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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음악가들 1

플란다스가 플랑드르라니, 웬지 친근해 지는 르네상스 음악 1.

혹시 "플랜더스의 개"라는 동화책, 혹은 만화를 보신 일이 있나요? 

가난한 소년과 충직한 개의 이야기지요. 그런데, 제가 몰랐던 사실이 있더군요. 

그 "플랜더스의 개"의 배경이 부르고뉴 악파와 플랑드르 악파, 즉 르네상스 작곡가들의 고향이었다는 것을요. 그러고 보면, 그 지방 사람들은 문화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듯해요. 

가난한 소년 넬로는 동전 한 닢이 없어 보고 싶은 그림을 보지 못해 

그 앞에서 충직한 개와 함께 얼어 죽는 스토리잖아요? 

사실 그 나이의 어린이들이 뭐 그렇게 그림에 관심이 있겠어요? 

다 예술적인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 아닐까요?




부르고뉴 악파의 업적을 들여다보면 너무 위대하고 훌륭해서 존경할 수밖에 없네요. 

그즈음 태어나신 분들은 신이 땅에 내려가 모든 것을 바르게 하라고 선물로 보내주신 분들 같아요. 

조선에도 뒤페와 같은 해에 태어나 어마어마한 업적을 이루신 분이 있으신데, 바로 세종대왕이세요.

생년도 1397년으로 뒤페와 동갑 아니며 1-2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어떤 면으로는 뒤페보다 더 대단한 업적을 남기셨지요. 

훈민정음 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측우기, 해시계, 물시계 발명했으며, 

대마도를 정벌하고 여진족을 압록강 밖으로 몰아내어 지금의 대한민국 국경을 완성시키고, 

농서인 농사직설, 지도책 팔도지리지를 편찬하였으며, 

심지어 박연에게 중국의 궁중음악인 아악을 민속음악인 향악과 조화롭게 결합시켜 

새로운 궁중음악을 만드셨으니, 

15, 16세기의 조선은 유럽보다 앞선 문화와 과학기술, 그리고 정치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네요. 

세종대왕은 "부활" 안 하실까요?

지금 짠~하고 나타나셔서 코로나 치료약을 만들어 주시면 좋을 텐데요.

 

내가 젤로 좋아하는 세종대왕 초상화




15세기 후반에도, 음악가들은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북쪽 교회에서 교육을 받고, 활동은 주로 이탈리아에서 하게 되지요. 

정치적으로, 백년전쟁에서 패배한 영국이 유럽 대륙을 떠나고, 또 장미전쟁에 휘말리며 그 세력을 잃고, 

부르고뉴 공국은 아쉽게도 프랑스에 합쳐지고, 

결혼과 상속으로 거대한 스페인과 신성 로마제국이 유럽의 중간부를 다스리고, 

이탈리아는 아직도 통일은 되지 않았지만, 

무역을 통해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문화 예술에 후원을 하는 가문과 도시들이 많았다고 하네요.

1500년대 유럽 지도

 

이 즈음, 르네상스의 2, 3, 4세대 작곡가들이 활동했는데, 앞의 "복잡하다 르네상스" 편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이들은 출생 연도에 따라 아래와 같이 분류돼요.

2. 1420년대쯤 태어난 작곡가들: 오케겜, 뷔누아

3. 144-50년대쯤 태어난 작곡가들: 오브레히트, 이삭, 조스캥 데 프레

4. 1500년대쯤 태어난 작곡가들: 공베르, 빌라르트, 클레멘스 논 파파


오케겜은 벨기에 출신으로 음악의 왕이라고 불렸는데요, 작품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아요. 

미사 10개, 레퀴엠 1개, 모테트 8개, 뱅수아 애도가, 그리고 샹송들이 있지요.  

오케겜은 미사를 4성부로 통일시키고, 뒤페의 정선율 미사의 전통을 이어갔어요. 

오케겜은 정선율로 샹송과 같은 세속 음악의 선율을 쓰기도 하고, 

뱅수아의 샹송을 인용하기도 하며 세속 음악과 교회음악을 콜라보했고요, 

베이스의 음역을 넓히고, 미사에 대위법을 적용하는 등 르네상스 1세대의 음악을 발전시켰습니다. 

오케겜의 진가는 캐논에서 나타나는데요, 

36개의 성부로 이루어진 캐논부터, 정량 캐논은 물론, 둘째 성부는 첫째 성부와 반대로 진행시키는 전위 캐논, 원래의 성부를 뒤에서부터 진행시키는 역행 캐논 등과 같은 다양한 캐논적인 방법을 사용하였지요.  

심지어, 미사 프롤로치오눔에서는 이중 캐논을 사용하기도 했어요.  

이건 음악적으로 오케헴이 원조지요. 원조가 또 나왔네요. 

오케겜

오케겜이 미사와 음악 교육에 힘을 쏟았다면, 뷔누아는 샹송 작곡가로 더 유명하다네요. 

