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목적
빗소리는 들리고 마음은 흔들리고. 빗소리 고요해서 참 좋다. 21년 된 친구는 말을 잘 들어줬다. 우리는 비가 땅에 부딪치는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깔고 많은 역사를 되짚었다. 초6 시절의 이상적인 고민에서부터 29살의 현실적인 고민까지 널뛰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 친구가 내가 2001년 주고받던 한메일을 떠올리며 그 시절 우리가 얼마나 유치하고 찌질했는지 복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초6 때 함께 놀던 K양, H양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총선 결과와 소수정당의 미래'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 근황' '2001년 펜팔 문화' 생각지도 못했던, 내 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단어들이 술을 만나자 밖으로 튀어나오는데, 어쩌면 내게 식탁의 목적은 채우는 것이 아닌 게워내는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계속 게워내면 난 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