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러닝 #1

천천히 뛰면 괜찮겠지?

by BzyJun

"천천히 뛰면 괜찮겠지?"


9월 초, 러닝을 시작했다.

목표는 명확했다.

살을 빼자.


그런데 망설여지는 점이 하나 있었다.

체중이 꽤 나가기 때문에 무릎이 걱정됐다.


'이 몸으로 빠르게 달리면 무릎 나갈 텐데...'


그래서 처음부터 천천히 뛰기로 했다.

무리하지 말자. 천천히 뛰면 괜찮을 거야.

그렇게 며칠을 천천히 달렸다.


그런데도 무릎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계단을 내려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천천히 뛰었는데도 아프네?'


당황스러웠다.

이미 충분히 천천히 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보다 더 천천히 뛰면 그냥 걷는 거 아닌가?


고민이 깊어졌다.

유산소 운동은 꼭 하고 싶었다.

그런데 무릎은 아프고..

이대로 달리기를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방법이 없는지 유튜브를 찾아보던 중,

'슬로러닝'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슬로러닝? 천천히 달리기?

나는 이미 천천히 뛰고 있는데?"


그래도 영상을 열어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뛰었구나."




다음날 아침, 영상에서 배운 걸 따라 해봤다.

발뒤꿈치 대신 발 앞부분으로 착지하는 포어풋 방식이었다.

확실히 무릎에 부담이 덜 가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 며칠 뛰어보니,

욱신거리던 무릎이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이거다!"


하지만 무릎에 부담이 안 가는 대신,

포어풋은 종아리와 인대에 무리가 많이 왔다.


일단 무릎이 아프지는 않으니 만족하고 뛰었지만,

이렇게 뛰는 게 맞는지 확신은 없었다.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며 자세를 계속 시험해봤다.

하지만 인터넷과 유튜브에서는 의견만 분분할 뿐,
정확한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서점에 가서 슬로러닝 책을 찾았다.


다나카 히로아키의 『슬로 조깅 혁명』.

슬로러닝을 창시한 사람의 책이었다.


그날부터 책을 읽으며 하나씩 배워갔다.




슬로러닝은 단순히 천천히 달리는 게 아니었다.

정확한 방법이 있었다.


핵심은 '싱글벙글 페이스'였다.


달리면서도 미소 지을 수 있을 만큼 편안한 속도로 뛰는 것.

숨이 턱까지 차오르거나,

옆 사람과 대화하기 힘들 정도로 달리면 안 된다.

콧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면 딱 좋다.


그리고 보폭도 중요했다.

보폭을 작게, 발을 가볍게 딛는다.

발뒤꿈치가 아니라 발 앞부분으로 착지한다.


나는 초기에 천천히 뛰긴 했지만,

보폭은 크게, 발뒤꿈치로 쿵쿵 찍으며 뛰었었다.

그러니 무릎이 아팠던 거다.


슬로러닝은,

느리게 달려도 걷는 것보다 칼로리 소모가 2배 이상 높다.

게다가 무릎이나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이 훨씬 적다.

과체중이거나 운동 초보인 사람에게 딱이었다.

바로 나 같은 사람 말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예전엔 달리기를 하면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도 이를 악물고 뛰는 게 운동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해야 살이 빠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슬로러닝은 완전히 달랐다.

힘을 빼고 달리니, 오히려 더 오래 뛸 수 있었다.


20분을 뛰어도 숨이 차지 않았다.

30분을 뛰어도 다리가 후들거리지 않았다.

신기했다.


천천히 달리는데 운동이 되고, 오래 뛰는데 힘들지 않다니.

그렇게 매일 아침 동네를 천천히 달렸다.


무릎은 여전히 괜찮았고,

몸도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이제는 하루라도 안 뛰면 허전하다.

그야말로 슬로러닝 중독이다.




그리고 슬로러닝을 하며 깨달은 게 있다.


힘을 빼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

욕심을 내려놓고,

내 수준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달리기뿐만 아니라,

피아노도,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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