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 차 부부의 이사
부동산 관련 방송을 잠깐 봤다. 거길 보면 부동산 계약 노하우라고 이런저런 팁들을 안내해 주신다. 화장실에선 이런 걸 체크해 보세요, 방문은 낮에도 하고 밤에도 하시는 게 좋습니다 등등... 그중 하나가 구경한 집이 마음에 들어도 절대 내색하지 마세요, 가 있었다. 집이 마음에 들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중개업자들이 100이면 100 다 고객을 호구(?)로 본다는 얘기였다. 아... 그렇구나, 난 좋아할 대로 다 좋아했는데- 이미 난 호구로 찍혔겠구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토요일에 집을 보고 주말을 지내며 마음에 드는 다른 집을 찾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호군은 이미 다른 동네 매물들을 다시 적극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고, 둘러본 집 중에서 2순위, 3순위를 정해놓고 장단을 분석하며 어디가 더 나은지 따지고 있다. 그런데 난 자꾸 지난번 둘러본 집이 마음에 걸렸다. 괜찮았던 거 같은데, 부동산 사장님이 막무가내셨고, 우리에게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신 거 말고 집은 나쁘지 않았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월요일 오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누구지? 하고 받으니 부동산 사장님이다. 잘 생각해 봤어요?라고 대뜸 물으시는 사장님. 네? 제가 생각해 볼게 뭐가 있나요? 했더니, 도시공사 대출이 아니라 일반 은행 대출받는 걸 생각해 봤냐고 물으시는 거란다. 그러면서 조곤조곤 다시 나를 설득하신다. 거기는 도시공사랑 계약하면 100% 되는 집인데, 계약하기가 힘들어. 주인아저씨 만나기가 힘들어서. 하... 다시 반복이구나. 다른 분이 집 보러 오신다 하셨으면서 왜 다시 우리에게 전화를 하신 걸까? 다른 분이 집 본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물으니, 사장님이 내가 오지 말라고 했어, 아니 먼저 집이 마음에 든다고 했는데 다른 사람 보여줘서 계약하면 안 되잖아 하신다. 어머어머. 그날은 다른 사람이 계약하면 그만이라 하시더니, 왜 갑자기 이러시는 거야? 의아해하며 있는데, 계속해서 일반대출로 나를 회유하신다. 그러다 그냥 계약하시면 복비를 10만 원 깎아주시겠다고 하신다. 뭐 그렇게까지 계약을 하려고 하시는데????
사장님, 도시공사랑 계약하면 저희는 부동산 복비도 지원받고, 도배랑 장판도 다시 할 수 있어요. 이자도 저렴하고 지원받는 것도 많고 저희 입장에서는 도시공사 끼고 계약하는 게 훨씬 더 이익인데, 왜 자꾸 집주인 입장에서만 저희를 설득하시는 건데요, 저희 입장에서 집주인 분을 설득해봐 주셔도 되잖아요. 하고 마음의 소리가 나왔다.
아니... 내가 새댁 편을 안 든다는 게 아니라... 나는 새댁 입장도 이해를 하지... 그럼 알았어요. 내가 한번 다시 집주인에게 전화해볼게. 집주인이 뭐 해준다고 하면 이 집 계약 하긴 할 거야? 진짜 할 거야? 몇 번이나 물으신다. 해주신다고 하면 계약할게요! 하고 우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호다닥 호군에게 긴급 연락. 그간의 상황을 전하니 그래, 뭐 경기도시공사랑 계약해준다고 하면 계약하자, 갱양은 그 집 마음에 드는 거지? ㅇㅇ 그래 그럼 진행시켜 봐.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부동산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그 댁 사장님이 목요일에 시간이 된다고, 목요일에 동사무소에 가서 인감을 받아 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악! 그럼 진즉에 그렇게 해주시지!!!) 본인이 할 만큼은 다 할터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계약은 꼭 해야 한다고.
저도 도시공사 통해서 하는 계약이라면 꼭 하고 싶습니다.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