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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기 필라테스 강사의 영업비밀

[엄마의 쉼표 2] 누군가의 오래된 친절에 감사하며

by 삐와이

출산 후 생긴 복부 탈장을 관리하기 위해, 나는 주 1-2회 필라테스 센터에 간다.

돈을 들이면 사람이 움직이게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믿으며, 나는 개인 수업과 그룹 수업을 병행한다.

출산 이후, 몸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가 많아졌고 나로 인해 그룹 수업의 흐름이 끊기지는 않을까, 걱정도 생겼기 때문이다.

다행히 개인 수업을 맡은 선생님은 믿음직하다. 그분은 발레리나처럼 유연하고 정확한 동작을 보여주는 분인데, 그룹 수업에서도 유독 인기가 많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그분 수업은 늘 ‘콘서트 티켓팅’처럼 순식간에 마감된다.


“선생님 수업은 진짜 하늘의 별 따기예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제가요... 몸치라서 그런가 봐요.”

순간 나는 웃음이 나왔다.

‘누가 봐도 완벽한 시범을 보이시는 그분이 몸치라니?’


선생님은 조용히 이야기해주셨다.

약 15년 전, 본인은 ‘혀를 끌끌 찰 정도’로 몸치였다고. 지금의 자신은 그때의 시간과 노력이 만들어준 거라며, 그래서 지금도 수강생 한 명 한 명을 ‘10년 전의 나’처럼 대하며 수업을 준비한다고 했다.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일단 따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 같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게 진짜 실력인지도 모른다. 자기 경험을 잊지 않고, 그 시절의 시선으로 지금을 이해하는 것.




돌아오는 길,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예전에 내가 신입사원에게 인수인계를 할 때였다. 내 기준에선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친구는 며칠째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속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기본인데… 이 정도는 따라와야지.’

그런데 돌이켜보면, 내가 ‘기본’이라 여긴 것도 누군가 내게 친절하게 가르쳐준 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정보가 쌓인 사람은 처음을 잊는다. 처음을 잊은 사람이 설명하면, 듣는 사람은 늘 ‘모자란 사람’이 되어버린다.




육아도 그렇다. 최근 선생님께 아이들이 그림그리기 같은 소근육 발달이 느린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에서 함께 색칠하기 연습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문제는 아이들이 ‘가위바위보 중 바위’처럼 색연필을 쥔다는 거다.

"달걀 쥐듯이, 세 손가락으로~"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돌아서면 다시 ‘바위’를 쥔다. 그럴 때면 속에서 뜨뜻미지근한 뭔가가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왜 저래…’

그 순간 선생님의 말이 스친다. “저는 10년 전 나를 잊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 나도 그랬다. 처음엔 펜을 어떻게 쥐는지도 모르던 아이였고, 입사 초기엔 저장 버튼 하나도 버벅이던 신입이었다. 아이는 지금, 처음을 통과하는 중이다. 그 시간을 재촉하는 건 그저 내 기억력의 부족일 뿐이다. 색연필을 못 쥐어도 괜찮다고, 그럼에도 우리가 함께 색칠을 하려고 하는 이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본다. 나의 하루도, 누군가의 오래된 친절로 여기까지 왔음을 기억하며.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의 오늘이 될 아이에게 더 천천히, 더 부드럽게 다가가 봐야겠다.


2025.07.07


요즘 육아 어렵다, 힘들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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