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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리 May 30. 2021

12개월 차 아기의 성장 1

일 년을 함께 한 쌍둥이는? 그리고 걸음마의 시작

함께 한 지 일 년이 된 쌍둥이.


아기들이 우리와 함께 한지 일 년. 사실 두 아기들만 생각해보면, 내 뱃속에서부터 함께 했기에 일 년 그 이상을 동거 동락했을 것이다.

지금 두 아기의 관계는 어떠할까?


아직 너무 어리고, 자신의 생각을 말로 이야기할 수 없기에 단지 아기들의 표정, 행동 등을 보고 짐작해본다.


 둘은 서로에게 관심이 많다.

대부분 같은 공간에서 같은 놀잇감을 가지고 각자의 놀이를 하는 아기들. 이 시기 아기들이 보이는 놀이행동 유형인 혼자놀이와 병행 놀이가 나타난다. 그럼에도 쌍둥이는 상대의 놀이에 보다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자신만의 놀이를 하다가도 상대가 다른 놀잇감을 꺼내면 그 놀잇감을 하기 위해 빼앗기도 하고, 같은 놀잇감으로 놀이하기도 한다.  

 서로에게 관심이 있기에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오늘도 아기들은 움직인다.

 한 명이 다른 방으로 가면 또 한 명이 따라가고, 한 명이 그림책을 꺼내면 또 한 명도 그림책을 꺼낸다. 한 명이 흔들 말을 타면 또 한 명도 흔들 말에 와 혼자 앉을 수 있는 그 좁은 자리에 비집고 들어가려 낑낑거린다.

같은 포즈

둘은 감정을 공유한다.

각자의 감정을 서로 다르게 느끼고, 표현하는 아기들. 그러나 쌍둥이이기에 함께 지내는 과정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할 때도 있다. 앞서 말했듯 혼자 놀이와 병행 놀이를 주로 하는 시기이지만, 쌍둥이는 또래와 함께 노는 즐거움을 보다 빨리 경험한다. 둘이 함께 지내는 환경이 만들어준 긍정적인 측면 중 하나.  


 두 아기를 매트리스 위에 올려주었다. 이현이가 벽에 붙어있던 포스터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이준이도 그 옆으로 다가가 포스터를 본다. 그러던 중 이현이가 매트리스 위로 뒹군다. 이준이도 따라 뒹굴다가 이현이 몸 위로 올라간다. 이현이는 몸이 간지러웠는지 '까르르' 이준이도 '까르르'

둘은 뒹굴면서 웃는다. 함께 놀며 즐거움의 감정을 공유.


물론 반대로 또래와의 갈등 상황도 일찍 경험한다. 그때는 슬픔, 화남 등의 부정적 감정도 공유.


이현이는 이준이가 불편할 때가 있다.

 이유식을 먹을 때 이현이에게 노란색 스푼을 주고 이준이에게 초록색 스푼을 주었다. 이준이는 초록색 스푼을 달라고 '아아아' 울먹이듯 소리 낸다. 이준이에게 이현이에게 주었던 스푼과 같은 색의 똑같은 스푼을 주어도 이준이는 이현이가 쥐고 있는 스푼을 원한다. 이현이에게 똑같은 스푼을 주고, 대신 쥐고 있던 스푼을 이준이에게 주면 이준이는 만족한 듯 스푼을 받아 든다.


이현이가 먼저 탔었지만

 이현이가 나팔을 분다. 이준이는 다른 놀잇감으로 놀다가 그것을 내려놓고 이현이의 나팔을 향해 팔을 뻗는다.

이러한 일이 다반사이다 보니 이현이의 행동도 변화하고 있다. 처음엔 그냥 이준이에게 뺏기면 다른 놀잇감을 찾았는데, 이젠 울며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뺏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이런 상황에서 이현이의 찡그리는 표정과 눈물, 행동들을 관찰하면 이현이는 이준이를 불편해하고, 같이 보다는 혼자 놀이하고 싶어 함을  알아차릴 수 있다.


 반면 이준이는 혼자 놀다가 이현이가 다가와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현이에게 타고 있던 흔들 말의 자리를 내어 주어도 이준이는 옆에서 흔들 말을 잡고 있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뿐 울먹이거나 화내지 않는다.


