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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미 선 May 01. 2024

인생 그게 뭐라니?(2)

빵과 철학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신념을 죽어도 꺽지 않은 사람이었다.

당장 독배를 마시면 마셨지 살겠다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신념은 신의 한 수를 얹어주었다. 


신을 부정한 죄.

그의 가르침으로 젊은이들이 타락했다는 죄.

정부를 따르지 않았다는 죄.

아테네 정부는 마침내 그를 고소하기에 이른다. 


죽느냐 사느냐.

철학자가 되느냐 비굴한 자가 되느냐.

제자들의 말을 듣느냐 마느냐.


소크라테스의 머릿속을 출렁였을 복잡한 문제는 잠시 숨을 고르고,

고른 숨은 결국 그의 소신에 힘을 실어주었다. 

굴함은 죽음보다 비참하다는 것을 역설한 결론이다.


그리스를 떠나자는 제자들의 끈질긴 종용에도 고집을 꺽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탈옥을 돕겠다는 간수의 요청을 소크라테스는 끝내 거절했다. 

결국 쓴잔을 들이켜야만 했다.

"이런 이런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래 심줄을  봤나."


"이봐요. 소크라테스 양반.

소쿠리테스.

바구니테스. 

고집테스.

이런 별명을 당신에게 붙여주고 싶소."


`아니 목숨보다 철학이 더 중요했단 말인가!

일단 찐 철학이든 개똥철학이든 접어두고 훗날을 도모했어야지. 

그대로 죽어버리면 그동안 설파했던 철학은 뭐냐.`


그건 일반인들 생각이지 소크라테스 본인은 목숨보다 철학이 더 중요했다.

아니 철학이 중요했다기보다 삶의 기본이 중요했다.

순도 100% 진심으로 생의 순간들을 건져냈던 것이다.


"사람은 무엇이 올바른지 음미한 뒤 올바른 것을 행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일생동안 해온 일이고 지금도 바로 이것을 할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에는 철학을 넘어 인간적인 진실이 배어난다.


변변한 경제능력도 없으면서 허구한 날 아테네 광장을 배회했던 남편 소크라테스.

당장 솥단지에 걸 무엇조차  없는데 거기에 철학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철학을 솥단지에 걸고 백날 삶아봐라. 

쌀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빵이 나오나.


매슬로우의 욕구이론 5단계에서 생리적 욕구는 가장 하위욕구에 속한다.

당장 배가 고픈데 지금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한가.

지금 뱃속이 배배 꼬이고 있는데 화장실보다 더 급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공부도 미술도 철학도 생리적 욕구를 해결한 후 상단 꼭대기에 올라설 수 있다.

이런 욕구가 해소되지 않았기에 `크산티페`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었다.


남편 소크라테스를 곱게 봐줄 수 없었던 크산티페는 악처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굶어도 철학을 해야겠다는 남편과 그 깐 철학인지 목학인지  다 필요 없다.

당장 일용할 양식을 구해오라는 현실적 요구는 황홀한 앙상블이 될 수 없었다. 


결혼은 예나 지금이나 현실이다.

현실을 팽개친 결혼은 매번 큰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없다.

큰 소리가 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길거리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했으니,

부처님 반토막도 버럭 할 판국이었다.


길거리에서 결혼을 하면 좋겠냐 안 하면 좋겠냐 가부를 묻는 청년에게 결혼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온순한 아내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고, 사나운 아내를 얻으면 철학자가 된다고." 했다.

자신을 제대로 빗대고 있다.


소크라테스를 철학자로 만들어준 크산티페가 어쩌면 남편보다 더 철학을 논할 자격이 있을지도 모른다.

매번 푼수이자 화상인 그의 남편을 향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크산티페는 소크라테스에게 물벼락으로 응수했고,

물벼락을 맞은  남편은 이렇게 일갈했다.

"저것 봐 천둥 뒤에는 항상 소나기가 쏟아지는 법이야."


천연덕스럽기가 한량없다.

저러기라도 했기 망정이지 거기다 소리라도 지르고 반격을 가했다면 그것 참

못 봐줄 부부싸움이 전개될게 뻔하다.


그토록 원망하고 지겹도록 눈을 흘겼던 지아비였지만 막상, 

독배를 마시는 현장으로 달려갔을 때 그녀의 심정은 어땠겠는가!

