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쉼표Intro : 너에게로의 여정을 너머, 다시 나에게로. ]
“그래서 신데렐라는 어떻게 됐어요?”
“응~ 왕자님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지.”
“백설 공주처럼요?”
“응~ 백설 공주처럼”
“왜요?”
“응~신데렐라랑 백설공주는 왕자님을 너무너무 만나고 싶었나 봐.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거든.
자, 오늘 이야기 끝. 합죽이가 됩시다. 합! 이제 말하면 안돼!”
미숙아로 태어났던 나의 쌍둥이들은 너무 세게 안으면 부서지지는 않을까 조심조심 몸을 흔들어 재우던 시기, 백색소음 안에서 조심히 토닥여 재우던 시기가 지나, 이제는 나이트타임 스토리 한두 편은 들어야 잠드는 시기에 이르렀다.
한때 내 인생의 전부로 느껴졌던 기다림의 결실들은 이제 두 팔 가득 벌려 껴안아주기 버거운 무게감으로 내 삶에 제법 깊은 한숨을 더해주고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면서 더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짜증 폭격과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병원 셔틀로 지쳤기 때문일까. 오늘은 매일 해주던 신데렐라 이야기도 본론을 대폭 생략하고 결론으로 넘어갔다.
‘어짜피 이 이야기는 결론이 나야 끝나고, 그 결론이 너희를 재울테지’
이어지는 질문도 원천 차단하고 아이들 사이에 누워 자는 척 천장을 바라보고 눈을 감은 뒤 생각에 잠겼다.
멀어지는 의식을 붙잡은 채 아이들이 자고 나면 해야 하는 집안일 목록과 미처 끝내지 못하고 온 회사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다가 문득 속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육아 진짜 쉽지 않다’
너희만 있으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질 것만 같았던 그날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렇게 원하던 너희와 함께하는 지금, 왜 나는 자꾸 이 시간을 한숨으로 물들이고 있을까. 신데렐라와 백설공주의 행복은 진정 동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마침내 아이들의 꼼지락거림이 멈추고, 고른 숨소리와 함께 방안이 고요해졌다. 나가서 해야겠다고 다짐한 집안일 목록은 접고 나는 휴대폰 사진첩을 열어 시간을 거슬러 사진과 영상들을 살펴보았다.
뜬금없이 시작된 달밤의 추억 여행은 나를 ‘난임으로 힘들어하던 시기’까지 이끌었다. 몇 해 전 우리를 뜨겁게 울렸던 그날의 기억이 어느새 잔잔한 미소로 바라볼 수 있는 추억이 되어 있었다. 아무리 행복이 상대적인 거라지만 같은 경험이 이렇게까지 다른 인상으로 남을 수 있다니 놀라웠다.
그 때는 너무 아파 외면하고 싶던 기억들, 그 모든 것을 부드럽게 식혀낸 마법의 주문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왕자와 결혼해서 미지의 세상에 첫 발을 내딛은 신데렐라도 어쩌면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지만 자신만의 다락방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치의 미소를 이어가던 그날을 행복으로 기억하지는 않을까.
모두 떠난 뒤 신데렐라 앞에 나타난 요술 할머니는 어쩌면 ‘삶의 쉼표’ 그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잠시 멈춰 하루를 돌아보던 그 순간. 그녀의 눈앞에서 호박은 마차로, 생쥐는 말로, 도마뱀은 마부로 바뀌었고 그들은 신데렐라를 ‘무도회장’으로 이끌어주었다.
오늘도 무너지고 삶에 휩쓸려 다니다가 쉼표를 찍어본 사람들은 안다. 동화책 마지막 장에 나오는 ‘Happily ever after(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그렇게 쉼표를 찍는 순간 보인다는걸.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았던 삶 속에서 끊임없이 무너지는 나 자신을 위해 나는 매일의 무너짐을 비워내는 마법의 주문을 외워보려 한다. 그렇게 우리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워가는게 아닐까.
2025.06.17
요즘 육아 어렵다, 힘들다고 하죠.
힘들다고만 하기엔 너무 행복한
행복하다고만 하기엔 너무 벅찬 일상의 순간 숨을 불어넣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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