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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Sep 08. 2020

이사업체도 천차만별

결혼 5년 차 부부의 이사

 정신없는 사이 얼레벌레 우리도, 이 집에 들어오실 분들도 계약이 끝났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이사 업체를 알아보고 견적이라는 것을 비교해야 하는 타이밍. 이럴 때 유용한 것이 바로 맘 카페. 동네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만큼 확실한 체험후기는 없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맘 카페는 리얼 '맘'카페인지라 카페 가입을 위해서는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필수로 제출해야 한다. 아이가 없는데 가입하면 안 되냐 운영진에게 쪽지를 보냈더니, 독사진을 찍어 올리라고 하며 한마디 들었다. 대부분 아이가 있으셔서... (뭐, 어쩌라는 거지?) 가입부터 허들이 너무 높아 포기.


 이사 가는 동네 쪽으로 가입을 알아보니 다행히 그쪽은 실물 인증을 하지 않아도 수월하게 가입을 시켜준다. 몇 가지 허들을 통과하고 드디어 질문게시판에 질문을 올려 답변을 받았다. 사실 게시판에 올리지 않아도 검색 몇 번만 하면 이런저런 업체가 나오는데 쪽지로만 알려주시는 댓글들도 있어 질문을 올리고 받는 게 속이 편하다. 


 총 다섯 군데 업체에 연락했는데, 한 군데를 제외하고 연락이 왔고 (나중에 알았지만 그 한 군데는 서울, 그것도 일부 지역만 서비스하는 업체였다) 나머지 네 군데의 견적을 받았다. 어떤 집은 열 군데 가까이 알아보기도 하시던데, 난 네 군데 견적을 받아보니 대부분의 금액이 비슷해 더 이상 비교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네 군데에서 멈췄다.




 처음 연락한 업체는 맘 카페에서 추천받은 업체. 제법 큰 업체인지라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사 날짜를 선택하고, 짐 양을 스스로 체크, 현재 사는 곳과 이사 가는 곳의 주소를 올려놓으면 업체에서 전화 연락을 준다고 해 기다렸더니 다음날 연락이 왔다. 


 "이사 견적 문의하셨죠?"

 "네."

 "신혼부부세요?"

 "네."

 "짐이 그렇게 많지는 않네요. 장롱 같은 건 없으신 거죠?"

 "네. 붙박이라 이건 따로 이동 설치를 할 거예요"

 "그럼 5톤이요. 그게 신혼부부 살림 기본이에요."

 "아, 저희 놓고 가는 가구도 있어서 식탁이랑 뭐랑 뭐랑 버릴 건데..."

 "5톤이 기본이에요. 짐 적다고 해도 신혼부부면 5톤은 기본으로 나와요"

 "아... 네.........."

 "기본 가격은 xx 만원이고요, 사다리차 별도요. 그 날짜로 예약해 드릴까요?"

 "(헉) 아.. 아뇨. 남편이랑 상의 좀 해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네~ 연락 주세요"


 약간 황당. 원래 이사 견적을 이렇게 받나? 다른 업체도 연락을 해봤다. 마찬가지로 나름 유명한 브랜드 이사업체. 이곳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해서 눈으로 확인하고 짐 양을 체크한다고 한다. 그래서 날짜를 조정해 약 5일 뒤의 날짜로 방문 날짜를 예약했다. 그리고 마냥 이 업체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어 ' XX동 이사'로 검색해 동네 이사 업체를 찾았다. 전화를 드리니 바로 다음날 방문하셔서 견적을 봐주시겠다고 하셔서 약속을 잡았다.



 두 번째 업체. 

 약속된 시간 30분 전에 문자를 보내주시고 시간 맞춰 방문을 해주셨다. 집을 둘러보며 장 좀 열어볼게요, 어디 좀 볼게요 하면서 꼼꼼하게 여기저기 살피며 견적서에 체크를 하신다. 보고 계신 뒤를 따라다니며 이건 버릴 거예요, 이건 놓고 갈 거예요, 건담은 저희가 챙길게요- 말씀드렸다. 다 둘러보신 사장님의 한마디.


 "짐을 요리조리 잘 숨기셨네요 ㅋㅋ"

 "(칭.. 칭찬인가? 뭐지?) 네에..."

