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가능한가
지금보다 좀 더 어릴 때 연애를 '열심히'했다. 연애는 어떻게 열심히 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답은 하나다. 쉬지 않는 것. 사랑하지 않아도, 만나면 사랑하게 되고, 좋아하지 않아도 ‘혹시 내가 좋아하나’ 생각하면 좋아진다. 그러다가 헤어지고 멀어지고를 반복하다가 뒤를 돌아보면 열심히 연애를 한 내가 있다. <수학의 정석 I>의 까맣게 때가 탄 원주율처럼, 20대 초반은 그렇게 새까맣게 변해버린다.
먼저 인생을 살아본 선배라는 사람들은 인생에 대해 뭘 좀 아는 척 이렇게 말했다. "뜨거운 연애를 한 번쯤은 해봐, 그럼 사랑에 대해 알게 될 거야. 그래야 어른이 되는 거야." 훈수 중 최악의 훈수는 인생에 대해 확신하는 훈수라고 배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충고를 할 것만 같으면, 귀부터 막던 나였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그 말은 맞는 말인 것 같다.
뜨거운 사랑을 한번 해보니 사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심스러워졌고, 겁이 많아졌다. 부작용이 있다면, 사랑뿐만이 아니라 우정과 같이 정(情)에 바탕한 모든 감정에 대해서 회의를 하게 됐다.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가 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했던 회의론처럼, 인간의 감정들 중에 변하지 않는 게 과연 있기나 한지 의심했다. 세상이 분홍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이런 고민은 쓸데없겠지만, 난 살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아무에게도 감정을 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은 위험하다. 사랑을 포함한 인간의 감정은 결국에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변하기 시작한다. 베어 먹은 사과가 공기에 닿으면 갈변되는 것처럼. 온전한 싱글이 자신의 세계에서 나와 짝을 만나는 순간, 썩기 시작한다. 아니, 썩는다는 말은 과할 수 있겠다. 변하기 시작한다. 달라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