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 부메랑 Sep 10. 2017

내 안에 있는 행복을 찾아

IFS Therapy를 통한 자아 탐구 및 치유

저는 그동안 내담자를 위해서 많은 심리치료 기법들과 상담 기법들을 듣고 보고 배웠습니다. 물론 그런 기법 중에는 상담가의 전문적인 도움없이 나 스스로 "내 자신"을 위해 즉각적으로 활용할만한 기법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CBT(인지행동치료)나 Narrative Therapy, 그리고 명상(Mindfulness) 등이 그런 기법 들의 예입니다.


저는 얼마 전에 Richard Schwartz박사가 쓴 Introduction to the Internal Family System (IFS) Model이라는 상담 기법서를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나서 저는 그 책이 가족치료기법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책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철저히 자신을 위해 적용하는 "개인치료" 기법이었습니다. 그 내용과 기법이 많이 와 닿아서 독자들과 그 내용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독자들 중에 그 내용을 이해하신 분들은 쉽게 스스로 집이나 공원에서 자신을 위해 꾸준히 실습하며 적용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Schwartz박사는 이런 이야기를 소개하며 책을 시작합니다.

"옛날에 신들이 모여서 사람들이 행복을 못 찾도록 행복을 숨길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하늘 위에 숨기려고 했지만 다른 신들이 그렇게 하면 결국 금방 찾을 것이라고 했고, 나무 숲 속에 숨기자고 하니 다른 신들이 그렇게 해도 여전히 쉽게 찾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모두가 동의할만한 의견이 나왔는데, 그것은

 "그러면 사람들이 아무도 못 찾게 행복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기자"는 것이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행복은 결국 우리 안에 있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걸출한 조각상을 두고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멋진 조각을 할 수 있냐고 질문하면 "그건 내가 조각을 한 것이 아니고 원석 안에 이미 그 조각품이 있어서 내가 단지 꺼내 준 것뿐이다"라고 말한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Schwartz 박사는 책에서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는 자신의 여러 감정과 기억을 제어하고 조절하며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자아(Self)와 감정/기억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하는 파트 (the Parts)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파트들이 있는 목적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지만 그 방법이나 전략이 종종 우리가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거나(불안, 공포, 분노, 우울함 등의), 실제로 폭력적인 행동을 하도록 하거나, 우리의 자존감이나 자아정체성에 마저 뿌리 깊은 만성적 왜곡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때로는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합니다. Schwartz박사는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다이내믹 구조를 이루는 뼈대를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하여 설명합니다.


Self : 말 그대로 순전한 나의 안에 있는 참자아. 자신의 중심된 내 자아의 핵

Exiles: 내 상처/트라우마 등으로 인한 고통스러운 감정 상태들

Managers: 상처와 트라우마 등의 얼룩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이상한 행동이나 의지를 갖지 못하도록  예방하고 조절해주는 파트들

Firefighters: Manager만으로는 나 자신을 제어하기 어려울 때 쓰는 옵션. ex) 음주


나의 참자아와 그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파트 들이 마치 한 집 안에 여럿이서 모여 사는 가족처럼 내 안에서 끊임없이 공존하며 서로 교류하고 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한 집에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이 모여 사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과 의식 안에도 나의 참자아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즐거운 파트, 우울한 파트, 성숙한 파트, 화난 파트, 지성적인 파트, 참는 파트 등 다양한 파트들이 가족처럼 모여서 서로 관계를 맺고 대화하며 지내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Schwartz 박사가 보는 우리의 희망은 우리가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데서 출발합니다. 그런 건강한 자아를 발견해서 자아 주변을 맴도는 여러 파트들과 건강한 정치 구조를 유지하면서 균형을 이룰 때 우리가 한 층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Schwartz 박사는 우리가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려면 우리를 괴롭히는 파트들을 억누르거나 물리치려고만 하지 말고 대신 그 파트들에게 호기심과 존중을 갖고 대화를 하라고 권장합니다.


예를 들어, 불안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걱정과 근심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만드는 자신 안의 파트에게 습관적으로 이런 말들을 자주합니다. "걱정 좀 하지 말자", "담대하게 나가자", 또는 "이게 다 병이지 병.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그리고 종교에 많이 의지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런 파트를 악마적 존재 또는 마귀적 존재로까지 환원시켜서 빨리 내 안에서 물리쳐 없애버리려고 하는데 급급하기도 합니다. 종교적 맥락에서 그분들은 불안과 우울함을 느끼게 하는 파트를 향해 "OO야 물러가라"하며 적대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Schwartz 박사는 서구를 비롯한 한국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성악설을 믿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성악설을 신봉하기보다는 "나"를 진중한 눈으로 찬찬히 바라보며 그 중간에서 내가 내 참자아와 맺고 유지하는 건강한 교제를 훼방 놓는 파트들을 향해 호기심과 존중의 태도로 대화를 시도하라고 권합니다. 자신의 감정과 정서를 제어하는 파트들과 대화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사실 이런 비슷한 것이 명상에서도 흔히 적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상담 요법 중에서도  "Empty chair"라는 기법에 이런 아이디어를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는데, "Empty Chair"를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방이나 공원처럼 혼자 편안하게 대화할만한 곳을 찾아가서 의자 두 개가 있는 곳에 가서 한 의자에 앉습니다. 옆의 의자는 빈 의자일 것입니다. 그 빈 의자에 나의 파트가 있다고 상상하고 말을 하면 됩니다. 누누이 강조한 대로 호기심과 존중의 태도를 가지고 질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너 왜 그렇게 나를 걱정해 주니?"


