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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Aug 03. 2021

하늘이 강아지야!


우리 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개를 느끼며 살았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하는 모든 일이 숨쉬듯 자연스럽다. 개가 와서 볼을 핥거나 뛰어 놀다가 조금 밀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냥 같이 뒹굴고, 같이 놀고, 같이 먹는다. 특히 어릴 때부터 아이가 먹는 간식이나 음식은 간이 되어 있지 않거나 아주 질 좋은 것이어서 개들과 많이 나눠먹었다. (우리 집 개들이 나보다 한우 더 많이 먹은 듯...) 하지만 개들의 간식이나 사료는 아이가 먹을 수 없는데, 아이 입장에선 그게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 같다.


우리 집 개들은 요즘 돼지 귀, 오리 연골, 무뼈 닭발, 닭근위 등을 말린 간식을 즐겨 먹는데. 사람이 먹기엔 너무 단단해서 아이는 절대 먹을 수가 없지만... 먹고 싶어 한다. 내가 개들에게 '강아지들 까까 줄게 이리 오세요~'하면 아이도 꼭 함께 달려와 손을 뻗는다.


하늘이도 먹고 싶어요.”     


이건 강아지들만 먹을 수 있는 거야이것 봐 엄청 딱딱하지강아지들은 이가 뾰족하고 튼튼해서 먹을 수 있지만 하늘이는 먹을 수 없어하늘이 아직 어금니도 다 안 났잖아.”     


그래도 먹고 싶어요.”     


강아지 까까라니까하늘이는 강아지가 아니잖아하늘이 강아지야?”     


하늘이 강아지야!”     


‘아? 너 강아지였...?’ 예상치 못한 답에 당황한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아이는 정확하지도 않은 발음에 급해진 마음까지 더해서 굉장히 흥분한 말투로 내게 소리쳤다. (아이의 더듬거림과 부정확한 발음이 귀여움 포인트지만 그대로 표현하면 가독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아쉽지만 엄마피셜 의역한 문장으로 이곳에 옮긴다.)     


하늘이가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가면 할머니가 하늘이한테 우리 강아지우리 강아지 아이고 예쁘다그렇게 하는데맞지하늘이도 강아지 맞잖아!”     


어후 뭐 이렇게 귀엽냐. 그렇구나 너도 강아지 맞네. 너무 논리가 완벽해서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돼지 귀를 던져줄 뻔했다. 그렇다. 우리 집에는 자기가 사람인 줄 아는 강아지들과 본인이 강아지인 줄 아는 사람이 산다. 그리고 셋 다 말이 좀 안 통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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