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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부메랑 Sep 05. 2017

정신 건강이란 무엇인가?

쉬워 보이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그 질문

한국사회에서 사람들에게 "정신 건강(Mental Health)"이란 단어가 임팩트있게 다가온 것은 97년 IMF 직후 무렵부터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전에도 길거리에 심리상담소나 신경정신과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심리상담소나 신경정신과가 "내가 평생 갈 일 없을" 또는 "나와는 상관없는" 시설쯤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전례 없던 수준의 경제위기 여파는 생각보다 그 폐해가 심각했습니다. 하루 아침에 사업장의 존속 여부가 흔들리고, 대기업에 다니던 많은 분들이 명퇴라는 명목으로 회사에서 나와야 했고, 급등하는 환율 때문에 수출입 관련 업체나 해외 체류자들이 극도의 혼란과 공포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 거려야 했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치솟는 원유가, 급등하는 환율, 대규모의 실직 사태 등으로 얼룩진 경제 위기는 불과 몇 주만에 한국사회를 그 이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몰아세워 버렸고, 그 여파와 충격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국 사회에 90년대 이전에도 충격적이고 어려운 시절은 있었지만, 통계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90년대를 기점으로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하여 90년대 말부터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인 증가폭을 보이며 지난 10년간 세계 1위 또는 세계 2위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으로 드러나는 정신건강의 문제는 저의 관심 영역 안에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치 주변에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암으로 고생하는 분들에 대해서 마음으로는 안타깝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그분들의 고통을 깊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없는 것처럼 제게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같은 말은 가깝다기 보다 멀고 건조한 말들이었습니다. 가끔 연예인 같은 공인들이 TV에 나와서 정신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을 보거나, 저와 함께 식사하거나 차를 마시던 주변 친구들이 식사 도중 내게 호소하듯 자신들의 은밀한 어려움을 말할 때조차도 저는 그것이 어느 정도의 고통이고 어떤 증세인지 정확히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그런 고통과 어려움, 그리고 그 외로움은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했기에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했었습니다. 단지,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정도였을 뿐입니다. "마음의 상처", "트라우마", "상실감"이란 말들은 어쩌면 환우들의 증상과 경험을 올바르게 묘사하기에는 너무나 완곡한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2005년 저는 제 주변에 친한 친구들을 비롯해서 굉장히 가까운 관계였던 사람들이 개인적인 상처나 큰 상실감을 겪고 나서, 우울증을 비롯한 소위 말하는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며 힘겨워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신건강 문제가 생각보다 굉장히 파괴적이고 무서운 이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별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무기력함 또는 약간의 죄책감으로 방황하던 저는 결국 고심 끝에 약 1년 뒤에 엔지니어로서 잘 다니고 있던 직장도 퇴사하고 대학원으로 진학을 하게 됩니다. 제가 그런 결정을 내리고 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던 그 때가 2-3년 전인 것처럼 느껴지는 데, 벌써 10여 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참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습니다. 정신건강, 구체적으로는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증, 불안장애 등 환우들을 괴롭히는 질환들에 대해 공부하고 그런 분들을 돕고자 Counseling을 전공 하며 공부와 실습을 병행하는 생활을 하면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쯤은 귀가할 때 생각해 봅니다.

 

"과연 '정신건강'이란 무엇인가?"


질문 자체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들리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대답하려면 쉽지 않습니다. 팔이나 다리가 골절되어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손상되었다면 그것은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고 명쾌히 말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감기에 걸리고 구토를 하며 오열에 시달린다면 그것도 역시 건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미국 WHO에서 주장하는 정신건강의 정의를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Mental health is defined as a state of well-being in which every individual realizes his or her own potential, can cope with the normal stresses of life, can work productively and fruitfully, and is able to make a contribution to her or his community."


이 정의에 의하면 누군가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일상의 스트레스에 대처할 줄 알고, 열심히 보람차게 일해서 지역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웰빙 상태에 있다면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딱히 틀려 보이지는 않지만 이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 예외적인 사람들 중에도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직장에서 여기저기 치이고, 자기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지만 나름대로 착실히 사는 평사원이 있다면 위에 WHO 기준에서 본다면 다소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아 보입니다. 반면 히틀러 같은 독재자는 위의 기준에서 볼 때 이 회사원보다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 보입니다. (포텐셜이 넘치고, 스트레스에 적극 대처하며, 국가를 리드해 나감) 그렇다면 정신건강은 윤리의식이나 인격과는 전혀 무관한 것일까요? 


