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쉼표 1 ] 기분에 지배당할까. 기분을 지배할까.
시작이 기억나지 않는다.
여느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조리원에서부터 아니 어쩌면 뱃속에서부터
나는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곤 했다.
“우리 아기, 굿모닝~ 잘 잤어?”
그렇게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어떻게 보면 낯간지러운 아침의 인사는
어느새 습관이 되어 입에서 먼저 튀어나오게 되었다. 그 습관은 오늘의 나를 살렸다.
어제는 특히 지쳤다.
회사 일을 끝내고,
외부에서 진행된 강의까지 듣고,
자정 너머 돌아온 집은 또 다른 전쟁터였다.
거실에는 치열하게 놀았던 아이들의 흔적이 장난감으로 남아있었고,
식탁 위에는 식사 중 흘린 게 분명한 반찬 조각이 말라붙어 있었다.
모든 걸 치우고 씻고 누우니 1시가 넘었다.
채 끝내지 못한 각종 일들이 머릿속을 맴돌다
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 데 벌써 시간은 새벽 6시.
‘쿵’
아이 방의 문을 서툴게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아...또 새벽에... 제발! 더 자자'
작은 소리에도 잠에서 깨는 내 자신도 원망스럽고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난 아들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그 순간 귓가에서 살며시 들려온 목소리.
“우리 엄마, 굿모닝~ 잘 잤어요?”
어딘가 나의 목소리가 느껴지는 아이의 달콤한 아침 인사.
1초 전의 마음 속에 깃들었던 투정은 순식간에 미안함으로 바뀌었고,
나는 피곤에 짓눌린 몸을 세워 바로 아이를 안아줄 수 밖에 없었다.
오늘 하루, 기분에 지배당할까. 아니면 내가 기분을 지배할까.
‘에’와 ‘을’을 결정하는 그 한 끗,
어쩌면 서로를 향한 다정한 한마디일지도 모른다.
아침은 언제나 다시 시작된다.
피곤한 몸이 아니라,
다정한 말이 하루를 먼저 깨우는 날이 되길.
“굿모닝”
아침에 찍은 작은 쉼표가 나의 하루를 숨 쉬게 했듯,
당신의 하루에도 쉼표가 깃들 수 있기를.
내일 아침,
우리의 쉼표는 또 어디에 찍힐까.
2025.06.26
요즘 육아 어렵다, 힘들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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