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2주년을 짚어보며
벌써 2년.
내가 이곳에 발을 딛고 선지 두 돌이다.
2023년 6월 21일 `조선남자 엿보기`를 시작으로 글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다.
조선남자?
고리타분한 조선시대 남자(남편)를 현대 무대에 내세워 몰래몰래
그를 흉보기 시작했고 슬그머니 타박을 시도했다.
코앞에서 하지 못한 속내를 이곳에 털어내면서 독자들과 함께 웃었고 같이 공분했다.
타박은 해학이라는 조미료로 버무려 재미로 변모시켰다.
지아비 한 첩 반상이 `조선남자 엿보기`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독자들도 함께 속상해하고 같이 웃으면서 동조와 협조(댓글)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공범이다.
조선과 현대의 간극을 뭉개면서 어떻게든 현실적으로 조금만 더 현대의
발판 위에 그를 세워보려고 노력했던 건 사실이다.
조선남자는 마누라가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플랫폼에서 자기를
노출시키고 있는 것을 꿈에도 몰랐고 지금도 모르고 있다.
가족은 물론 친구 지인들 조차 이곳을 알려주지 않았다.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다는 건 아는데 내용은 모른다.
어찌 보면 미안하고 달리 보면 속 시원한 일탈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은 철저한 비밀이라기보다 나 스스로 미지의 땅에서 혼자 딛고 견디기 위한
고육책이다.
아는 이를 이리 오라고 이리 와보라고 강제로 불러들인 적이 없다.
대원군의 쇄국정책도 이럴 수가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아직까지 응원하기도 설치하지 않았다.
블로그에도 700명이 넘는 이웃이 있건만 그 흔한 애드포스트조차 없다.
그저 순수하게 내 글을 접하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다.
나는 이곳에서 2년 동안 꾸준히 수요일 아침을 지켜왔다.
오전 9시 발행을 기필코 고수해 왔다.
최근 뇌진탕이라는 가볍지 않은 부상을 입고도 쉼 없이 미련곰탱이 짓을 하고 있다.
왜?
아는 이를 유입시키기보다 지금껏 성원해 준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일주일은 너무나 빠르다.
어디라도 다녀오면 데드라인에 쫓기는 기자처럼 허둥거리기 일쑤였다.
제때 발행을 못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이렇게 저렇게 2년을 버텨오면서 때론 회의적인 순간도 왜 없었을까.
이렇게까지 나를 채찍 하면서 글을 써야만 하는가.
그림이나 유유자적 그리면서 놀러나 다니면 될 것을.
무엇 때문에 스스로 스트레스를 자초하는 건지 글을 쓰면서도 갈등했다.
그럼에도 글줄을 놓지 않고 버틴 것은 그것이 가치롭기 때문이다.
내 안의 응집된 문체와 생각과 의미들이 작은 환(丸)으로 빚어질 때 그것을 가치로 인식했다.
공진단을 빚듯이 그런 심정으로 글을 퍼올렸다.
수많은 독자를 거느린 작가들이야 사백 명 남짓 인원이 아무것도 아닌 소소한 숫자겠지만,
내겐 공들여 맞이한 독자들이다.
더구나 조명도 관심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어떤 이들을 폭풍처럼 몰고 온 사람들보다 더 알토란 같고 보배롭다.
앞으로 건강이 회복되면 `상식은 맛있어` 코너도 활기롭게 부활시킬 것이다.
살면서 느끼고 겪는 일들이 `인생`이란 제목 안에서도 잘 숙성되리라 본다.
다만 최근 발표한 멤버십 제도가 고민으로 다가온다.
전진이냐. 후퇴냐.
부활이냐. 도태냐.
제도가 만든 틀에서 꽃을 피우는 건 수월하다.
제도밖이 문제인 거다.
지원도 조명도 없는 어두컴컴한 골방에서의 독립이 가당키나 하던가.
그동안 응원하기는 하지 않았어도 그다지 고민은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문제가 다르다.
2년을 길러오고 키워낸 글집이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느냐에 마음이 짠하고 쓰리다.
지금까지도 나는 브런치에 아무런 수익도 제공하지 않았다.
브런치 역시 내게 십원 한 푼 건네준 적 없다.
물질 앞에서 글을 가지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 참으로 고민스럽다.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열심히만 쓰면 안 되는 시대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햐!
2년 동안 무조건 열성이었던 브런치 문턱에서 이렇게 갈래갈래 마음이 흩어져 보긴 처음이다.
심난함을 달래기 위해 화구 앞에 앉았지만 본마음은 어디론가 떠가고 있다.
백일홍 꽃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아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살면 안 되는 것인가.
나비들처럼 자유로운 마음으로 떠돌면 외면당하는 것일까.
그동안 브런치를 해오면서 나는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슬그머니 보따리를 쌌다는 것을.
독자들을 떠나는 심정이 어땠을까.
보따리를 싸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다고 다짐하면서 글을 수습하던 순간에 그들은
어떤 각오와 다짐을 했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하다.
이래도 저래도 시간은 흐르고 6월도 떠나갈 것이다.
어쩔래?
2년이 내게 묻는다.
이제 어쩔 거냐고.
어떻게 할 거냐고.
대문사진: 수채화. 필자.
하단: 백일홍 그림. 필자. oil on canvas 30x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