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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도 유효기간이 있나요?

1 년은너무짧지요?

아침저녁 제법 선선해지며 여름이 물러나고 있습니다. 더위에 지쳐 미루어 두었던 많은 일들을 드디어 하게 되네요. 여름 겨울 옷들을 바꾸어 놓고 책들을 정리하며 문득문득 하늘나라로 간 남편의 흔적이 보일 때면, 가슴이 덜커덩 무너집니다. 작년 봄, 심장 활막 액종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병을 진단받고 2 년을 씩씩하게 투병하다 천국으로 갔답니다. 워낙 출장도 많고 늘 바빴던 남편이기에, 아직도 그가 아주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는 않아, 주변분들이 애처로이 쳐다보시는 눈빛도, 위로해 주시는 말씀들도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그가 떠난 지, 1 년이 되었을 때도, 너무도 늠름하게 제가 추모 영상을 만들고, 추모 예배를 주도했습니다. 제가 너무 씩씩해 보여 그랬을까요? 주변분들도 저를 전과 같이 대해주시며 일상적인 일들이 예전으로 돌아온 것처럼 잔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30년을 부부로, 연애 기간까지 33년을 함께 해 온 남편을 보내고 1 년이 지났다고 해서, 완전히 괜찮아지지는 않더군요. 아니, 어쩌면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저를 보며 안도하기 시작할 때부터 제 슬픔은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남편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점점 그가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고, 일찍 떠나버린 남편이 불쌍해 밤이면 잠들기가 힘들어지더라고요. 아무렇지도 않게 보던 의학드라마를 보며 울음이 터지고, 뉴스에 남편이 하던 일에 대한 기사만 떠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요. 집 밖을 나가기가 싫고, 사람들을 만나기 싫고, 무엇보다 그렇게 좋아하던 글도 쓸 수가 없더군요. 모든 일에 씩씩하고 자신감 있고 당당했는데, 내가 뭘 잘못해서 남편이 먼저 떠났을까? 밥을 유기농으로 해 주지 않아서일까, 출장마다 동행하며 뒷바라지 해 주지 못해서일까, 심지어 모태 기독교인인 제가 팔자가 세서 남편이 이리 빨리 갔을까 라며 자책의 동굴을 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광복절이었습니다. 브런치 댓글 알람이 뜨더군요. 씩씩해서 유정이다 라는 제 글을 저를 전혀 모르시는 분이 읽으시고는 아래와 같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불만과 부정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제게 다른 길을 알려주신 글이었습니다 늘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읽고 또 읽고, 이 분의 아이디를 따라 들어가, 글을 쓰신 게 없나 하고 살펴보았지만 아직 글은 없더군요. 이 댓글은 저에게 마치 모닝콜 같이 저를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제 자신도 주변도 전혀 돌아보지 않던 저는 주섬 주섬 일거리들을 챙기고 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정리하다가 힘들어서 울고, 남편이 생각나 울고, 도와주지 않는 딸이 얄미워서 울고 하면서 어찌어찌 가을맞이가 끝나가네요. 이제는 생각도 많이 정리가 돼서, 제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를 다시 되새겨 보았습니다. 글을 쓰면서, 저는 힐링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쓰는 글들은 저를 위로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아낼 예정입니다. 




남편을 보내고 나니, 앞으로의 인생은 제 혼자 몫이라는 게 너무도 외롭고 힘드네요. 이제는 제가 제 자신을 칭찬해 주고, 아껴주며 남은 날들을 더욱더 씩씩하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해봅니다. 






제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평생을 마르지 않는 눈물을 몰래 닦아내며 살아내야 할지도 모르지요. 아무리 씩씩해 보여도 제 마음 한 구석은 떠나간 남편이 잘라 간 마냥 아프고 힘이 듭니다. 오늘 냉장고를 정리하면서 이것저것 유효기간을 찾아보며, 슬픔도 누군가가 저에게 6개월 후는 어떻고, 1년이 지나면 폐기 하고, 이리 알려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 봅니다. 암 말기 환자들에게 예상 생존 시간을 알려주는 것처럼요. 혹시 압니까? 기술로 배우던 컴퓨터 검색을 이제는 전 세계인이 핸드폰을 들고 다니며 쓰듯이, 장례식이 끝나면 슬픔사가 와서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몇 개월, 배우자가 돌아가시면 얼마만큼 슬퍼하라고 매뉴얼을 만들어 주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아직도 유효기간이 많이 남은 듯합니다. 그래도 긍정의 아이콘으로 열심히 글 올릴 겁니다!


 

I Am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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