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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Jul 31. 2020

무작정 부동산을 찾아갔다

결혼 5년 차 부부의 이사

 “이사는 늦어도 됩니다. 다만 계약을 8월 중으로 할 수 있을까요?”


 1월에 당첨자 발표를 했다는데 6월에나 연락을 한 경기도시공사가 한 말. 아유뭐, 시간 많지- 하고 당첨 사실에 신나서 춤을 추다가 그럼 주말에 바로 부동산이나 한 번 가볼까 싶어 시간을 냈다. 네이버 부동산이며 직방 등에 우리가 살고 싶은 동네에 나와있는 전세 매물을 검색하고 어느 부동산에서 그 매물을 올렸는지 확인한 뒤 토요일 오전, 느긋하게 밥을 먹고 부동산으로 향했다. 지난번 새로 생기는 옆동네 구경이나 할까 해서 갔다가 여차저차 집은 한번 훑어본 경험이 있는지라 이번에도 비슷하겠지 싶어 방문했는데… 


 “집 내놓고 오세요. 지금 봐봤자 소용없어. 집주인이 제발 계약할 사람만 데리고 오래”

요런 말씀을 하신다. 음? 이사는 9월을 생각하고 있다지만, 그래도 집을 구경하러 왔다고 하는데, 매물은 얼마나 있는지 요즘 집 구하기가 쉬운지 어려운지 뭐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집도 구경시켜주고 이러는 거 아니었나? 지난번 갔던 부동산에서는 그랬는데? 여기는?? 이상하다?? 하고 복잡한 기분으로 앉아있으려니 계속 같은 태도로 말씀하신다. 


 이사 가려면 멀었는데 뭐 벌써부터 보려고 하냐, 경기도시공사랑 계약하는 거 쉽지 않다 요즘 어느 집주인이 거기랑 계약하려고 하느냐, 집 나가지도 않았는데 집부터 덜컥 계약하면 그 돈 어디서 마련하려고 하느냐... 등등.  부동산 아저씨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말씀이라고 생각하셔서 ‘조언’해주신 것일 테지만 듣는 우리들 입장에서는 유쾌하지 '않은' 경험. 조언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 얘길 해야 조언이지, 집도 안 나갔으면서 왜 왔냐고 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들을 생각은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겁주는 이야기들. 집주인들이 귀찮아하고 서류 작성하는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계약을 꺼린다 등등의 말들에 못 견디게 불안해졌다. 보고 싶었던 집은 구경도 하지 못한 채 어떡하지? 하고 서로 얼굴만 바라보다 동네 부동산 한 곳에 더 가보기로 했다. 


 이번엔 경기도시공사 얘긴 처음에 꺼내지도 않고 우리 예산에 맞는 집을 찾으러 왔다고 하니까 사장님께서 대뜸 어 이 근처에 하나 있어. 지금 보러 갈 수 있는지 물어봐 줄게요~ 하더니 전화를 하신다. 너무 다른 반응에 얼떨떨하고 있으려니 집주인 분과 통화를 하였는데 외출 중이시라며 집 구경은 어려울 것 같다고 다음에 다시 오라고 말씀하신다.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조심스레 경기도시공사 통해서 계약하려고 하는데요,라고 말씀드리니- 역시 아유 집주인들은 그거 싫어하는데… 뭐 어쩌겠어. 내가 잘 설명해야지. 하고 쿨하게 넘어간다. 마땅한 집은 구경하지 못했지만 방문한 두 부동산의 전혀 다른 태도를 보며 부동산 잘 만나는 것도 복이고 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번호를 남기고 인사를 드리고 나와 오빠와 오늘 부동산 방문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얘기를 나눴다. 집을 구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려봤자 이사 날짜가 8월~9월이라는 말에 생각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여주지 않고, 동네에 거주하는 사람 중에 9월 중 근처 아파트로 이사 가는 집이 꽤 있다는 얘길 들어 적당한 집은 금방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집이 빠지는 것. 9월에 이사 갈 사람들이 한꺼번에 집을 내놓는다면 우리 집 역시 다른 매물들과 함께 나와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빠질 수 있을는지 걱정이 되었다. 집을 구하는 것도 급하지만 집을 내놓는 것도 일이겠다, 싶어 주인아저씨께 현재 우리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말씀드려야 했다. 혹시 우리 집을 전세로 돌려주실 수도 있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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