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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Feb 10. 2021

최애가 차애를 질투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청소 - 차애 숨기기

 유튜브에서 동영상 몇 개를 보았을 뿐인데,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나를 그들의 세계로 이끌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수없는 본영상과 편집 영상들 속에서 나는 점점 스며들었고(...) 그들을 애정 하게 되었고, 그중 특히 애정 하는 분이 생기고 말았다. 망할. 지금 난 거의 한 달째 끝없는 덕질 중. 관련 영상이 너무 많아 한번 빠지면 3개월은 헤어 나올 수 없다는 후배 녀석의 말이 떠오르며 기가 빨리는 느낌이지만, 난 아직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두 달은 더 볼게 넘치겠지 하는 기대도 숨길 수 없다.




 난 프렌즈 팝이라는 게임의 고인물이라 호군과 함께 있을 때 게임을 하다 내 생각대로 풀리지 않으면 호군에게 휴대폰을 넘기고 그 스테이지를 깨달라고 부탁한다. 어제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넘기고 호군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자연스레 시선이 휴대폰 뒷면으로 간다. 휴대폰 뒤엔 얼마 전 얻은 차애의 스티커가 붙어있다. 내 손에 있을 땐 앞만 봤는데 이렇게 내 휴대폰이 다른 사람 손에 있으니까 차애의 얼굴이 보이는구나 싶어서 잠깐 바라보고 있다가 호군에게 한마디 했다. 


 "오빠 휴대폰 뒤에 차애 스티커 하나 붙이자."


 호군은 갑자기 정색을 하더니 애정이 식었다며 휴대폰을 돌려준다. 으응? 예전엔 게임 깨 주면 자기를 바라봐줬는데 지금은 자기는 안 보고 휴대폰 뒷면만 보고 있단다. 그리고 이제는 경쟁관계에 있는 그 녀석의 스티커를 자기 휴대폰에도 붙이려고 한다고 몹시 섭섭한 얼굴로 입이 부루퉁하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이리저리 변명을 해보지만 내가 듣기에도 하찮다. 


 그러고 보면 한 달 동안 내 최애(=호군)는 내 차애 덕질을 여러 번 참고 있었다. 난 일어나자마자 차애의 동영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잠들기 전에도 처음 보는 영상을 찾아 조용히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다. 전엔 둘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봤다면 지금은 차애가 나오는 예능 동영상을 도장깨기 하듯 하나하나 보고 있다. 그렇게 한 달을 견디고 견디다 스티커 붙이자는 내 한마디에 터져버린 것. 


 황급히 난 차애의 순위는 너와 같지 않다 정정하고 네가 원하지 않으면 난 너와 함께 있을 땐 차애와 관련된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 선언했다. 대신... 그대도 내가 원하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그 휴대폰을 놓고 다른 일을 해라. 딜? 휴대폰만 하루 종일 붙잡고 있는 우리가 문제라는 것에 서로 공감? 응 공감. 인정? 응 인정. 그럼 난 책을 읽겠다. 휴대폰 놓고 하고 싶은 거 해라. 하고 난 책을 펴 들었다. 책에 몰입하기 시작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그런데 호군은 이불속에서 계속 퉁퉁거린다. 차애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도 못한다고 이제는 난리. 네? 왜 모든 원인이 내 차애로 향하는 거죠?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아침에 눈이 반짝하고 떠졌다. 항상 최애의 짤로 하루를 마무리하였는데, 어젠 책을 보다 잠들어 오래 깊이 잔 듯한 느낌적인 느낌. 호군이 출근할 때 침대 속에서 빠져나오질 못했는데, 오늘은 눈을 반짝이며 누워있으려니 호군이 스르르 다가와 휴대폰을 열어본다. 


 "일어나자마자 그 녀석 영상 볼 줄 알았더니- 아니네?"


 검사였냐.




 호군이 출근하고 난 뒤 난 주섬주섬 우리 집에서 보이는 차애의 흔적을 숨기기 시작했다. 최애가 차애를 경쟁상대로 생각해서 그를 경계하거나 싫어하기 시작하면 그는 영원히 퇴출되고 만다. 어디까지나 내 최애는 최애기 때문에 차애는 최애와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차애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도 소중하기에 숨겨놓고 덕질할 수밖에... 역시 덕질 중 최고는 조용한 덕질 이건만 내가 그동안 너무 드러냈다. 


 최애가 차애를 좋아하게 하는 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싫어하지 않게 하는 일 정도야 얼마든지. 그렇게 난 차애 지키기에 최선을 다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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