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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Oct 19. 2021

내 욕심일지도 모르지만,

중성화 수술은 필요해.

 유부와 지내고 나서부터 자연스레 관련 검색이 늘고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내 SNS 계정엔 관련 피드가 속속 보이기 시작했다. 강아지 용품을 시작으로 사료, 간식, 입양 관련 글들. 몇 번 눌러본 기록이 남았는지 입양 관련된 피드는 곧잘 눈에 뜨였다. 국내의 각 보호소에서 애타게 가족을 기다리는 손길들. 유부와 비슷한 얼굴이 보이면 일부러 찾아 눌러보기도 하고 마음을 누르기도 하면서 그들의 무사와 행복을 기도했다. 부디, 다음 달에도 무사히 사진으로 만날 수 있게 해 주세요-


 전국의 보호소의 강아지들을 보다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보호소가 궁금해졌다. 당장 지금은 어렵지만 유부가 좀 더 크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집을 지킬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나도 산책 봉사나 청소 봉사 같은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가까운 곳에 있는 보호소를 찾아 팔로우하고 상황을 보면 되겠네! 몇 번의 검색 끝에 지역 내의 보호소 SNS를 찾았고, 관련 피드들을 한눈에 살펴보았다. 


 아...? 뭐지 이건? 내심 당황할 수밖에 없는 사진들. 유부와 비슷한 얼굴, 비슷한 크기, 비슷한 분위기의 강아지들이 이 SNS에 너무 많다. 그중에 하나를 클릭해 내용을 살펴보니 개농장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엄마와 아기 강아지들이 우르르 입소한 사례라고 소개되어 있다. 속에서 울컥하는 뭔가가 올라오고 코끝이 매워졌다. 아직 어린아이들도 있지만 성견이 되었을 경우 중형견이나 대형견으로 자랄 아이들인지라 입양 문의는커녕 임보도 쉽지 않은 듯, 반복해서 사진이 올라온다. 공고기간이 끝나면 안락사라니. 유부와 함께 태어나거나 지냈을지도 모르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내가 할 수 있는 건 유부를 케어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고작. 


 중성화 수술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을 때 4-6개월 정도면 중성화 수술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중성화 수술은 내 삶의 영역에서 나와 공존하기 위해서, 유부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지만 결심이 서지 않았다. 이래저래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뒷감당은 생각지도 않고 무책임하게 가만히 있었다. 유부는 내 눈에 예쁘기만 한 아이지만 세상엔 유부와 같은 모습으로 태어나 철창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어디선가 사람들은 나쁜 목적으로 유부와 같은 아이들의 개체수를 끊임없이 늘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그런 아이들을 구조해 제발 살려달라고 목이 터져라 외친다. 


 전화로 수술 예약을 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은 오래 걸리지 않지만 마취가 깨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며 2-3시간 정도를 말씀하신다. 수술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 앞으로 가자 넥 카라를 하고 유리문 앞에서 처량하게 앉아있는 유부가 보인다. 앞으로 달려가자 어디 갔었냐는 듯 펄쩍 뛰어오르는 유부. 수술한 부위를 핥을 수 있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는 넥 카라를 해야 한다고 한다. 답답하겠지만 조금 참아볼까? 


 수술을 잘 끝낸 유부를 위해 닭가슴살을 삶았다. 호군이 옆으로 와, 한 점 두 점 닭가슴살을 집어 먹는다. 자기도 먹기 힘든 고기를 먹는다고 질투하는 호군. 그래, 그 먹기 힘든 고기 오늘 다 같이 먹어보자. 


 치킨 시켜!


아프지마 유부, 백 번을 쓰다듬어도 더 쓰다듬고 싶은 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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