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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Jan 28. 2021

점점 더 좋아지는 우리 집

오늘의 청소 - 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채워지는 집

 집에 있는 시간이 이렇게 즐거울 줄 몰랐는데... 자꾸만 집 밖으로 나가는 게 싫어진다. 일주일에 딱 삼일 나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도 그 삼일 중 하루를 쉬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기쁜 마음이 먼저 든다.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입이 줄어드는데도 그저 집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냉큼 대답한다. 다음 주에 뵐게요- 하고.


 내가 원래 이렇게 집을 좋아했었나? 생각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집에 있다가도 틈만 나면 뛰쳐나가고 싶은 사람이었고, 집에서 멍 때리는 시간보다 번잡한 거리를 걸으며 소음과 화려한 불빛에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으면 살아있는 느낌이 들고, 에너지를 얻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기운이 내게로 흘러들어오는 듯한 느낌에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어떻게든 누군가와 만나려는 약속을 잡았고, 새로운 장소에서 낯선 음식을 먹으며 내가 하는 경험들이 마냥 즐겁기만 했다.




 호군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을 다녀오고, 다시 일상을 살기 시작하며 생활이 180도로 변해버렸다. 건강 탓에 매일 약을 먹어야 했는데, 약으로는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되어 지금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들러 치료를 받는다. 회사와 조직에 충성했던 내가 지금은 오직 내 삶과 내 가정에 충실하다.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마시고, 버려지는 음식이 있지 않도록 냉장고 안을 관리하고, 내 삶의 가장 밀접한 부분을 차지하는 내 공간을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채운다.


 이사를 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들을 비우게 되었고,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되고, 내 삶을 단순하게 꾸려가야겠다는 다짐까지 이르게 되며 난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전엔 그저 지내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내게 직장이고, 식당이고, 카페고, 휴식처다. 꾸준히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으며 직장이 되었고, 하루 두 끼를 챙겨 먹고 커피를 내려마시며 카페가 되었다. 


 내 집을 조금 더 내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좋아하는 물건들로 집을 채우기 시작했다. 기존에 잘 사용하던 물건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버리고 새 물건으로 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다만 기존에 있는 물건이 소진되거나 교체해야 할 시기에, 평소에 관심이 있었거나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채워 넣는 식이다. 


 가지고 있던 칫솔을 다 사용해 대나무로 만든 칫솔을 고르고, 고체 치약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시도해본다.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것 같은 행주는 버리고, 소창을 구입해 손바느질로 소창 행주를 만들어 사용한다. 좋아하는 바리스타의 커피를 마시러 부산에 가지 못하지만 그분이 근무하는 카페의 원두를 구입해 마시고, 버려지는 유기농 채소 박스를 정기 구독해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내 공간에 조금씩 채워지며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더 행복하다. 오랜 고민 끝에 구매하게 된 물건들이고, 기분에 따라 충동적으로 산 아이들이 아니기에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계속 그 물건들의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내가 이렇게 고른 물건들을 호군도 만족스럽게 사용하면 뿌듯함은 배가 된다. 


 사고 싶다- 생각하는 아이템들은 계속 생각하고 상상한다. 집에 주로 있으니 예쁜 홈웨어를 가지고 싶다가도 파자마가 어울릴까 공주님 드레스가 어울릴까 고민하며 구매를 미룬다. 언제 살까, 의미 있는 날 사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결혼기념일에 사면 좋겠다- 그러려면 공주님 드레스보다 커플 파자마가 나을까, 안돼 공주님 드레스도 포기할 수 없어- 하는 생각들. 이렇게 고민 고민 끝에 물건을 구매하게 되니, 오롯이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이 집이 채워진다. 그렇게 채운 물건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나와 생활한다.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인터넷에서 본 예쁜 인테리어! 유명한 누가 사용한다는 그 아이템! 갖고 싶다. 내가 부자면 그런 거 고민하지 않고 막 살 텐데-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그렇게 구매한 물건들은 얼마 안가 흥미가 사라지고 말 거라는 걸 안다. 물건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저 우리 집도 예쁘게 보이고 싶고, 그 누군가가 잠시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 물건이 내게 준 만족은 순간일 뿐 계속될 수 없다. 내 구매가 신중해지며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다. 너무 늦게 알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집을 그렇게 채워나가면 되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공간을 채워나가며, 집에 있는 시간을 누린다. 

그렇게 난 점점 더 우리 집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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