약을 먹으면 정신 건강이 회복될 수 있을까? 


그동안 제가 정신건강에 대해 배우고 환우들을 실습차원으로 상대하면서 느낀 저의 경험에 의하면 최소한 정신질환자들의 윤리의식은 일반인들에 비해서 높으면 높았지 결코 낮지 않습니다. 즉 정신건강과 윤리성은 무관합니다. 오히려 확률적으로 보면, 신경정신과에 다니며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정직하고 윤리적인 사람들이 많다고 봅니다. 어쨌든, 현재 학회나 병원에서 사용되는 "정신 건강"이란 말은 그 환우의 윤리성을 정신 건강 저해의 큰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은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한국은 대체로 미국의 신경정신과(Psychiatry) 시스템과 지식체계를 따르고 있어서, 한국의 Psychiatry도 "이증요법 (Allopathy)"을 선호합니다. 이증요법이란 어떤 질환에 대해 전통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여겨지는 치료법과는 다른 방법의 치료를 시도하는 요법입니다. 현재 환우의 정신 건강을 진단할 때 DSM-5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ition)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데, 사실 DSM-5에 나온 정신 질환에 대해서 그 질환을 유발하는 특정하게  관련된 생리학적 표시물 (Marker)은 정확히 드러난 것이 없습니다 (Ingersoll & Marquis, 2013). 사실, 안타깝게도 육체 질환인 내과/외과 등의 분야에 비해서 신경정신과는 그런 생리학적 표시물에 대한 정보 부족/지식 부족으로 인해서 다른 분야에 비해서 50년에서 100년 정도 기술과 지식이 뒤쳐진 상태입니다 (Charney et al., 2002). 따라서 우울증은 "체내 화학물질의 불균형에서 온다"라는 미신(myth)도 사실 굉장히 대중을 우롱하는 말일 수 있으며 (우울증의 수 많은 원인 중 하나는 될 수 있지만, 아직 정확한 사실이라고 치부할 수 없기에) 이런 섣부르고 설익은 분석은 제대로 된 약 처방과 진단이 부족해서 수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던 "The flu epidemic of 1917 - 1918"의 악몽을 떠올려 볼 때 신경정신 분야가 얼마나 갈 길이 먼지를 나타내 주기에 충분한 증거가 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어떤 정신/감정적 질환을 유도하는 정확한 이유를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Ingersoll & Marquis, 2013). 이렇게 "알 수 없다"라고 고백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면에서는 더 효율적이고 정확한 연구와 진단을 이끌어 낼 수도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섣불리 결론을 내리고 분석을 확신 있게 하고 단편적인 원인/결과 공식을 내서 어떤 사람에게 어떤 진단을 내리면(예를 들어, "당신은 이런 이유로 우울증 환자이군요") 그 순간 그 환우에 대한 다른 요소와 숨겨진 사연과 이유들은 더 이상 탐험되고 분석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환우는 "우울증 환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우울증 환우"가 되어버려서 그 환우와 전문가, 그리고 사회와의 생산적인 교류와 추가적인 분석의 길이 막히게 되어서 위험하기도 합니다 (Ingersoll & Marquis, 2013).




