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2

1984에서 1Q84로

by BzyJun

평일 아침.

추석 연휴가 마침내 끝나고,

빗소리와 함께 일상이 돌아왔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그 여운을 하루 더 붙잡고 싶어 했다.


"비 오니까 회사 가기 싫다."

창밖을 보며 그녀가 말했다.


"그럼 쉬어. 휴가 많이 남았잖아."

가볍게 얘기했지만,

내심 함께 있고 싶었다.


"그럼 우리 카페나 갈까?"

그녀가 밝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리가 비어있을까?'

'다음엔 꼭 저기 앉아야지' 찜해뒀던 그곳.


창가는 아니었지만,

넓은 공간에 등받이가 있고,

발을 편하게 뻗을 수 있는 곳.

내겐 의자보다 편했다.


평일이라 앉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들어서자마자 자리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비어있었다.


우리는 음료와 빵을 주문하고,

그 자리에 앉았다.




나는 다시 1Q84를 펼쳤다.

여전히 재밌었다.


'왜 재밌을까?'

'다른 작품들과는 뭐가 다른거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뭔가 달랐다.

그만의 무언가가 있었다.


그의 장점은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무언가를

수면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용기와 집요함이 필요한 그런 것들이다.


그렇게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꺼낸 이야기는

결국 다른 사람들조차

깊은 내면의 무언가를 꿈틀거리게 한다.


이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특별해지고,

내가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다 다른 점 한 가지 더 발견했다.

그는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예전부터 줄기차게 입어온 헤링본 자켓을 걸치고,

베이지색 치노 바지를 입고,

갈색 허시퍼피 구두를 신었다.'


원단부터 색깔, 브랜드까지 구체적으로.

처음엔 패션을 좋아하나 싶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런 디테일들이 장면을 생생하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또 하나,

소설을 재밌게 만드는 비결을 발견했다.


정보를 알려주되,

중요한 정보는 바로 알려주지 않는 것.

알려 줄 듯 말 듯 하면서

계속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만든다.


그래서 끊을 수가 없다.




책 속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여주인공 아오마메.

어느 날 오후, 그녀는 이상한 것을 목격한다.


경찰의 제복과 권총 종류가

평상시와 달랐다.

분명 오전까지는 그대로였다.

알고 보니 2년 전 어떤 사건으로 교체되었다는 것.


그녀의 성격과 직업상

그런 걸 모를 리 없었다.

(그녀의 직업은 킬러다.)

하물며 2년간이나.

이 외에도 몇 가지 평상시와 다른 점들이 발견된다.


[미소 공동의 월면기지 건설 계획]

[NHK 수금원의 칼부림 사건]

등등


매일 신문을 읽고, 기억력이 좋던 그녀로서는

도저히 놓칠 수 없는 일들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언제부터였을까.

이 세계가 자신이 알던 세계와 달라진 건.


그때 문득 떠올랐다.

택시에서 내리기 전, 운전기사가 했던 말.


'평범하지 않은 일을 겪고 나면 그다음의 일상 풍경이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걱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

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괴상한 말을 하는 운전기사라고 아오마메는 그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잘 알지도 못했고,

딱히 깊이 있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때 그녀는 갈 길이 바쁘고,

이래저래 복잡한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의 분기점인

페럴렐 월드(평행세계)의 초입이 시작된다.


두 개의 그림을 나란히 걸어놓고 볼 때

같은 그림 같아 보이지만

주의 깊게 보면 몇 가지 미세한 부분들이 다른,

마치 '다른 그림 찾기'같은 세계.


소설의 배경은 1984년이다.

하지만 아오마메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는 그녀가 알던 1984년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 세계를 '1Q84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Q는 question mark의 Q.

의문이 있는 세계.


좋든 싫든 그녀는 1Q84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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