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늘리는 결정이 어쩌면 진짜 기회를 놓칠 수 있게 할지도 몰라
나는 내 삶의 기로에 서있다. 내가 원하는 일은 무엇일지 선택해야 한다. 내 장점, 내 경험,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적어두고 한참을 바라보는데 처음에는 나를 잘 설명한다고 생각했던 그 글들이 다시 나로부터 멀어진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좇으라는데,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고, 아무도 관심 없는 나에 대한 깊은 이해는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숙제와 같다. 이 숙제를 해결하기 전에 왜 나는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지 생각해보았다.
학창 시절의 대부분은 경쟁의 연속이었다. 경쟁에서 이기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가장 잘하는 것이었고, 나를 증명하기 위한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기에 경쟁에서 이기는 것에만 집중했다. 경쟁에서 이기고 나면 내 삶을 더 낫게 해줄 보상이 주어질 거라 믿었다.
경쟁에서 승리했을 때는 분명히 보상이 주어졌다. 그 보상은 "기회"였던 것 같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앞으로 많은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학부 1학년 때 학점 경쟁을 해서 2학년에 상세 전공 진입을 했는데, 이 때도 더 많은 직업을 수월히 선택할 수 있는 유망 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다. 내가 경쟁을 통해서 추구한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매 선택의 기로에서 앞으로의 기회를 넓힐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 시점에서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넓은 가능성은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았다. 결국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내 손 안의 선택지만 많아졌다. 선택은 더욱 하기 어려워졌다.
절박하게 경쟁에서 승리하려고 하고, 문제가 주어지면 무조건 맞히려고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진출할 수 있고, 다음 시험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전한 선택을 계속하다 보면 더 이상 문제를 내주는 사람도 없고, 같이 경쟁할 상대도 없는 곳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가능성 앞에서 길을 잃는다.
어린 학생들과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더 많이 틀려야 한다는 것이다. 틀려야 비로소 정확히 무엇이 맞는지 알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내가 정말 어떤 것과는 잘 안 맞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 문제를 맞힌 것보다 틀리고 정확히 알고 가는 게 좋다. 그래서 문제를 틀리고, 시험에서 떨어지면 그 틀린 것을 축하해야 한다.
최근에 나도 헌신하던 일에서 실패를 맛보았다. 하지만 실패해서 다시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 것을 축하하고 싶다. 이 실패를 통해 이전보다 내가 어떤 일을 잘하는지 알게 되었고, 무엇을 못하는지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3년 전보다 현명해진 내가 되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