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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잘러 장피엠 Mar 28. 2018

2015년 퇴사의 변

패기 만만했고 오만했던 시절

퇴사의 추억


  3년 전에 나는 SK텔레콤에서 퇴사했다. 퇴사할 때는 홀가분하기도 하고, 멋진 사람이 된 거 같이 우쭐하기도 했다. 그러나 퇴사 이후의 삶은 생각보다는 훨씬 힘들었기 때문에 종종 후회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그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에서 퇴사하고,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경험이 나를 더 유니크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3년 전에는 없던 나만의 기업관, 나만의 선호하는 일하는 방식이 생겼다. 그리고 내 가치관과 삶의 양식도 퇴사로 인해 정말 많이 바뀌었다.



퇴사의 변 박제하기


  여기까지는 평범한 대기업 퇴사자들의 후기와 상당히 비슷하다. 내가 좀 특별히 공유하고 싶은 부분은 이런 도전과 좌절에 대한 감상은 아니고 "일에 대한 관점"이다. 일을 선택하는 기준이나 일을 바라보는 기준이 3년 전과는 꽤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15년의 2년 차 사원의 퇴사의 변은 아래와 같았다.




  나의 첫 정규직 직장인 SK텔레콤을  떠나고자 한다....(중략)...


 나는 왜 퇴사하는가?


  내가 편안한 직장인이기보다 능력 있는 직업인이길 원하기 때문이다. 쉽게 대체 가능한 직장인으로서의 편안한 삶을 배격하고, 공고한 나만의 직업 세계를 구축하고자 퇴사를 선택했다. 자기 성장이 정체되었을 때, 그 직감을 외면하면 결국 자기 삶의 통제권을 뺏기고 쉽게 대체당할 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지금의 직장에서의 성장을 시도하지 않고, 더 위험하고 더 낮은 조건을 기어이 선택하는가? 그것은 내가 지금의 SK텔레콤 기업솔루션부문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나는 우리 부문이 가는 길이 성공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우리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영업관리)이 내 성장을 담보하고, 내 비전을 실현해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회사는 변화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회사가 변화하고, 성공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그렇게 믿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나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닫아버리고 있다.


성장하기 위해 새로운 일을 찾아보고 싶다.


  능력 있는 직업인으로 성장한다는 것의 필요조건이 나는 업무에 대한 몰입과 헌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몰입과 헌신은 회사와 개인의 비전 일치, 업무에 대한 흥미, 조직에서의 인정 등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어떠한 의미와 보람도 찾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안주하고 태만해지고만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전할 기회가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고 싶다. 내가 몰입해서 일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고 싶다....(후략)...




"회사의 성공을 통해 나 자신의 성장을 이루고 싶다."


  요약하면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얻게 되는 성취와 성공을 통해 나 자신의 성장을 이루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몰입해서 열심히 일하면 우리 회사는 분명히 빠르게 성장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러한 희망과 신념으로 성공할 것 같은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다.



성공을 좇는다는 것


  성공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자연히 인정받으리라 생각했다. 그러한 성취를 내가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성취에 결과로 훨씬 빠른 성장을 이룬 직업인으로서의 내가 돼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새로운 채용 희망자에 대한 인터뷰를 할 때도 사람들의 지원 동기는 대개 나와 비슷하게 성공이었다. 많은 분들이 우리 회사가 성공할 것이라는 각자의 판단으로 회사에 조인하고 싶어 하셨다. 도전이라는 확률 게임에 임할 때 자연히 기댓값이 큰 선택지를 찾아가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나는 새로운 일을 선택할 때, 매일매일 자신의 일에 임할 때 성공이 목적이 되는 것을 경계하고 싶다. 첫째는 내가 가진 제한된 경험과 주관적인 판단이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성공을 달성하기까지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운"의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관점으로, 다시 출발선에서

  

  나 자신을 비관적으로 봐서는 안 되겠지만 객관적으로 서른의 나는 아직 더 검증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스물일곱의 나 역시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을 텐데 퇴사할 당시에는 나는 일을 잘한다는 오만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성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조금 성급한 것이었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성공이나 성취가 온전히 나의 능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성공과 성취에 정말 큰 부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성공이 오직 내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듯이, 실패 역시 내 무능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성공할 것 같은 일"이라는 기준으로 일을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은 아닐까 싶다. 무엇이 성공할 것 같은 일일지 아무도 모르고, 아직 부족한 나는 그것을 절대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내일도 똑같은 회사에 출근하지만, 3년 전과 같은 마음으로 다시 출발선에 선다.  우리는 일을 선택할 때, 자신의 삶에서 일을 바라볼 때, 무엇이 기준이 되어야 할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일에 임할 수 있게 하고, 결국 하루가 모여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가장 중요한 일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마음이 소명의식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소명의식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행복하고 결과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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