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파란띠 (1)

나는 그날 어쩌다 주짓수 도장으로 향하게 되었나

by bythewind

격기 운동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입문 때는 검은띠가 목표지만, 사실 그 운동은 검은띠부터 시작이라고.


나의 목표는 파란띠였다. 주짓수 파란띠를 따서 격기 운동에 적응한 후, 사람을 메치는 유도로 넘어가려고 했다. 물론 격기 운동에 대해 체득한 것이 없는 단계였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액션을 즐겨보는 편은 아닌데, 전도연이 액션영화를 찍었다고 해서 <길복순>을 봤을 즈음이었다. 총도 많이 쏘고 몸싸움도 많이 나오는 영화였다. 유도를 오래 한 친구가 그런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액션은 유도의 업어치기가 기본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하니 사람을 들거나 메쳐서 바닥으로 내동댕이 치는 대부분의 동작이 유도 기술이라는 게 조금 이해가 됐다. 그렇다고 그걸 내가 해 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지, 왜 안 돼? 안전하게 배울 수 있는 환경에서 차근차근 따라하다보면 나도 저렇게 누군가를 메쳐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유도는 어려우니 주짓수부터 해보라고 권했다. 유도 기술 중 바닥에서 하는 부분을 심화 발전시킨 운동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내가 들은 설명은 이랬다) 공중에서 크게 떨어지는 동작 대신 바닥에서 상대를 넘기거나 제압하는 운동이고, 덜 무섭고 상대적으로 배우기 수월할 거라는 말이었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이쯤 되니 이 운동이 궁금해졌다. 오래전에 검도를 일 년 정도 해봤으니 도복을 입고 하는 운동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다른 도구 없이 도복을 입은 사람을 손으로 직접 잡고 들었다 놨다 하는 운동(이때 내가 이해한 격기의 정의는 이 정도였다)은 처음이었다. 그때 즈음 하고 있던 운동은 웨이트, 요가, 달리기 처럼 주로 혼자 하는 운동들이었다.


지도앱을 열고 주짓수라고 입력하니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도장이 있었다. 무료 체험이 가능하다는 반가운 안내도 있었다. 유도를 설명하다가 주짓수를 권하게 된 친구는 남는 게 있다며 도복까지 가져다주었다. 이쯤 되니 저 도장의 무료 체험은 나를 부르고, 친구가 준 유도복은 내 등을 밀고 있었다.


운명에 순응하는 마음으로 혹시 모르니 문자로 문의를 넣었다. 이 날은 수요일이었는데 사람이 제일 많은 날일 수도 있고, 수업 시간 중에 내가 고른 시간이 유난히 바쁠 수도 있고, 무슨 이유든 오늘은 도장 사정상 곤란할 수도 있지 않은가.


안녕하세요~ 주짓수 체험하려면 오늘 수업시간 맞춰서 가면 되나요? 아니면 조금 일찍 도착하는 게 좋을까요?
수업 10분 전까지만 오시면 됩니다^^ 오늘 오시나요?
네 목표는 그렇습니다... 유도 도복이 있는데 가지고 갈까요 그냥 편한 옷을 입을까요?
가지고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장님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또 나만 쓸데없는 걱정이 많았다.


도복을 맨살에 입으면 살이 쓸릴 수도 있으니 레깅스와 속티를 챙겨 입으라는 친구의 조언대로 웨이트 할 때 기본 복장인 레깅스와 쫄티를 입고, 그 위에 헐렁한 긴 티를 걸치고 도복을 챙겨 도장으로 향했다. 1층에는 족발집, 2층에는 횟집이 있는 건물의 3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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