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파란띠 (2) - 주짓수 일일 체험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줘요

by bythewind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일일 체험을 하면 도복도 빌려주신다. 어떻게 알게 되었냐면 내가 다섯 명 정도 꼬셔서 체험을 시키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 도장은 체험비가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구경삼아 와보라고 권하기 좋았다. 도장에 따라 체험자도 3만원 정도 하는 일일권을 끊어야 하는 곳도 있다. 비용이 있든 없든 등록을 고려한다면 체험을 해보는 게 좋다.


여튼 1층 족발집, 2층 횟집을 지나 도착한 3층에 위치한 도장은 직사각형 형태였고, 경기 중에 찍은 것으로 보이는 관장님 사진이 한 쪽 창문을 꽉 채우고 있었다. 4면 중 좁은 벽 하나는 거울로 되어있어서 이따 도복 입은 셀카를 찍어야지 마음먹었다.


관장님은 웃음이 많거나 다정하신 편은 아니었다. 지금은 내가 아는 따뜻한 중년 남성 10인을 꼽는다면 제법 높은 순위로 랭크되실텐데, 그 날의 인상은 그랬다. 띠를 묶을 줄 몰라서 관장님께 가지고 갔다. 관장님은 웃지도 울지도 반갑지도 편하지도 않으신 얼굴로 띠를 묶어주셨다. 하긴, 나도 처음보는 아저씨 앞에서 처음 입어보는 도복을 걸치고 양 팔을 옆으로 뻗고 서있자니 어색했다. 관장님도 초면인 중년 여성 허리춤에 흰띠를 묶어주면서 뭐 그렇게 웃을 일이 있으셨겠나. 일이려니, 하셨을 것이다. 그런 표정이었다.


도장에 들어갈 때는 '체험해보고 안 맞으면 말지 뭐'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이 운동과 이 도장의 첫인상이 무척 좋았던 모양이다. 체험을 다녀와서 오래 고민하지 않고 한 달 등록을 했다. 엄청나게 강력한 매력을 느꼈던 건 아니지만 특별히 불편하거나 거슬리는 게 없었다. 운동이야 늘 뭐든 하나는 하고 있으려고 하는데 그 때 하던 운동의 재미가 시들하던 차였고, 주짓수와 도복 운동의 새로움은 확실한 매력이었다. 등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지나고 생각하니 운이 좋았다. 그 날 완전 초보인 나를 상대해준 분은 여러 운동을 병행하고, 몸쓰기를 잘하면서, 다치지 않고 적당히 운동하기가 중요한 목표인, 그리고 새로운 여성 관원을 같이 운동할 잠재 파트너로 환영하며 맞아주는 분이었다. 특별히 불편하거나 거슬리는 게 없었던 건 팔할이 이 분 덕분이었을 것이다.


한 시간 정도 뒹굴다 보니 웃을 줄 모르는 것 같았던 관장님 얼굴에 '아 이 사람은 이게 웃는 얼굴이구나', 싶은 순간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전체 관원 성비도 여성이 절반 조금 못 미치는 정도라 만족스러웠고, 무엇보다도 주짓수라는 운동이 생각보다 할만 해 보였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나에게도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넸고, 저녁 시간에 온 초중등 학생들은 스스럼없이 성인 관원들과 어울렸다. 나도 인사 잘하고 남들 하는대로 하면 이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왕초보 주짓수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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