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부터 6월 10일까지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났던 2016년 상반기였다. 유난히 춥다고 느꼈고, 왜이리 날씨가 좋냐고 말했으며, 어쩌면 이렇게 되는 게 없냐고 '징징거리는 소리'로 귀결된 상반기였다고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좋았다. 20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 순간들에 대한 어워드를 말하려 한다.
1. 꽂힌 단어
'저녁'이라는 말이 좋았다. 한강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라는 시집을 알기도 전에 '저녁'이라는 단어는 아늑하고 모든 것이 끝난, 휴식의 시작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2. 최고의 웃음
전원책-유시민으로 바뀐 썰전 첫회. <100분 토론>에서만 보던 분들이 김구라와 함께 있는 게 신기하고 너무 웃겼다. 웃음의 데시벨로 치자면 <라디오스타>겠지만 항상 웃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딱히 없다.
3. 어떤 장면
151번 버스를 타고 대학로에 가는 길에 경복궁을 봤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다 예뻐보였다. 개별적으로 예쁜 건 아니었고 군집으로써 예뻤다.
4. 책
모든 게 노래, 김중혁
5. 밑줄
"청소하지 않고 집을 비우면 집은 더러워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먼지가 쌓이고 하나둘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6. 어이없음
일찍 자려고 11시에 자려고 자리에 누우며 '바로 잠 안 올 거 같은데...'걱정을 했으나 10분만에 잠들고 그 다음 날 오전 11시에 일어났다.
7.잘한짓
힘들 때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8.내가 좋아하는 시간
아침 8시 혹은 저녁 10시. 바람이 차가운 시간=산책하기에 좋은 시간
9.도전과 실패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 특히 과학. 아직 손도 못댐.
10.가장 많이 들은 노래
권진아- U&U
11.듣기 좋았던 말
단추 같다는 말
12.어떤 저녁
여훈이가 저녁을 못 먹어서 빵을 고르는데 맛있어보였다.
13.어떤 아침
시빌워를 보기 위해 토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맥도날드에서 아이스커피를 테이크아웃 하고 7612 버스를 타고 홍대 CGV를 갔다. 커피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영화 광고 다 보고 마블 로고가 나올 때 한 모금 마셨다. '이 맛에 커피 마신다'
14.어떤 향기
점심을 먹으러 내려가는데 선배가 지나갈 때 향기가 훅하고 났는데, 되게 좋았다. 무슨 향수인지 물어보니 뭐랑 뭐라고 했는데 뭐가 뭔지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향수 두 개를 섞어썼다. 신기했다.
15.사길 잘했다
스포츠용 타이즈
16.괜히 샀다
우주인 LED. 이거 사고 며칠뒤에 생일선물로 또 받았다. 두 개다 지금.
17.이거 하나는 잘했다.
글을 꾸준히 쓴 것. 작년만 하더라도 글이라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자신감이 없었다. 최근 6개월 동안 인스타그램과 브런치 그리고 개인 일기장에 온갖 글을 다 썼다. 그게 가장 잘한 일이다. 내가 정말 글을 좋아하긴 한다는 믿음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