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Jan 10. 2021

<조제>, 불안을 편집한 리메이크

1. 평면적인 캐릭터

멜로는 사랑을 주재료로 만들어내는 장르다. 그 안에는 이별도 있고, 설렘도 있고, 불안도 있다. 리메이크작을 원작과 비교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리메이크작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작품이니까), <조제>의 여주인공은 원작과 비교해서 너무 평면적이다. 원작에서 츠네오가 조제에게 조금씩 빠져들었던 감정은 단순히 조제가 예뻐서가 아니었다. 몸이 불편하지만 오히려 그런걸 흠으로 생각하지 않는 면이 있었다. 다듬어지지 않고 투박하면서도 그런 행동이 자기방어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 지점이 조제를 매력적으로 느끼게끔 만들었다. 그래서 츠네오가 조제에게 서서히 빠져드는 것이 관객들도 납득이 되었다. 하지만 리메이크작에서 조제의 복합적인 매력을 느끼기엔 부족했다. 선남선녀의 사랑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또 조제의 목소리 톤이 처음부터 끝까지 낮게 잡혀있고, 표정에도 힘이 없는데 이건 배우가 아니라 연출의 문제라고 본다. 츠네오 역시 시종일관 조심스러운 캐릭터이기 때문에 두 캐릭터의 케미가 한편으로는 너무 고요하다고 느껴진다. 아무리 내성적인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마련이고, 그런 것이 멜로의 매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숨통을 트이게 하는 그런 장면이 거의 없었다.


2. 너무 고요한 감정

멜로에는 여러 감정이 들어갈 수 있다. 원작에서 주인공들이 느꼈던 감정은 사랑 + 불안이다. 조제는 '언젠가는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쉽게 츠네오를 가까이 두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곁에 있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츠네오는 자신의 행동이 동정은 아닌지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고 좋아한다는 확신이 생겼음에도 막상 결정적 순간에는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감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리메이크작에서는 두 캐릭터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다.


3. 그래도 좋은 점

영석은 카페에서 알바를 한다. 썸을 타는 수경은 영석을 만날 때 커피를 준다. 교수님도 영석을 만날 때 커피를 준다.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밥을 먹기 보다 커피를 마신다. 커피는 생존을 위한 필수 식량은 아니다. 반면에 만날 때마다 밥 먹고 가라고 말하는 사람은 조제다. 조제가 사는 세계와 다른 이들이 사는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비유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기호식품을 소비한다는 건 일반적인 생활이 영위되어야 실천 가능하다. 두 사람이 보는 세상에 대한 시선이 다르다는 건 나뭇잎을 볼 때도 나타난다. 영석은 "색이 예쁘다"고 말하고 조제는 "나뭇잎이 죽는다"고 말한다. 둘 사람이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사들은 좋지만 스치듯 나오기 때문에 영화에는 중요하게 연출되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페임>이 실망스러웠던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