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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잘러 장피엠 Apr 14. 2018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이유

기회를 늘리는 결정이 어쩌면 진짜 기회를 놓칠 수 있게 할지도 몰라

나를 안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나는 내 삶의 기로에 서있다. 내가 원하는 일은 무엇일지 선택해야 한다. 내 장점, 내 경험,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적어두고 한참을 바라보는데 처음에는 나를 잘 설명한다고 생각했던 그 글들이 다시 나로부터 멀어진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좇으라는데,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고, 아무도 관심 없는 나에 대한 깊은 이해는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숙제와 같다. 이 숙제를 해결하기 전에 왜 나는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지 생각해보았다.



경쟁의 보상 = 무엇이든 될 수 있음 (= 아무것도 될 수 없음)


  학창 시절의 대부분은 경쟁의 연속이었다. 경쟁에서 이기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가장 잘하는 것이었고, 나를 증명하기 위한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기에 경쟁에서 이기는 것에만 집중했다. 경쟁에서 이기고 나면 내 삶을 더 낫게 해줄 보상이 주어질 거라 믿었다.


  경쟁에서 승리했을 때는 분명히 보상이 주어졌다. 그 보상은 "기회"였던 것 같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앞으로 많은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학부 1학년 때 학점 경쟁을 해서 2학년에 상세 전공 진입을 했는데, 이 때도 더 많은 직업을 수월히 선택할 수 있는 유망 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다. 내가 경쟁을 통해서 추구한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매 선택의 기로에서 앞으로의 기회를 넓힐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 시점에서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넓은 가능성은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았다. 결국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내 손 안의 선택지만 많아졌다. 선택은 더욱 하기 어려워졌다.



우리는 틀려야 한다.


  절박하게 경쟁에서 승리하려고 하고, 문제가 주어지면 무조건 맞히려고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진출할 수 있고, 다음 시험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전한 선택을 계속하다 보면 더 이상 문제를 내주는 사람도 없고, 같이 경쟁할 상대도 없는 곳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가능성 앞에서 길을 잃는다.


  어린 학생들과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더 많이 틀려야 한다는 것이다. 틀려야 비로소 정확히 무엇이 맞는지 알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내가 정말 어떤 것과는 잘 안 맞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 문제를 맞힌 것보다 틀리고 정확히 알고 가는 게 좋다. 그래서 문제를 틀리고, 시험에서 떨어지면 그 틀린 것을 축하해야 한다.


  최근에 나도 헌신하던 일에서 실패를 맛보았다. 하지만 실패해서 다시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 것을 축하하고 싶다. 이 실패를 통해 이전보다 내가 어떤 일을 잘하는지 알게 되었고, 무엇을 못하는지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3년 전보다 현명해진 내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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