“매달 함께 쓴 글들이 글담이 되어 뿌듯하다”며, 독자들이 마음에 닿는 이야기들을 담아가길 바랐다. -우비
“매달 한 번씩 당진까지 1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왔다. 글이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였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은진
“글쓰기의 끝맺음은 시작의 다른 이름”이라며, 그 과정을 글담과 함께여서 덜 외롭고 행복했다고 전했다. -주현정
이호진 부회장은 “글을 함께 나눈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는 과정이었다”며, 이 창간호가 독자의 하루에 작은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미경 회장은 “매달 한 번, 당진까지 왕복 100km가 넘는 길을 달려왔다. 거리보다 컸던 것은 글에 대한 애정과 사람에 대한 마음이었다”며 “좋아하는 글을 매개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기에 이 시간이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개인의 기록이 공동의 언어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달까. 2025년의 출판기념회는 결과보다 과정의 깊이가 먼저 떠오르는 자리였다. 각자의 삶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은 함께 읽고 다듬는 시간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공공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열린 자리는 글쓰기와 출판이 특별한 사람들의 성취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의 일상 속에서도 "여러분들도 에세이 작가가 될 수 있어요"라고 설렘과 희망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글담 동인은 이번 창간호 출간을 계기로 (2026년에도) 지속적인 동인 활동과 정기적인 글쓰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작은 글이 모여 책이 된다’는 취지 아래 운영되는 글담은,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와 삶의 경험을 지닌 시민들이 글을 쓰고 나누며 함께 성장해 온 지역 글쓰기 동인지다. 현재 글담은 두 번째 장을 함께 써 내려갈 새로운 참여자를 모집 중이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시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글담의 문장들은 말한다.
혼자 써도 좋지만, 함께 쓰면 조금 덜 외롭다고.
그리고 그 문장 끝에는 언제나,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