통곡으로 그간의 설움과 후회를 무진장 퍼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죽을 사람은 오히려 태연한데 아내는 죽어라 울고 불고 난리가 난 형장에서 `크산티페`는 

소크라테스의 요청으로 끌려가긴 했지만 질질 끌려가는 가슴은 카본블랙이 되었을 거다.


이런 비참한 소크라테스와 달리 소피스트 들은 인기도 좋았고 강연료도 두둑했다.

소피스트들은 그리스가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후 설득을 목표로 한 찬란한 

웅변으로 사람들 마음을 현혹시키는데 한 몫했다. 

웅변술과 상대주의는 곧 교육자로서 상당한 인기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인기가 있으면 富가 따라오게 마련이다.

소피스트 들은 두둑한 강연료로 부를 축적했고 아울러 기고만장했다. 

무료 강론을 했던 소크라테스는 변변한 재산도 없이 맨날 아내에게 바가지가 뚫어지도록 

잔소리를 들어야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아마도 그 잔소리는 그가 아테네 광장에서 설파한 철학의 근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두둑한 강의료를 챙겼던 소피스트들이 한 말은 지금까지 크게 살아남지 못했다. 

겨우 명맥을 이어온 사람은 그나마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 히피아스, 트라시마코스였다.

이 혀도 잘 돌아가지 않는 이름들은 인간중심의 실학파였다.

이 소피스트들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화려함만 추구하는 궤변론자로 비난했다.

아이러니하지만  잘 나가던 소피스트들보다 오로지 소크라테스라는 이름만이

철학의 거장으로 여기까지 왔다.


담담하지 않았으면 철학이라는 삶의 속살들을 파헤칠 수 없었고,

신념이 억세지 않았으면 죽음 앞에서도 초연하지 못했을 초인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소크라테스가 현대인의 입으로 불려 나오는 이유다.


 `악법도 법이다.`

그가 남긴 명언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거짓말을 일삼고 혼돈의 세상을 옹호했더라면 오늘날까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불러줄 리 만무하다. 


진실은 事必歸正(사필귀정)이다.

사필귀정은 진실이다.

진실은 항상 원점을 돌아서 언젠가는 돌아오게 되어있다.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한동안 `테스 형`이 인기를 끌었었다.


`테스 형 얼른 나와서 이 세상 좀 어떻게 해봐.`

어지러운 세상을 하늘만큼이나 숭배하는 자세로 불러냈던 데는 

다 그만의 무게가 있기에 그렇다.

만금의 무게가 그의 흔적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비록 가장으로서 아내와 자식들에게 물질적으로 풍부하게 해주진 못했지만, 

그가 남겨준 깊은 사유와 진실만은 후대에  국보급으로 추대되었다고 본다.

툭하면 `테스 형`이 그리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신고전 미술의 창시자인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

그는 소크라테스의 마지막을 그려낸 사람이다.

소크라테스가 독약을 마시고 죽기 직전에 제자와 동료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장면을 그려냈다.


그 그림도 소크라테스의 강직성을 영원히 불러내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유화로 그린 이 작품은 지금도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는 그림으로 그의 세계를 추앙했다.


`테스 형! 이만하면 조금 억울함이 풀리지 않았소?

여기 힘없는 여자도 당신의 억울함에 힘을 조금 보탰소. 

어떠오! 우리나라도 안보나 경제면에서 지금 여러모로 힘들다오. 

중동은 전쟁의 암운이 감돌고 있고 세계는 지금 모두가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오.

힘들어도 소신을 지켜낸 당신이 이 세상에 한줄기 빛으로 다가오는 현실이라오.`

테스 형!





남편과 아내. 스케치북. 붓펜. 파스텔. 필자.


소크라테스는  울퉁불퉁 추남이었다고 해요. 

그렇다고 맨날 추남으로만 그릴 수 있나요. 

이왕이면 조금 더 곱상하게 그려봤어요. 


남편이 거리에서 손가락이 새카매지도록 강연을 했건만 집안은 매번 궁색, 또 궁색.

아내가 할 수 있었던 분풀이는 물을 끼얹는 것이 최고.

생활고에 화가 난 크산티페가 물통을 들고 가는 모습도 귀엽지 않나요?


화가 났지만 씩씩대며 걸어가는 뒷모습이 `쌤통`이다. 그런 분위기입니다.

방금 물을  퍼붓고 가는 길인가 봐요.

손가락은 V를 그리면서 회심의 미소가 가득합니다. 


(대문 이미지. 함평 나비축제장에서 찍어 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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