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9일
1.감정이 마모되면 살기 편하다. 어떤 유형의 사람 앞에서도 쉽게 동요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문득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면 한없이 힘들다. 발이 잘려나간 사람이 여전히 발이 있다고 믿으며 가짜 통증을 느끼듯 마모된 감정에게서 아픔의 흔적을 느낀다. 그리고 그후로도 끝없이 침식과 부식을 반복하다가 모래가 되어 사라지겠지.
2.7월은 토마토가 익는 계절이라 아무 것이나 골라잡아도 시고 달다. 위가 작아져서 토마토 하나면 배가 부르다. 어제는 토마토 두 개로 하루를 났고 오늘은 토마토 하나와 초코우유 하나에 허기가 사라졌다. 밥을 왜 안 먹냐고 물으면 입맛이 없어서요. 토마토는 왜 먹냐고 물으면 맛있으니까. 의욕의 땅에 가뭄이 들었으나 토마토만 살아남은 것 마냥 토마토만 눈에 들어온다. 케첩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토마토를 매일 먹는다. 찹찹.
3.지난 주만 하더라도 방이 작게 느껴졌는데, 이번주에는 또 꽤 넓어보인다. '내가 이런 방에 살아도되나' 생각이 들 정도. 내가 작은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살고 또 잘 살고 있어서 이제는 스무살 초반에 난무하던 충고과 조언의 계절은 오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꽤 어른이 되었구나 싶었는데, 때마침 태현이에게서 걸려온 전화. 몇마디 나누니 잔소리 재료가 수북이 쌓였다. 오랜만에 입 안에 생기가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