걸음마를 시작하다.


 아기가 걷기 시작한 건 돌 이후.

돌 전에 일찍 걷는 아기들도 있으나, 우리 아기는 돌이 지나고 나서 걸음마를 했다. 그리고 '아기들'이 아닌 '아기'로 표현한 이후는 글을 쓰고 있는 13개월 중반 시점에도 아직 한 아기는 걸음마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는 둘째 이현이.


 걸음마는 시작과 동시에 하루가 다른 걷기 능력의 향상을 가지고 온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생후 371일, 이현이는 11개월과 마찬가지로 서 있다가 3 발자국 정도 앞으로 이동했다. 이후 걷기 능력 레벨 2에 진입. 식탁 기둥을 잡아가며 식탁 주변으로 빙그르 걷기도 하고, 시야에 잡고 설 것이 보이면 그곳까지 이동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책장을 잡고 있다가 옆쪽에 개수대(부엌 놀이)까지 다다다 걸어가서 개수대를 잡는 것이다.

생후 374일에는 젖병을 잡고 두 발자국 걸어갔다. 발자국의 수는 적었지만 팔을 벌리지 않고 무언가 잡고 있는 상태에서 걸었으니 이 또한 놀라운 발전.

걸음마 하는 이현


"이현아 이리로 와봐"하며 팔을 벌리면 이현이는 아장아장 걸어서 내 품에 폭 안긴다.

미소를 가득 머금은 얼굴을 다다다 나에게 와 안기는 아기. 꼭 아기를 안고 있으면 너무 사랑스럽다. 너무너무


여기저기 걸어 다닌다.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는데, 이현이가 걸어와 문 틈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예전에는 이행동을 기어서 했기에 좀 더 시선을 낮춰 문 아래를 보아야 이현이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젠 내 시선을 조금 더 올리게 되었다.


걸음마를 하다가도 이내 넘어지기 일쑤이고, 빨리 이동하고 싶을 때는 기어서 이동할 때도 많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능숙하게 걸어갈 이현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잡지 않고 일어선다.


 아기가 서기 위해서는 무언가 잡을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생후 372일째 이현이가 다리에 힘을 주고 천천히 그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 중심을 잡고 서 있는 상태에서 박수를 치기도 하고, 걸으려고 이동하기도 했다.


이현이는 이제 잡지 않아도 서고, 잡지 않아도 조금씩 걷는다.

이준이는 아직 잡을 것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선 상태에서 아무것도 잡지 않고 몇 초씩 버티고 있다(생후 394일).

서서 버티는 이준

쪽쪽이(공갈젖꼭지)를 떼다.


쪽쪽이를 떼는 시기에 대한 고민은 문득문득 내 머릿속 문을 두드렸다. 일찍 떼는 게 좋다는 말을 지인들로부터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돌 전에 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쪽쪽이를 '쪽쪽' 빨며 충분한 빨기 욕구를 해소하고 있는 아기들에게 쪽쪽이를 빼앗는 건 아직은 안 되겠다 싶었다.


사실 몇 번 시도도 해보았으니 그때마다 서럽게 우는 아기들을 보고 단호해야 할 태도가 조금 무너졌으며, 결국 '돌 지나고 떼자'는 생각으로 편하게 쪽쪽이를 사용했다.


그리고 4월 6일 아기들의 첫 생일. 그다음 날부터 쪽쪽이 떼기에 들어갔다.

보통은 평균 3일만 고생하면 쪽쪽이를 뗄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예상외로 아기들은 너무 쉽게 쪽쪽이와 작별을 고했다.

쪽쪽이를 주는 대신 애착물을 주는 게 방법이라면 방법. 이현이의 경우는 잠잘 때마다 '또또'라고 이름 붙여준 토끼 인형을 만지면 잤는데, 쪽쪽이가 없으니 토끼 인형의 귀를 입으로 빨았다. 그리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토끼 귀를 빠는 강도가 줄어들면서 쪽쪽이 없이 잘 자게 되었다.