요즘 대체로 신경과와 정신과가 합쳐진 상태로 신경정신과가 많이 있는데, 정신질환도 말 그대로 정신에 문제가 있는  Psychosis적 질환 (예를 들어 망상이나 환청을 보고 듣는 조현병)과 신경이 불안해진 상태의 Neurosis적 질환(우울증, 불안장애, 공황 장애 등)은 구별해야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 한국에서 환우분들의 증세를 판별할 때 주로 사용하는 참고서는 DSM-5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ition)입니다. 이 책은 미국에서 정신과 의사들이 자신들이 만나서 다루었던 환자들의 케이스를 모아서 그 통계를 바탕으로 만든 일종의 정신건강 백과사전입니다. 굉장히 두꺼운데 각 페이지 별로 각종 정신질환의 종류와 그 증세, 판별법 등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DSM-5가 편찬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모든 의사와 전문가들이 자신들이 만난 환자의 증상을 발표하고 연구할 때 일종의 공통 언어(예를 들면 우울증)가 필요하며, 그 공통 언어를 바탕으로 서로 환자를 다른 의사나 기관에게 인계/인수할 때도 환자에 대해 소개하고 의사들이 함께 그 환자에 대해 토의하고 치료법을 논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DSM-5가 현재 한국에서도 많이 사용이 되고 있는데, 저는 DSM-5가 한국에서 쓰이는 것이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일단 DSM-5의 가장 큰 위협 요소는 그 책이 "연구(Research)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미국 정신질환자들의 통계(Statistics)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과 "그 책이 미국 환우들의 증상 중심으로 편집되다 보니 미국 이외의 각 나라의 문화적 특성과 차이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DSM-5에는 "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라는 것이 있습니다. 남에게 의존을 하는 경향이 짙은 사람이 이 질환에 해당됩니다. 미국 사회가 독립적으로 하는 것을 강조해서 저런 성향도 질환으로 취급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일 질환을 상호 개인 간의 "정"을 강조하는 한국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또 다른 예로, 제가 미국 뉴욕주의 어느 상담소에서 인턴을 할 때 내담자로 온 젊은 여성이 있었습니다.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했는데 듣고 보니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별로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문제가 뭐냐면 자기가 친한 여성 친구가 있는데, "그 여자가 요새 남자 친구와 자주 싸우고 사이가 안 좋다. 그래서 내게 자주 전화를 해서 고민을 털어놓고 고충을 나누고는 하는데 요즘에는 그 친구가 더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래서 그 친구는 최근들어 우리 언니에게도 전화를 해서(이 세 명은 원래 예전부터 친했음) 고민을 나누고 있다. 그 친구가 나나 나의 언니에게 전화를 자주하기 때문에 나는 시간을 빼앗겨서 시험공부나 집안일을 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볼 때는 상담소까지 와서 토로할 내용은 아닌 것 같았는데, 이 이야기를 저의 담당 슈퍼바이저에게 이야기하자 그분은 


"She has a poor boundary issue"라고 했습니다


개인주의를 내세우는 미국 사회에서는 사람 간 바운더리가 있고 그 바운더리를 여간해서는 잘 안 넘는데, 지금 그 친구는 자기 바운더리가 명확히 없어서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친구에게 자신의 분명한 기준을 명시하고 선을 긋지 못한 채 자기 개인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때 DSM-5를 그대로 한국에서 사용하는 것도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미국 현지에서도 DSM-5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서, DSM-5는 환자들을 낙담시킬 위험이 있고("당신은 OOO질환을 앓고 있습니다"라며 마치 이마에 Label을 붙이는 것 같은 진단에), DSM이 1에서부터 현재 5까지 편찬되고 감수되어 오는 동안 DSM이 정의하는 정신질환 종류의 개수는 DSM-1에서는 106개의 질환, DSM-2에서는 182개의 질환, DSM-3에서는 265개의 질환, 그리고 DSM-4과 DSM-5 에서는 297개의 질환으로 증가해 왔습니다. 어떤 누구라도 DSM-5를 읽다 보면 "아 저건 내 이야기인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DSM-5에 의하면 정신건강 측면에서 정상적인 사람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주제를 돌려서 정신건강과 뇌와의 관련성은 어떨까요?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는 일반인의 뇌에 비해서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우울증 이 외에 다른 질환들에 대해서도 그 증상들과 뇌의 활동이나 특징간의 굉장히 깊은 연관성을 드러내는 연구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뇌를 통해 정신건강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굉장히 전문적이고 타당성 있어 보이지만 여기에도 위험성은 있습니다. 일단 뇌와 정신건강의 관계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논리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에 걸려서 세로토닌 호르몬이 줄어든 것인지, 세로토닌이 줄어들어서 우울증에 걸린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관측하고 테스트하기에는 제한이 많아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많은 뉴로사이언스 학자들이 매일 수고하고 있음에도 불고하고 아직 뇌에 대해서 밝혀진 원리 (Principle)가 없는 것도 관계자들에게 난제로 남아 있습니다. 한 층 더 깊이 들어가서, 우리는 "마음(Mind)"과 뇌(Brain)"간의 관계도 아직 잘 모릅니다. 정신 질환이란 것은 정신적인 것인가? 아니면 육체적인 것인가? 아니면 둘 다 인가? 우리의 의식과 느낌이 우리의 마음을 형성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형성되어 존재하는 당신의 마음으로부터 당신 특유의 의식과 느낌이 솟아오르는 것인가? 이런 모든 질문에 대해 아직 명쾌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물론자들은 사람의 마음이 뇌의 활동에서 얻어지는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아무도 이것을 증명하지는 못했습니다. 만일 유물론자들의 의견이 옳다면, 반대로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게 뇌를 비롯한 육체에 영향을 주는 것일까요? Robinson은 만일 사람의 정신과 의식이 유물론적 유추대로 전기화학반응의 결과라면 왜 사람의 정신과 의식은 일반적인 전기화학반응과는 매우 다른 지에 대해서도 반문하고 있습니다 (Robinson, 2008). 



