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300장에 담긴 선택과 집중

서야고 1학년 1반, 축제 수익을 이웃의 온기로 잇다

by byspirit

서야고등학교 안능수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급 회의를 거쳐 연탄 나눔을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였다. “기사로 한 번 남겨줄 수 있을까요?”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나는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요즘 청소년들에게서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선택이 자연스럽게 나오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 기특했고, 솔직히 말하면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오마뉴스에 (채택되길 바라며) 남기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작은 선택 하나가 누군가의 겨울을 바꾸는 순간이 있다. 성금 봉투를 건네는 일 역시 분명한 나눔이지만,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면 가장 필요할지를 고민하고 직접 움직이는 과정은 삶 전반으로 이어지는 배움의 디딤돌이 된다.

충남 당진시 서야고등학교 1학년 1반 학생들은 '기부를 했다'는 결과보다, 어떤 방식이 지금 가장 필요한가를 묻는 선택에서부터 나눔을 시작했다. 지난 1월 5일 오후 5시, 서야고등학교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합덕 지역 내 한 가구에) 연탄 300장을 전달했다.


이번 활동은 1학기 축제 간식 판매 수익과 연말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모은 30만 원을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의미 있을지를 두고 진행된 학급 회의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은 단순히 성금을 전달하는 대신, 일상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자는 데 뜻을 모았다. 그렇게 선택된 것이 연탄 기부였다. ‘돈을 쓰는 일’이 아니라‘필요한 곳에 정확히 닿게 하는 일’에 방점을 둔 결정이었다.


이번 활동을 제안하고 준비를 주도한 문주원 학생은 합덕 연탄 가게와 합덕읍사무소 복지팀에 직접 연락해 지원이 필요한 가구를 연계 받았다. 연탄 수량을 조율하고, 전달 일정까지 조정하는 전 과정을 학생 스스로 책임졌다. 당일 현장에서는 연탄 가게 사장님이 연탄을 차량으로 대상 가구 대문 앞까지 운반해 주었고, 1학년 1반 학생 10명은 줄을 맞춰 트럭에서 마당 안쪽 창고까지 연탄을 옮겼다.


연탄 하나하나에 겨울을 건네는 마음이 실려 있었다.약 40분간 이어진 작업 시간 동안 현장은 조용했다.누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아도, 선생님과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속도에 맞춰 움직였다. 연탄을 건네고, 받아 옮기는 손길 하나하나에는 서두름도 과장도 없었다.그저 묵묵히, 그러나 분명한 마음으로 이어진 시간이었다.

문주원 학생은 "소액이지만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는 기부가 될지 고민하다 연탄 기부를 제안하게 됐다"며 "사소한 선택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친구들이 기꺼이 함께해 줘서 더 뜻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연탄을 나른 구형준 학생은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이 일이 누군가의 겨울을 따뜻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에 오래 남았다"며 "앞으로도 이런 봉사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서야고등학교 류주현 교장은 "학생들이 스스로 논의하고 기획해 실행까지 이어간 점이 매우 대견하다”며 “이웃을 배려하고 온정을 나누는 경험을 통해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학생들로 자라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능수 부장교사는"이번 연탄 봉사는 교사가 지시해서 이루어진 활동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해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며 "교실 안에서의 논의가 지역 사회로 이어지고, 자신의 선택이 누군가의 삶에 실제 도움이 된다는 경험은 교과서로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배움"이라고 덧붙였다.이어 "나눔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탄 기부는 금액으로만 보면 크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연탄 300장은 교실에서 시작된 고민이 지역의 삶으로 이어진 결과였다. 학생들은 마음을 나누는 현장을 통해 '한 번의 행사'가 아닌,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배웠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과 집중은 이번 겨울, 분명 이웃들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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