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다래 Aug 24. 2020

왜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는 거죠?

결혼 5년 차 부부의 이사

 어찌 되었든 도시공사에 서류는 제출하였고, 1-2주 후 결과는 나 올터이니 문제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을 계약시키는 것이다. 주인분은 집이 빠지기 전까지 보증금을 돌려주실 수 없는 상황이라 말씀하셨고, 계약기간까지 우리가 어떻게 버틴다고 해도 월세와 보증금 대출이자, 도시공사 대출이자까지 더하면... 어휴. 집을 내놓으셨느냐 여쭈었더니 동네 웬만한 부동산에는 다 내놓았다고 말씀하셔서 우리가 따로 돌아다닐 필요는 없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1주쯤 지났을까,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서류 통과가 되었으니 계약날짜만 잡으면 될 것 같다고. 계약 당사자인 호군과 상의해 부동산과 법무사 셋의 날짜와 시간을 맞추고 계약금을 준비했다. 이 집은 어떻게 되는 거지? 계약이 눈 앞으로 다가오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왜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는 거지? 여기저기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 집들을 검색하며 왜 우리 집은 검색되지 않는 거지?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아니야, 아직 한 달 넘게 남았잖아, 기다려보자, 곧 나갈 거야. 하다가도 안 나가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신용대출과 보험금 대출 금리를 비교하며 돈을 마련할 궁리를 해보지만 쉽지 않다. 안 되겠다, 내가 직접 우리 집을 홍보하는 수밖에...




  주말 아침, 호군과 함께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물건이 밖에 나오지 않게, 짐을 간소화하고 방바닥에 늘어져 있는 것들이 없도록 하고 사진을 찍었다. 물건이 있으면 물건을 들어내고 사진을 찍은 뒤 다시 원상 복귀시키는 방식으로 최대한 깨끗하고 넓어 보이게. 큰 방과 작은 방, 거실과 주방, 화장실과 베란다를 각각 찍고 사진을 확인했다. 음. 나쁘지 않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부동산 카페 사이트에 올렸다. 요구하는 정보들을 적고, 정성을 다해 우리가 이 집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살았는지 이 집의 장점은 무엇인지, 실제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까지의 거리는 어떤지 등을 성심성의껏 적어 내려갔다. 사진도 한 장 한 장마다 설명을 덧붙였다. 이 거실의 좋은 점, 우리는 부엌을 어떻게 활용하며 지냈는지 등등... 누가 보면 뭐 이런 것까지 적어? 할 정도로 애정을 담아 써 내려갔다. 


 두 번째는 부동산 앱에 올리는 일이었다. 직방이나 다방 같은 부동산 사이트들. 동네 매물들을 둘러보니 대부분 공실을 촬영하거나 짐이 가득한 상태에서 촬영한 집이 많아 집의 매력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았다. 외국에서는 홈 스타일링이라는 직업이 따로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이런 직업이 생겼구나. 집에 가구가 들어차 있으면 대략의 공간이 파악이 된다. 옷장이 이렇게 들어가면 공간이 이 정도 남는구나, 침대가 들어가면 방이 좀 좁겠다 혹은 그래도 넓겠다 하고 가늠이 된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방을 보고 있으면 옷장이 들어갈 수 있을까, 침대가 들어가면 너무 좁지는 않을까 고민된다. 직접 집을 보면 덜하겠지만 사진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게 대부분.


 공실이 되고 난 집을 촬영해 사이트에 올리는 건 부동산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니, 난 지금 우리 집 사진을 올려 사람들에게 소개해야 했다. 사이트를 둘러보니 세입자가 직접 올릴 수 있는 페이지가 따로 있어 낮에 찍은 사진을 하나하나 올렸다. 그리고 이틀 뒤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아, 등록이 됐구나 싶어 사이트를 보는데 우리 집이 검색되지 않는다. 몇 번을 다시 검색해도 마찬가지. 왜 내가 올린 집이 검색되지 않지? 싶어 알아보니 내가 올린 정보는 주변 부동산에만 '공유'될 뿐 일반 소비자에게 '노출' 되지는 않는다고. 사이트를 확인한 부동산 사장님들 중 이 매물을 '추천'하는 경우 사이트에 노출이 되는 방식으로 일반 고객 노출은 이루어진다고 한다. 뭐 어쩔 수 없지, 부동산 사장님들이 우리 집을 예쁘게 봐주시길!!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동네 부동산에도 사람이 많다는 부동산 카페와 앱에도 모든 정보를 올렸다. 이제는 누군가 와주길 기도하며, 누군가 찾아왔을 때 집이 시원해 보이도록 최대한 짐을 비우고 정리하는 일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럼 이제, 슬슬 비워볼까?


매거진의 이전글 법무사와의 첫 통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