 사람의 뇌와 마음을 분석하는 다른 시각은 Dual-substance Approach로 의식은 뇌를 통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의식을 통해 삶을 해석하는데 이런 개인의 고유한 경험된 의식을 Qualia라고 합니다. "Mary Problem"이라는 실험을 통해서 Frank Jackson(1986)은 "만일 태어날 때부터 흑백 TV로만 세상을 봐왔던 사람에게 "천연색(Color)"에 대한 세상 모든 책을 그 사람에게 주고 공부하라고 하면, 설령 그 사람이 그 모든 책을 다 봐도 실제로의 "천연색"의 개념을 정확히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의 존재와 기능의 중심되는 그 기원을 뇌로 국한시켜 이해하기에 사람의 정신은 너무나 복잡하고 큰 존재입니다. 누구나 고유한 Qualia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유물론자들이 정신질환을 이해하려면 사람의 뇌를 정확히 분석하고 연구해야 하며, Dual-substance appraoch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의 정신질환을 개인의 경험과 뇌를 모두 연구해야만 만족할 만한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실험이 설령 완벽하게 이뤄져도 역시 인간의 정신 질환의 기저 요인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Marquis & Douthit, 2006). 그래서 뇌/경험 이외에 사람과 인생을 이끌어 온 다양한 요인을 더 많이 탐구하고 분석할수록 더 정확한 정신질환을 이해할 수 있게 되므로, 통합적 접근법(Intergral model)이 선호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정신건강은 무엇인가?

객관적 기준에서 정신적 측면에 문제가 있는 Psychosis (예를 들어 조현병 같은)를 제외한 상황에서는

저는 정신건강은 조금 더 포괄적이고 주관적으로 다루어져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신건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능력 발휘"에 기초해서 측정되곤 하는데 ("멘탈이 강해~"), 그런 부분 외에도 그 사람의 윤리의식, 인격, 과거 기억과의 힘겨루기, 현재 동기부여 상태, 육체적 에너지 등 다양한 항목으로(많으면 많을수록 정확해진다) 측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신건강을 논하려면 그 정의를 그 개인에 국한해서 다방면으로 접근해서 비교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방면의 기준치를 들이밀어 그 사람을 분석할수록 결과도 정확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 한 특정 개인이 3년 전에 비해서 성격적으로 (Personality) 포악하고 공격적 이어졌는지 

- 내가 나 자신에게 신뢰를 잃고 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수치심, 자기혐오, 낮은 자존감 등 이 없는지)

- 내가 6개월 전이나 1년 전에 비해서 행복감이나 동기부여를 덜 느끼고 있고

식사패턴, 수면 패턴,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감정(친밀감, 호감, 그리고 편안함)이 불규칙하게 되고 악화되었는지

- 내 의지와 상관없이 조절하기 어려운 부정적인 느낌, 감정, 행동이 몇 달 이상 지속되는지 보고

- 원래 더 행복하고 일을 예전처럼 더 능률적으로 할 수 있는데 내가 느끼는 내 정신적인 무엇인가가 나를 방해한다고 느끼고

- 주변 사람들에게 "너 달라졌다"는 말을 자주 듣고

- 완벽한 기준은 아니지만 DSM-5등 정신건강 측정항목에 나온 항목에 의거해 봤을 때, 혹은 내가 스스로 나를 봤을 때, 심리상담소나 신경정신과에 가봐야 할 필요를 느낀다면,