 "이 정도면 2.5톤이면 괜찮을 거 같네요. 포장이사로 하실 거죠?"

 "네. 그런데 포장이사랑 일반이사 가격 차이 좀 알려주세요"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는 사장님. 에어컨 이동 설치며, 붙박이장 이동설치 업체에도 전화를 걸어 대략의 비용을 알려주신다. 내가 하려는 업체와 비교해 보라고. 대략의 비용 설명을 듣고 인사를 드렸다. 그래... 눈으로 보고 알려주시는게 좀 더 신뢰가 가지.



 세 번째 업체. 

 미리 연락을 했지만 방문 일정이 늦었던 브랜드 이사업체다. 실장님이라고 하시는 분이 오셔서 집을 둘러보셨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면 보는 둥 마는 둥? 하는 느낌. 붙박이장 문도 제대로 안 열어보시고, 서랍도 안 열어보시고 눈으로만 스윽 둘러보신다. 눈으로 체크할 수 있는 짐들만 견적서에 체크하시고 내가 따라다니며 이거 저 건 버릴 거예요 말씀드려도 반응이 시원찮다. 대략의 체크를 끝내고 식탁에 앉아 설명해 주시는 실장님.

 

 "이 정도 양이면 5톤이 조금 안 되는 양이예요"

 "네? 이거 저거 다 버리고 가는데요?"

 "네. 모르시겠지만, 저기 붙박이장 같은 건 보이는 거의 2배의 짐이 들어있다고 생각하셔야 해요."

 "(안 열어보셨잖아요... 저희 옷장 엄청 헐렁한데요...) 네에... 혹시 2.5톤 이사는 안 되나요?"

 "어휴. 고객님 2.5톤은 원룸 이사를 그렇게 하지, 가정집은 아니에요. 원룸이사면 가구도 몇 개 없어요"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길게 하신다. 그런데 대충대충 확인하시는걸 내가 눈으로 봤는데 그 긴 설명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그리고 강조하시는 방역! 우리 업체만큼 철저하게 방역하는 곳이 없다. 우리는 다 일회용을 사용하고 무조건 마스크를 쓰며 모여서 온도 체크도 하고... 아... 지금 시대에 중요한 홍보 요소이긴 하지... 그런데 가정집 이사는 무조건 5톤.이라고 정해놓은 공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네 번째 업체. 

 이곳은 이름부터 XX 용달이다. 그리고 이 곳의 단가표에는 '반포장 이사'라는 항목이 있다. 반포장 이사는 짐이 나갈 때는 업체에서 포장을 다 해주고 새 집에 들어가서 짐을 정리하는 일은 우리가 하는 것이라고 한다. 가격 단가표도 공개해 놓고 사장님이 직접 움직인다고 하셔서 마음에 들었다. 연락을 드리니 이곳은 옮길 짐의 양을 사진으로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하신다. 뭐, 요즘 시대에 이게 더 합리적일 수 있지. 싶어 구석구석 찍어 보냈다. 베란다도 찍고 화장실도 찍고. 나중에 이건 못 본 짐인데 하실까 봐 싱크대도 찍었다. 


 사진을 다 보내고 30분 정도 있으니 전화가 왔다. 반포장 이사로 할 경우 두 번째 업체와 가격이 같고, 포장 이사로 할 경우 첫 번째, 세 번째 업체와 가격이 같다. 오 마이 갓. XX 용달이라는 이름에서 내가 너무 방심을 했던 탓인지 기침이 쿨럭 나왔다. 상의해보고 연락드리겠노라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이사업체를 더 알아볼 필요가 있나 싶었다. 가정집 이사 기본 = 5톤이라는 공식이 대부분의 이사 업체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알아본다 한들 시간만 흐를 것 같았다. 최종 계약은 두 번째 업체와 진행하기로 했다. 가장 성실하게 집을 둘러봐 주시고, 내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주신 사장님.


  두 번째 업체와 계약한 지금 난, 절대 우리 짐이 5톤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겠다는 마음이다. 어떻게든 줄이고 줄여 사장님이 당일날 기절하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이랄까. (현장에서 차 하나 더 부른다고 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도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난 좀 더 적극적인 미니멀리스트가 될 필요가 있다. 


 좀, 더, 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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