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도의 열이 내게 가르쳐준 것

by 별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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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도.”


지난주 내 몸의 체온은 평범한 일상을 바꿔놓았다.

며칠은 고열로, 또 며칠은 열을 내리기 위해 먹은 다량의 해열제로 인해 탈이 나 힘들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침대에서 치열하게 보내고 나니, 몸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저번 주말부터 나는 숨 가쁘게 달리고 있었다.

잠을 줄여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아이를 돌봤다.

게다가 회사 업무까지 매일 야근으로 이어지니, 하루하루가 전력 질주였다.


“나는 다 할 수 있어.”


마치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온 힘을 다해 달렸다.

하지만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었다.

빠르게 달리다 보니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몸은 여러 번 쉬어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결국 완전히 방전되고 말았다.

몸살로 꼬박 일주일을 누워 있었다.





몸살이 준 신호


열은 머리를 바늘로 찌르듯 아프게 했고, 온몸의 근육은 쑤시기 시작했다.

거기에 오한까지 찾아와 한여름에 겨울 이불을 꺼내 덮을 정도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속도 탈이 났다.

빈속에 해열제를 여러 번 먹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아픈 데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해 더 고생했다.


누워 있으면서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그중 가장 크게 다가온 건 바로 ‘평소처럼’이었다.


평소처럼 먹고 싶다.

평소처럼 걷고 싶다.

평소처럼 자고 싶다.


늘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이 그 순간 가장 간절한 소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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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이 조금씩 떨어지고 나서, 침대에 누워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유튜브 시청이었다.

손가락에 남은 힘을 모아 내가 가장 먹고 싶던 음식 영상들을 찾아 틀어놓았다.

삼겹살, 떡볶이, 초밥….

평소엔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지만, 그때는 세상에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었다.




비교의 기준에서 감사의 기준으로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늘 말하던 ‘평소처럼’은 사실 비교의 기준이었다는 것을.


“평소보다 더 잘해야 해.”

“평소보다 더 많이 해야 해.”

“평소보다 더 많이 모아야 해.”


어제보다 오늘,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이 내 일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프고 나니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게 주어진 ‘'범하고 ''소한 하루가 얼마나 큰 선물인지.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


오늘도 나는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평소처럼 음식을 먹고,

평소처럼 업무를 하며,

평소처럼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이전의 ‘평소처럼’과는 다르다.


지금의 ‘평소처럼’은 비교가 아닌 감사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은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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