- 그 사람이 1년 전에 비해서 윤리적으로 (Ethically) 타락했는지

- 그 사람이 2년 전에 겪은 트라우마를 잘 극복했는지, 만일 극복했다면 제 3자에게 그 트라우마를 더 이상 투영하지는 않는지

- 그 사람이 1년 전에 우울하고 의기소침하게 지냈는데 지금은 스프링처럼 탄력 있게 일어섰는지

- 그 사람이 1년 전에 비해서 변함없이 일처리와 능력 발휘를 잘 하는지

- 그 사람의 부교감신경/교감 신경의 균형은 얼마나 유지되고 있는지(얼마나 나빠졌는지)

- 그 사람이 3년 전에 비해 표정이나 체스처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몸에 에너지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이 이외에도 다른 부분을 더 추가해서 비교하면 그 사람의 정신건강 추이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듯 다 방면에서 그 개인의 정신과 관련된 부분을 측정할수록, 그 사람의 정상성(Normality)을 판별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므로 특정군 샘플을 조사한 결과를 나타내는 정규분포 곡선 논리에 의해서 그 중앙에 위치한 표본만이 "정상"이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사람의 정신을 논함에 있어서 "정상"이란 말도 굉장히 무책임하고 위험한 말일 수 있습니다. 정상이란 말의 판단 기준은 그 상황의 "맥락"에 의해 가장 크게 결정되며, 그 사회의 문화적 가치, 역사, 사람들의 의식/요구, 기술/지식의 진보 등 총체적인 흐름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1980년대에는 길에서 혼잣말을 하며 중얼거리면 이상하게 여겨질 확률이 컸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해서 친구와 길을 걸어가는 도중에 통화할 수 있기 때문에 내 뒤에 오는 사람이 혼잣말처럼 전화통화를 해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Ingersoll & Marquis, 2013). "여기서부터 여기까지가 정상이야"/"이것은 굉장히 정상적인데"라는 말을 무슨 기준으로 정확히 할 수 있을까요? 특히 정신질환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써 말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학교/대학원에서는 특이한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을 "이상심리학(Abnormal Psychology)"라고 칭해서 가르치고 있다.  사람의 신체만 해도 심장의 세부적인 모습(대동맥 연결 혈관 개수)과 위(Stomach)의 크기 등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일반 식사량의 12배나 더 큰 위를 가지고 있지만 그 사람의 위를 두고 의사들은 비정상이라고 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의 차이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는 가"이기 때문이다 (Ingersoll & Marquis, 2013). 육체의 차이점도 이렇게 다양성의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하물며 정신적인 특성은 훨씬 더 복잡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 사람의 마음은 어쩌면 그 사람 본인도 정확히 다 모를텐데, 그 사람과 전혀 다른 내가 어떻게 그를 두고 "비정상"이라고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요? 



물론 본인 스스로가 쭈그러진 축구공처럼 자신감이 없어지고, 자신의 생활이 지장을 받고 남에게도 피해를 줄 정도로 뭔가의 이상을 느낀다면 주저 없이 평소 감기에 걸리면 내과에 가듯이 자연스럽게 심리상담소나 신경정신과에 들러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앞서 지적한 것처럼 정신질환 진단에 있어서는 최소한 5가지 이상(The Four Quardrants or PErspectives, lines of development, levels of development, states of consciousness, and Psyhological Type, etc)의 부분에서 그 사람을 진정성과 존중함을 바탕으로 평가해야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확률이 클 것입니다 (Ingersoll & Marquis, 2013). 


그리고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우들을 상대하는 전문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도 기계적인 평가와 지식에 기반한 분석에서 나아가 인간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본인만의 전문적 직관성을 최대화해서 진단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고자 부단히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신건강에 대해 다방면에서 스케치하듯이 살짝 살펴봤지만, 그 정의는 여전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뭐라고 단정 짓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그 사람이 어떤 상태에 있던지간에, 그 사람이 타인과 어울리며 교류할 때 그 사람 본인과 타인의 행복지수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면, 즉 서로 Win-Win 할 수 있는 생각의 함수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사람이 사람과 세상에 대해 아직 기본적인 "믿음"과 "애정"을 유지하고자 노력할 최소한의 의지를 발휘하고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이 정신적으로 아직은 꽤나 건강한 사람이라고 여길 것입니다.


닥터 부메랑 유튜브 채널에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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