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면 임신이고 출산이면 출산이지 그 과정에 수정이니 착상이니 하는 과정들은 사실 일반인이 생각해볼 일이 없다. 그래서 ‘인공 수정이면 수정은 된 거냐’, ‘정확하게 인공 수정은 뭐 어떤 걸 말하는 거냐’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자연주기 인공수정, 과배란 유도 인공수정을 모두 겪어본 나의 경험에 근거하여 인공 수정에 대해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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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수정이란?
인공수정은 여성의 배란 주기에 맞춰서 남성의 정액을 특수 처리한 뒤 가느다란 관에 넣어 자궁 강에 직접 주입하여 임신을 시도하는 비교적 간단한 난임 시술 방법이다. 인공 임신의 가장 첫 단계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크게 자연 배란 주기에 맞춰서 실시하는 방법과 과배란을 유도해서 시도하는 방법으로 나눠진다.
인공수정의 대상은?
인공수정은 오랜 기간 자연임신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부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첫 인공 임신 시도이다. 대게 임신 시도가 1년 이상이지만 성공하지 못한 부부들이 시도하는 방법인데, 부부의 나이가 많다면 결혼 후 1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바로 실시하기도 한다. 특히 남성의 정자 운동성이나 숫자가 약간 떨어지는 경우나 경증의 자궁내막증, 원인불명의 난임증의 부부에게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인공수정의 임신확률과 횟수?
인공수정으로 임신에 성공할 확률은 약 15%이다. ‘성공확률이 그것밖에 안 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부부관계로 임신에 성공할 확률도 25%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단번에 임신에 성공한다는 건 정말 천운을 타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비용이나 환자에게 신체적 부담이 적은 시술이지만 높은 성공률을 보장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대게 인공수정은 3~4회 정도만 시도하게 된다.
인공수정의 부작용과 문제점?
자연 임신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자궁외임신, 유산, 기형아 발생률이 올라가지는 않지만 인공수정을 위해 과배란 유도를 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과배란 유도 부작용으로는 ‘난소과자극증후군(OHSS)’이 있다.
난소과자극증후군이란(Ovarian Hyperstimulation Syndrome) 난소 비대, 혈액 농축, 체액의 유출로 인해 발생하는데 배에 복수가 차서 복부팽창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하다면 호흡곤란과 쇼크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일반적일 때 여성은 한 주기에 난소에서 1개의 난포가 자라 난자를 배출하는데, 과배란은 먹는 약이나 주사를 통해 난포를 여러 개를 키우게 된다. 같은 약을 사용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난포가 자라는 속도나 크기는 다를 수 있는데 예상보다 많은 난포가 자라날 때 난소과자극증후군의 위험도 커진다. 가벼운 증상은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지만 복수, 흉수가 차오르는 중증을 보이면 시술 중인 병원에 연락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정말 심한 경우 입원 후 배에 바늘을 꽂아 복수 천자를 해서 인공적으로 복수를 빼내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이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난소 표면에 삼투성이 증가해서 혈액 속의 수분이 단백질과 함께 뱃속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수분이 빠져나간 혈액이 끈적해지면서 덩어리져 혈전이 되어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면 응급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예방조치는 물이나 이온음료를 많이마셔서 혈액을 묽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인공수정의 종류(자연주기/과배란 유도)
1. 자연주기 인공수정
자연주기 인공 수정은 여성의 배란 주기를 확인해서 그 주기에 맞춰 특수배양액으로 처리된 정자를 자궁 강에 넣어주는 방법이다. 배란 주기가 다가오기 전 2~3회 내원해서 초음파를 보고, 배란일로 예측되는 날짜를 확인한다. 더욱 정확한 시간에 배란을 유도하기 위해 배란 유도 주사를 맞고(대표적으로 오비드렐이 있다.) 배란일에 정액을 체취, 특수처리 후 인공수정을 시도한다.
2. 배란 유도(약물) 인공수정
생리 시작 3~5일째부터 내원해 상황에 따른 배란유도제를 약 5~7일간 복용하며(대표적으로 클로미펜, 페마라가 있다.) 한주기에 여러 개의 난포를 키우고 난포가 배란될 날짜를 초음파로 확인하여 그 날짜에 맞춰 인공 수정을 시도한다. 복용하는 약물에 따라 졸음, 어지러움, 시야 흐림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약물로 배란 유도를 할 때 불편했던 점은 생리 중에도 자궁내막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 진료를 본다는 것이다. 초음파 진료를 위해서는 하의를 속옷까지 모두 탈의해야 하는데 이때 생리혈이 어딘가 묻지는 않을지 굉장히 신경이 쓰이는데다 찝찝함이 이를데가 없다.
인신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약물이나 주사로 과배란유도를 하게 된다.
3. 과배란 주사 인공수정
배란 유도 약물로 과배란을 유도했으나 난포가 여러 개 형성되지 않거나, 인공수정을 여러 번 진행한 경우에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복부에 과배란을 유도하는 피하주사를 일정한 간격으로 놓아 과배란을 유도하게 되고, 배란일에 맞춰 시술한다. 약물 복용보다는 훨씬 많은 난포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배란 유도 인공수정의 경우 착상에 도움이 되는 황체 호르몬제를 처방받기도 한다. 황체 호르몬제는 경구용, 질정, 주사제 등 다양한 종류로 나오지만 주로 부작용이 적은 질정 형태의 호르몬제를 처방받는다. (대표적으로 루티너스 질정이 있다.)
루티너스 질정은 인공수정 이후부터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매일 비슷한 시간에 투입하게 된다. 기다란 막대기 형태의 어플리케이터에 들어있는 약물로 처음에는 투약 자세를 찾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내 경우 차라리 다른 질정보다는 더 사용이 편했다는 생각이 든다. 투약 후 10분 정도 누워서 흡수를 돕는 게 좋고, 잔여물이 찌꺼기처럼 흘러나올 수 있으므로 투약 기간에는 라이너를 착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이렇게 구체적인 시술 관련 정보는 대상자가 아니라면 반드시 알아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혹시 당신의 곁에 우리 부부와 같이 병원의 도움을 받아 임신을 준비 중인 부부가 있다면 당사자에게 직접 ‘인공수정해? 그건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묻기보단 그럴 때 이글을 떠올리며 슬쩍 꺼내 보실 수 있기를 바란다. 병원을 찾는 분들의 멘탈은 때로는 휴지 한 장보다 더 너덜거릴 수 있으므로 당신의 호기심조차 울렁거림을 유발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의 얕은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