 반면 이준이는 잠잘 때 특별한 애착물이 없었고, 쪽쪽이를 떼면서 이불을 애착물로 만들어 주려 노력했다.

볼에 이불의 촉감이 닿도록 덮어주고, 이불을 손에 쥐어 주어 만질 수 있도록 하고, 쪽쪽이 대신 손가락을 빨려고 하면 차라리 이불 끝을 빨 수 있게 주었다. 이준이 또한 이불을 애착물로 여기게 되면서 이불만 덮어주면 빠는 행동 없이 잠들기 시작했다.


 3일 정도는 새벽에 깨어 우는 아기를 토닥여주고, 안아주며 달래야 했지만 일주일, 이주일, 삼주일 시간이 흐를수록 아기는 진짜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중간에 쪽쪽이를 빨아야만 잠에 다시 들 수 있던 상황이 사라진 것이다. 새벽에 깨는 횟수가 줄어들고, 아예 한 번도 깨지 않는 날이 생기면서 나와 남편의 수면의 질 또한 높아졌다.


늦은 밤 울며 깬 아기에게 쪽쪽이를 물려주고자,

"쪽쪽이 어딨지"하며 바쁘게 이불을 들춰대던 우리의 손놀림은 사라졌다.


고리에 링을 끼울 수 있다.


 한 손으로 링을 잡고 고리에 링을 끼울 수 있게 된 아기들. 링을 끼울 때 링을 잡은 손이 고리가 닿아 잘 끼워지지 않기도 하지만 한 두 개 정도 연달아 링을 끼운다. 이현이는 링이 잘 끼워지지 않으면 다른 링을 잡고 끼우기를 시도한다. 같은 링이지만 잘 되지 않으면 다른 링을 찾는 것이 이현이의 문제 해결 방법. 반면 이준이는 끝까지 시도한다. 자신이 잡은 링이 고리에 들어가고 나면 그때서야 또 다른 링을 찾는다.


블록을 쌓을 수 있다.


 이전 아기들의 블록 놀이 방법은 쌓아준 블록 무너뜨리기, 블록 각각 양손에 잡고 부딪히기, 소리 나는 블록 흔들기, 상자에 블록 넣기 등이다. 블록 쌓는 것은 몇 번 보여주긴 했으나 크게 관심 보이지 않았는데, 12개월이 된 아기들은 블록을 위로 쌓기 시작했다.


이현이가 네모 모양의 원목 블록 위로 같은 모양 블록을 올려놓았다(생후 373일째). 이 순간을 놓칠세라 빠르게 영상 촬영.

그리고 "이현이가 블록도 쌓을 수 있네. 잘했다" 라며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

블록쌓는 이현

하지만 원목 블록과 다르게 홈이 있는 레고 형태의 블록은 아직 쌓기 힘들어한다. 홈과 홈이 정확히 맞아야 하니 아기가 쌓기에 보다 능숙해지고, 레고 블록의 원리를 깨닫게 되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세 개 이상의 블록을 쌓는 것도 아직은 어려워한다.


손으로 만지며 조작해 볼 수 있는 책을 선호한다.


 이전부터 보드북을 잘 넘겨보았고 페이퍼 북도 조금씩 보기 시작한 아기들. 그리고 보다 선호하는 그림책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운드북과 조작 북이 바로 그것.


사운드북은 이전부터 버튼을 눌러 소리를 들어 볼 수 있었지만 12개월 아기들은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한다. 바로 횟수의 반복이 그 증거이고.


스스로 책을 꺼내 버튼을 눌러 소리를 듣고, 다음장을 넘긴다. 그리고 새로운 페이지에서 버튼을 찾아 또 누른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을 다 보고 나면 책의 또 다른 페이지를 펼치는 아기들.

조작북 보는 아기들

조작 북은 정말 다양하다. 손가락 한 개로 조작해 그림을 움직이고,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 팝업을 잡아 뺄 수도 있으며, 손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그림을 변화시킬 수 있다. 변화의 재미와 움직임의 재미가 더해져 있으니 아기들은 조작 북 또한 좋아할 수밖에. 이런 조작활동을 하며 아기들의 소근육 발달도 보다 정교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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