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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은성 Nov 14. 2020

집순이

혼자 살아내는 즐거움을 알다

나이가 들수록 별로 노력하지 않고 싶은 것들이 많아진다. 코로나의 여파도 여파지만 바디 프로필을 찍겠다는 명목 하에 거의 약속은 잡지 않는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탓에 매주 약속이 꽉 꽉 차 있던 내가 집순이가 된 것.

처음에는 조금 두려웠었다.

사람들과 멀어지면 어쩌지, 외로우면 어쩌나.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고 혼자만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혼자 행동하는 것이 전혀 외롭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여기서부터 나의 고민은 시작이다.

혼자만 있다 보니 관계의 감정 쏟을 일이 없고 내 마음대로 움직여도 되고 누군가를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에 익숙되다 보니 가끔 환기를 하러 사람들을 만날 때 편한 사람들 빼고는 만남이 불편해지고 있다. 특히 어정쩡하게 친하거나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사이 일 때 굳이 할 말이 없고 예전에는 나서서 말을 걸고 분위기를 이끌어갔다면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아 진다. 


 시간을 나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


어쩌면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이 안에서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야 하는가 숙제이다.

좋은 것은 외로움을 워낙 많이 타서 남자 친구가 끊긴 적이 없었고 고민이 있으면 친구들에게 털어놓고 위로받고 술에 의지했다면 이제는 혼자 해결할 수 있다. 종교가 있기에 신에게 의지하는 것도 있고 나 혼자 스스로 마음에게 물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아무는 감정들이다.


가끔은 술도 한잔하고 친구들과 왕창 수다도 떨고 싶지만 몇 시간의 통화로 해소를 한다.

그런 친구들이 있음에 참으로 감사한 날들이다.


어차피 떠나갈 것들은 떠날 것이고 
지나갈 것들은 지나갈 것이다.


연연하고 마음 쓸 나이가 아니란 것을 새삼 느낀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더 들었을 땐, 더 많은 것을 노력하지 않으려 하겠지.


예전에는 척척박사 같던 아빠가 나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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