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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다래 Oct 08. 2021

목욕? 극혐!!!!

나도 너 목욕시키는 거 좋은 줄 아냐?

 병원에서 목욕시켜도 된다고 얘기도 들었겠다, 꼬질한 유부 새로 태어나보자. 


 전에 친구 강아지가 집에 놀러 왔을 때 강아지용 샴푸를 사서 목욕을 시켜준 적이 있다. 친구 강아지가 돌아갈 때 샴푸는 그 아이에게 더 필요한 물건이니 선물로 주었는데, 혹시 우리 집에 다시 맡겨질 수 있을 것 같아 목욕 2-3회 분량을 덜어놓았었다. 첫 목욕은 그 샴푸로 우선 해보기로. 간식을 하나 들고 유부를 유혹해 화장실로 데려가 샤워부스에 가뒀다. 닫힌 유리문 안에서 낑낑거리는 유부. 웅... 알았어. 빨리 들어갈게- 미리 준비를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유부를 닦을 수건을 챙기고 양말을 벗고 나도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한 뒤 샤워부스로 입장.


 유부는 눈치를 챈 걸까. 계속해서 나가겠다고 문을 박박 긁는다. 미안, 어쩔 수 없어. 온도는 미지근하게 물줄기는 너무 세지 않게 조절하고 조심스레 발부터 적시기 시작했다. 소스라치게 놀라서 구석으로 몸을 피하는 유부. 어쩔 수 없어- 미안해- 나도 따라가 계속해서 물을 뿌렸다. 집에 세숫대야나 바가지 같은 게 있어서 물을 받아놓고 물을 조금씩 적시면서 한다면 좋겠지만 우리 집엔 그런 물건은 없다. 유부를 위해 구입한다고 한들 놓을 장소가 없다. 우리 집 화장실을 한 번도 작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급 우울해진다.


 각 모서리를 찾아다니며 몸을 피하는 유부를 쫒았다니며 물로 몸을 적셨다. 이제 샴푸질을 해도 될까 싶어 샤워기를 끈 순간, 미친 듯이 몸을 털어대는 유부. 샴푸를 집어 들다가 난데없이 물벼락을 맞은 나. 으허헉 하고 비명을 지르니 유부가 스윽하고 내 눈치를 한번 보고 다시 몸을 턴다. 안돼에... 내가 어떻게 적신 몸인데 그걸 다 털어내냐아. 한숨을 한번 쉬고 다시 샤워기를 들었다. 샤워기를 보고 다시 저쪽 구석으로 도망가는 유부. 어머, 생각보다 공간이 좁단다 아이야. 얌전히 잡혀보렴.


 적시면 털고 적시면 털고 이 짓을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몸을 적시고 샴푸를 묻히는 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럼 샴푸를 물에 적시는 방법으로 바꾼다. 세숫대야는 없지만 우리 집에 믹싱볼은 있지. 주방으로 달려가 믹싱볼 하나를 가지고 돌아와 샴푸를 물에 푼 뒤 슥삭슥삭 유부를 닦기 시작한다. 거품이 안나는 것 같아 샴푸를 좀 더 풀어보고. 몸집이 크니 샴푸도 많이 필요하구나. 목부터 시작해 가슴 배 등 꼬리 똥꼬까지 충분히 문지르고 다리도 한쪽씩 열심히 비벼줬다. 그런데 얼굴은...? 얼굴은 어떻게 하지? 귀가 커서 내가 여차하면 귀에 물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고 눈이나 입에 거품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잠시 고민하다 얼굴은 패스... 나에게 얼굴까지 씻기라고 하는 건 너무 모험이다. 이건 공부하고 나서 다시 도전하기로.


 다시 샤워기를 들어 몸을 헹궈내는데 내가 조금만 손을 멈춘다던지 틈을 보이면 신나게 몸을 털어댄다. 으허허... 니 녀석이 목욕을 하는 건지 내가 목욕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구나. 그런데 처음보다 낑낑거림이 좀 덜한 것 같기도 하다. 뭐지? 익숙해졌나? 하고 씻기는데 물이 좀 뜨거운 것 같아 찬물 쪽으로 수전을 옮기니 다시 엄청 낑낑거린다. 어? 너 찬물을 안 좋아하는구나! 서둘러 물 온도를 뜨끈하게 맞추니 낑낑거림이 좀 줄어든 듯. 몸이 뜨거워서 더울까 봐 시원한 듯 미지근한 물로 씻겼는데 유부는 뜨끈한 물을 좋아하는 강아지였구나. 이렇게 너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 샤워부스 한쪽 모서리는 내 몸으로 막고 남은 삼면을 도는 유부를 향해 샤워기를 들이댄다. 열심히 헹구는 게 포인트니까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도록 열심히 문지르며 몸을 헹군다. 둘 다 녹초가 된 다음에야 목욕이 겨우 끝나고 몸을 수건으로 닦아준 뒤 밖으로 내보냈다. 화장실 문 밖을 나서자마자 신나게 몸터는 소리가 들린다. 쟤 털 말려줘야 하는데- 지금 내 꼴로는 나갈 수가 없다. 유부에게 거실을 어지럽힐 시간을 주고 나도 샤워를 한다. 이럴바엔 다음부터 같이 목욕을 하는걸로 전략을 바꿔야겠다.


 강아지털 말리는 것도 쉽지 않던데. 우리 유부 어떻게 잡아놓고 말리지?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털 말릴 생각에 앞에 깜깜하다. 뭐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방에 가둬놓고 말리면 언젠가 말려지지 않겠어? 


 유부야, 간식먹자- 

 일루와봐~*


 유혹이 먼저다.



유부 너무 피곤해요. 기절할거에요- ㅠㅠ 목욕 극혐. 물 너무 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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