그런 질문을 하고 나서 이제 맞은편 빈 의자로 가서 앉습니다. 그리고 이제 내가 방금 전에 그 질문을 들었던 나의 걱정을 유발하는 파트가 되었다고 상상하고 방금 받은 그 질문에 답하면 됩니다.


"네가 또 힘들어질까 봐... 나도 두려워"


이런 식으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1인 2역을 하는 방식입니다. 이게 힘들거나 어색하면 일기장이나 종이에 교차로 대화록을 이어가며 대화 내용을 자유롭게 써 내려가도 좋습니다.


Schwartz 박사가 이런 호기심과 존중을 바탕으로 자신 안에 있는 살아 있는 파트와 대화하며 우리가 회복된 진정한 자아로서 살아가면서 바람직한 회복이라고 느끼려면 내 안에 있는 파트를 없애는 것이 회복이나 치유가 아니라 그 파트들이 어떤 특정 파트가 대장 노릇을 하도록 하지 말고 서로 정치적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은 내(Self)가 내 안에 있는 파트(Parts)들을 대하는 방식과 그들과의 관계가 내가 내 주변 타인들을 대하고 그들과 이어가는 관계의 질과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 입니다. 자기 안에 있는 파트들을 싫어하고 거북해하고 그들을 향해 딱딱하고 보스적인 태도로 대하는 사람은 타인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 이 IFS를 통해 내 안에 있는 파트들과 보다 부드럽고 편한 관계가 되면, 그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도 그런 관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확률도 그만큼 커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사람마다 그 안에 여러 파트가 있기 때문에 사람은 당연히 다중인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Schwartz 박사뿐만 아니라  Freud, Jung, Kohut, Assagioli, 그리고 Piaget를 비롯한 많은 심리학자들이 각자 다른 용어를 사용했지만 비슷한 의미로서 그동안 이미 주장해 온 내용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평소 얌전하고 신사적인데 가끔 헐크로 되어버리는 자신의 인격과 정신 건강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미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나면 그 사람만 그러는 것이 아니고 사실 모두가 그런 성향을 갖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IFS기법이 시사하는 바는 굉장히 클 수 있다고 봅니다. 현대인들은 참된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 무렵부터 자신의 얼굴에 마스크를 끼고, 무슨 타입의 사람으로 남들에게 보이려고 액션배우로 살아왔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부터는 그런 마스크와 액션이 더욱 전문화/만성화가 되어 진짜 그게 자신인 줄로 알기 때문입니다. 설령 나 자신을 발견해도, 오랫동안 얼굴에 써와던 마스크와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당장 내려놓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일단 중요한 것은 최소한 자신의 진정한 자아(Self)를 발견하고 그 자아를 자랑스러워하며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불가피하게 마스크를 쓰고 무기를 들고나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게 일시적인 자신의 꾸민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게 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가하는 심리적 부담이 다소 덜어질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 시간이 되시면 지금 잠시 자신 안에 어떤 살아있는 파트들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그리고 그들을 억압하거나 구박하지 말고, 호기심과 존중의 태도로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그들은 당신을 해치려고 있는 게 아니고 당신을 보호하려고 있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IFS실습을 위해서 여기 독자분들의 파트들을 향해서 할만한 질문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저녁 시간에 커피 한잔 마시면서 파트들과 진중한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이 질문들은 기본적인 질문들입니다. 여기 나온 질문이외에 더 의미있는 질문이 떠오르면 그런 질문을 활용하셔도 좋습니다.


1. 당신을 자주 따라다니는 당신의 파트를 떠올려 보세요. 그 파트는 당신과 어떻게 살아왔고 당신에게 어떻게 다가오나요?

감정: 이 파트 때문에 어떤 기분이 되나요?

생각과 내부 목소리: 이 파트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나요?

신체 감각: 이 파트는 당신에게 어떤 신체 감각을 일으키나요?

환상/이미지

행동 충동


2. 이 파트의 형태가 보인다면 그 파트를 초대해 보세요

어떤 종인 가요?

성별은?

나이는?

어떻게 생겼고 표정은 어떻죠?


3. 그 파트는 자신의 이름을 뭐라고 하나요?

그 파트가 당신이 자신에 대해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그 파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그 파트가 바라는 것은?

이 파트가 당신이 성취하고자 하도록 원하는 것이 있나요?

이 파트가 당신의 어떤 부분을 보호하나요?

이 파트가 당신을 위해 하는 것들에 대해 파트 스스로 어떤 느낌을 갖나요?


4. 이 파트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이 파트가 당신에게서 필요로 하는 것은?

당신은 이파트에 대해서 고마운 것이 있나요?

이 파트가 당신에게서 어떤 존경과 고마움을 느끼고 싶어 하나요?

당신이 이 파트를 존중할 때 이 파트는 어떻게 반응하나요?


불안 장애로 고생하던 어떤 환우는 불안감이나 걱정이 들 때마다 자신의 걱정을 향해 "저리 가" "걱정 좀 하지 마" "괴롭다"등의 반응을 보이다가 위 질문을 통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자신의 파트와 마주하고 대화를 한 뒤 그 파트가 자신의 어머니를 많이 닮았고 그 파트가 예전에 상처받아 오랫동안 힘들어하던 자신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감동해서 이 파트를 향해 처음으로 "고맙다"라고 반응했다고 합니다.


주말을 맞아, 행복을 여러분 안에서 발견하시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매일을 리드 나가며  자신의 파트들과 좋은 관계를 회복하기를 바랍니다.


닥터 부메랑 유튜브 채널에 방문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a2Hpyxxe7kozsCGldkUTqw?view_as=subscriber

이전 19화 정신질환자를 배려하는 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