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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림 Nov 09. 2021

웹소설 악플, 그 자본주의적 정당성에 대하여.


웹소설 악플에 대해서 독자들은 크게 두가지 입장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 ‘작가님’이 힘겹게 쓴 것인데 어떻게 감히 평가할 수 있는가. 


두번째, 웹소설도 돈을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가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매우 정당한 것이다,라는 입장이다.


첫번째 입장에 대해서는 참으로 감사한 입장이지만 무조건적으로 독자가 그러한 태도를 취해야한다는 건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며 작가와 웹소설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긍정적이지 않다.


두번째 입장에 관하여는 정말 할 말이 많고 오늘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일단 두번째 입장이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발생한다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필자는 자본주의적인 작가 관점에서 두번째 입장에 대해 이야기 할 작정이다.


일단 필자는 독자가 읽은 내용에 관하여 악플을 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디나 그렇듯 그 정도가 문제다.


제일 화가 나는 건 ‘무료연재분’에 악플이 달렸을 때이다.


‘무료연재분’, 현판에서는 25화 정도 되는 분량, 로맨스에서는 5화 정도 되는 분량, 웹소설 작가가 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유료화가 되더라도 이 부분은 무료로 제공해야한다.


작가가 내키지 않아도 업계의 룰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할 수 밖에’ 없다.


현판 25화 정도 되는 분량을 손이 보통인 작가들(하루에 한 화 쓰는)이 쓰면 며칠이 걸리는 줄 아는가?


하루도 쉬지 않고 써도 통상 25일이 걸린다.


한달 조금 안되는 그 기간동안 영혼을 갈아서 쓴 글을 누군가는 너무 쉽게 폄하한다.


그것도 돈 한푼 쓰지 않고.


한달동안 노동을 했는데 고용주가 한푼도 주지 않으면서 당신한테 욕을 한다면 어떻게 느끼겠는가?


엄청난 모욕감과 절망감, 그것이 무료연재분 악플에 작가가 느끼는 고통이다.


작가는 독자에게 강제로 작품을 읽으라고 한적이 없다.


떠나가는 독자를 붙잡을 수도 없다.


그만 읽고 싶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무료로 작가의 노동을 취하고 욕을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오직 노동에 대해서 무가치하게 여기는 사람만이 작가의 무료연재분에 악플을 달 것이다.



이제 단 100원이라도 작품에 썼을 때로 들어가보자.


돈을 썼으니 이제 비로소 평가를 할 자격이 생긴 것 같은가?


앞에서 말해듯이 필자는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말할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말에는 여러의미가 함축되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돈을 쓴 만큼만 기대해야한다.’는 묵시적인 약속이 깔려있다.


필자는 다이소를 아주 좋아한다. 


그런데 다이소의 몇몇 제품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짜증을 내지만 한번도 물건을 교환하거나 거기에 대한 신랄한 욕을 인터넷상에 올린적은 없다.


그저 가까운 주변인들에게 푸념에 가까운 말을 한게 고작이다.


왜냐면, 다이소에서 파는 물건의 최고가격은 5천원이기 때문이다.


5천원의 물건을 살 때는 5천원의 기대만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웹소설에서만큼은 5천원을 썼으면서 5백만원, 5천만원의 만족을 원한다.


백원 쓰고, 천원 쓰고, 오천원을 쓰고 신랄한 평가들을 댓글로 단다.


제발 돈을 쓴 만큼, 그 돈을 쓴 다른 물건에 분노하는 것 만큼만 작품에도 분노했으면 좋겠다.


2만원 티셔츠가 사고보니 별로라 안 입는 것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간다.


그런데 2만원 쓴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댓글로 까내려야 속이 풀린다.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작가가 얼마나 현타가 올지 알겠는가?


독자는 평가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권리에는 정도가 있다.


자본주의적 입장에서 평가를 하겠다면, 거기에 포함된 다른 묵시적인 약속도 지켜야하는 것 아닐까?


그 당연한 사실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까먹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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