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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Gray Aug 22. 2019

19. 작은 정원

(Week 9) 오늘, 하루

쉽게 잘 자라기에 키우는 맛이 있는 강낭콩은 아이의 반려식물로 '콩이'라 부르기로 했다. 하루가 다르게 부쩍 크는 녀석은 잎도 하트 모양으로 제법 이쁘다. 마트에서 산 캐나다 출신의 이름 모를 꽃은 고운 빛깔이 꼭 석류 같다. 정원이라는 이름에 그나마 가장 어울리는 녀석이다. 강낭콩과 함께 키우기 시작한 상추는 성장 속도가 다소 더디다. '추니'라 이름 지어 주긴 했지만, 아이의 생각에도 녀석의 포지션이 좀 애매한가 보다.




"추니는 다 크면... 아빠가 먹을거죠? 고기 먹을때?"


"그렇지."


"먹히기 위해 크는 건 좀 불쌍한데요."


"추니는... 그렇다고 먹히기 위해 크는건 아니지."


"그럼요?"


"추니는... 맑은 날엔 햇살을 즐기고, 목마를 땐 물 마시며 잠시 쉬는거야. 그게 추니의 삶이지."


"그래도, 다 크면 먹을거잖아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너무 멀리까지 보면서 오늘이 의미 없다고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아빠도 잘 모르긴 하지만,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 라는 말을 해줄까 말까 고민하다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뭘 안다고. 뜸 들이는 사이 아이는 이미 저만치 가서 딴짓을 하며 논다. 이미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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