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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Gray Aug 06. 2019

14. 글쓰기의 KPI

(Week 7)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가

갑작스러운 알림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에도 통계 기능을 확인한 적은 있었지만, 꾸준히 50~100 정도 수준에 머무른지라 Facebook에 공유한 글을 친구들이 보고 있겠구나 생각하는 정도였다.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서는 혼자 노트에 끄적이는 것보다는 어딘가에 공개하는 게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에 브런치를 선택하고 Facebook에도 공유 중이었는데, 갑작스레 조회수가 폭증하자 신경이 쓰인다. 무슨 일일까.




통계에 잡히는 구분상 '기타'에서 많이 조회되었고, 좀 더 확인해본 결과 '다음(Daum)' 포탈에 글이 올라간 게 이유인 것 같다. '브런치-카카오-다음'이라는 연결고리를 생각하니 이해가 되기 시작하였다. 며칠 지나자 조회수는 2,000, 3,000을 지나 8,000까지 올라가고 있다. 포탈의 첫 화면은 예전처럼 획일화되지 않고 개인별 관심분야 혹은 이슈에 따라 커스터마이즈 되어 구성될 테니 결국 제목 및 본문 안에 있는 몇 개의 키워드로 인해 누군가의 포탈에 보였으리라 추정된다. 그동안 써온 13개의 글 중 상대적으로 자극적이고 눈에 띄는 제목을 가진 '12. 꼰대를 위한 나라는 없다'가 첫 타자로 지목된 셈이다.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한번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유튜버들이 왜 그렇게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달라 외쳤는지 이해가 된다. 물론 가장 중요한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겠지만, 누군가가 나의 글, 나의 콘텐츠에 관심을 보인다는 느낌은 약간의 성취감, 적잖은 흥분감을 주는 것 같다. 이른바 관종으로 가는 첫 단계를 통과하고 있나? 나 역시 브런치와 Facebook에 글을 공유하기로 한 이상, 반응을 보겠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기왕 그런 거라면 '앞으로 보다 자극적인 제목, 이슈가 되는 키워드를 포함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한편으로는 조회수가 늘어난다고 당장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지금 쓰고 있는 글을 출간하려는 포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꾸준한 글쓰기 연습이 가장 큰 목적인데 굳이 남들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의 새로운 경험과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들을 한데 어울러 쓰며 내가 무슨 생각을 해온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할지 길을 찾는게 또 다른 목적인데, 자극적인 주제를 좇다 보면 일정 부분 변질되지 않을까. 보다 정제된 직장인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조회수는 나에게 적합한 성과지표인가?'




대다수 직장인에게는 매우 익숙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우리 말로는 '핵심 성과지표'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10년 이상 금융회사에 근무하면서 절반 가량은 KPI를 설정하는, 절반 가량은 KPI에 의해 성과를 평가받는 자리에 있었고 일반적으로 1년에 두 차례 KPI 수립/평가 업무를 진행하므로 좋은 KPI의 조건에 대해 꽤 오랜 기간 고민해왔다.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순서로 3가지만 추려보자면,


1. 지표 자체로 목표를 함의해야 한다.

성과 지표가 목표를 함의해야 한다는게, 굳이 얘기할 필요 없는 너무 뻔한 사실을 얘기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으나 실제 많은 성과 지표들이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채 단순 비교 잣대로 쓰이곤 한다. 따라서, 시작점에 서면 늘 "왜 하는가?"라는 질문이 수반되어야 한고, 성과지표는 "왜 해야 하며, 이것을 달성하면 됩니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가령, 투자 분산도를 KPI에 포함한다면, 왜 분산을 해야 하는지 및 어느 정도 분산해야 적절한지에 대한 함의를 담고 있어야 한다.


2. 부작용을 이해해야 한다.

목표라는 것이 한번 설정되면 좀처럼 바꾸기가 쉽지 않다. 되레 달성하지 못한 이유를 하소연하기 위한 핑계로 보이기가 쉽다. 하지만 어떤 성과지표는 좇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이는 주로 Market Share와 같이 몸집을 키우기 위한 지표에 해당한다. 또한,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구시대적 지표를 지속 사용하는 경우도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으므로, 설정 단계에서 부작용을 이해해야 하며 만약 진행 중에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과감히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3.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해야 한다.

세상 일이라는게 무 자르듯 명확하게 수치화하기 어려운 영역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성적 지표는 그 부작용이 다대하기에 가능한 객관적인 정량적 지표를 찾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도하던 하지 않았던 간에 정성적 평가는 악용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에 사용되는 평가 기준들을 보면, 수치화되지 않은 특장점이 두서없이 나열된 경우가 많다.


하나 덧붙이자면 '4. 개인, 조직별 성과지표는 상호 연계성을 가져야 한다'라는 조건이 필요해 보인다. 조직도 혹은 업무 프로세스를 펼쳐 놓고 보았을 때, 각 부문의 목표와 전체 목표가 하나의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글쓰기와 관련해서는 크게 시사점이 없어 보여 미뤄두고자 한다.




글쓰기의 KPI는 글쓰는 사람의 목표 및 수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전문 작가라면 당연히 가장 직접적인 성과인 판매부수로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나의 경우 아직 아마추어 작가지망생 타이틀을 붙이기도 다소 민망한 수준이므로 내 수준에 맞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성과지표가 필요해 보인다.


매주 2회 발행

1년간 100회 발행

'19년 연내 첫 단편소설 발행


꾸준한 훈련 목적으로는 이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구독자수, 조회수, 라이크, 댓글은 꾸준히 달리라는 채찍질 정도로 생각하는게 좋을 듯 싶다. 허나 이렇게 장황하게 쓰고도 전보다 자주 통계 화면에 접속하는건 어떤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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