칸투스와 테노르 성부를 중심으로 3-4 성부로 작곡된 그의 샹송들은 큰 인기를 누려서, 

여러 나라에서 필사본과 인쇄본으로 널리 퍼지게 됩니다. 

이후, 많은 작곡가들이 그의 샹송들을 개작하고, 정선율 미사의 기초로 사용되기도 했으니, 

그 유명세를 짐작할 만하시지요?

뷔노아

              

르네상스 3 세대(플랑드르악파 2세대) 작곡가로는 오브레히트, 하인리히 이삭, 조스캥 데 프레 등이 있어요. 

이 세대 작곡가들 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일단, 악보의 모든 성부에 가사를 붙이고(나중에 기악으로 연주되더라도), 

칸토스와-테노르를 중심으로 중간 성부를 화성에 맞게 쌓아 올리는 형식이 아닌 모든 성부를 한 구절씩 작곡하며 각 성부들 간의 동일한 동기들을 부여했고, 

테노르가 가장 낮은 성부로 베이스의 역할을 하며, 

3화음을 주로 쓰며, 종지에 3화음과 열린 5도를 쓰기 시작했다네요. 



오브레히트

오브레히트는 플랑드르 지방에서 태어나 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했으며, 

단순한 구조와 투명한 구성을 좋아했다고 해요. 

종교음악으로 알려진 작곡가지만, 샹송도 물론 썼어요.  

일단, 샹송은 대부분 4 성부이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짧은 캐논적인 3 성부(돌림노래 형식의 구절)에 확대된 4번째 선율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15세기의 일반적인 독창곡 형식이 아닌 모테트처럼 각 성부가 동일하게 모방되는 다성부의 화성적 합창 형식이고, 

또 2곡만 빼놓고 그의 모든 샹송 곡이 대부분 독일어라는 것은 매우 특이합니다. 

오브레히트의 종교음악은 모테트와 미사로, 모테트는, 

5 성부와 6 성부로 성부의 수를 늘렸고, 변형된 정선율(캔투스 퍼머스)을 테노르에 썼지요.   

연곡 미사는 4 성부를 기본으로, 고정 선율을 고수하였으나, 

그 위치를 악장마다 바꿈으로 변화를 주었대요-예를 들자면, 1 악장에는 정선율을 테노르에, 2 악장에는 3 성부에 뭐 이런 식으로 요.  

음악적 악구가 뚜렷이 배치되었으며 역시나 모방 기법을 사용하였지요.  

“패러디” 기법을 사용했는데, "패러디"란 모방한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자면 뷔누아의 작품의 선율을 정선율에 이용하는 형태이지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4 성부를 전부 다 이용하지 않았기에 “패러디 미사”에 속하지는 않고 “패러디 기법”을 썼다고 말합니다. 


    

오브레히트 미사: 절망적인 운명, 베이스부터 3도, 2 마디 간격으로 따라감


하인리히 이삭

하인리히 이삭 역시 플랑드르 지방에서 태어나 당시 가장 중요한 후원자 두 사람을 위해 일했는데요, 

바로 로렌초 메디치와 신성 로마 제국의 막시밀리안 1 세입니다. 

이삭은 여러 나라에서 일을 하였기에 범 유럽적인 양식을 갖추었고요, 

"합창의 콘스탄티누스"라는 미사 고유문의 가사와 선율에 다성음악을 붙인 작품이 가장 유명합니다. 

이 외에도 36곡의 연작 통상문 미사곡, 크레도 13곡  모테트 50곡 이상, 35곡 정도의 샹송과 네덜란드어 노래, 테노르 리트 등을 작곡한 다작가지요.

이삭은 그의 작품에 모든 성부가 함께 움직이는 호모포니 기법을 주로 사용했고, 

가사의 악센트와 음악의 악센트가 들어맞아, 가사가 선명하게 들리고 뜻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네요. 

가장 큰 업적은 독일의 리트를 4성부의 다성 음악으로 작곡하고,  

선율은 최상 성부에, 선율 이 외의 다른 성부는 거의 비슷한 리듬으로 통일감을 주고, 

악구들은 쉼표로 구분하며, 종지는 꽉 찬 화음으로 작곡합니다. 

아래의 "인스브루크여, 나는 너를 떠나야 하네" 이작의 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으로 독일어 가사로 된 리트입니다. 

주선율은 이작이 작곡한 곡인지 민요 등을 차용한 곡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후 루터의 코랄 "O Welt, ich muss dich lassen"의 선율이 되고,

 바흐의 코랄 작품이나 브람스의 오르간을 위한 코랄 전주곡의 기초가 되기도 하며, 

이작 본인도 같은 선율에 기초해 두곡을 작곡하였습니다. 

이 곡은 대위법과 캐논을 위주로 한 플랑드르 양식에서  

이탈리아 풍의 호모포니 양식으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네요.

이삭, "인스브루크여 나는 그대를 떠나야 하네" 4 성부 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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